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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Nov 22. 2020

저금리시대 '돈을 굴려라' 또다른 의미

몇 푼 수익을 얻기 위해 자신의 본업에 소홀하시진 않나요? 


장면 1. 


요새 은행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인데, 바로 사모펀드 상품이 전반적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금리 시대 고수익을 보장하면서 소개했던 상품이 최근들어 빵빵 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하고 건실하다’라는 이미지의 은행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사람들이 자금을 모아 투자운용을 하는 형태의 펀드입니다. 유명 투자운용사가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전문 펀드매니저가 운용을 하는 공모펀드와는 다른 형태입니다. 억 단위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나 접근 가능한 상품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표방하며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풀어줬던 덕에 수많은 사모펀드들이 투자자들을 모집할 수 있었습니다. 


확 줄어든 사모펀드 잔액 



저금리 시대 돈 굴릴 곳이 마땅히 없는 자산가들한테는 이런 사모펀드 상품은 꽤나 매력있는 투자처였습니다. 여러가지 규제가 많고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는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 운용에 있어 제한이 없어서입니다. 그러다보니 높은 수준의 수익률도 가능했고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를 모집할 때도 이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은행 예금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돈을 굴릴 줄 아는 사람한테 내 돈을 맡기고 불려주길 바라는 것이죠. 그런 역할을 다양한 형태의 사모펀드가 하는 것이고요. 

은행들은 꽤 자산이 많은 VIP 고객들에게 이 상품을 소개합니다.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에 고객들은 귀가 솔깃했죠. 실제로 한동안 라임자산운용은 적지 않은 수익을 고객들에게 안겨줍니다. 은행은 수수료 등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이 상품을 팝니다. 

국내 대표급 사모펀드였던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구설수에 오릅니다. 수익은 커녕 운용 원금까지 잃게된 것이죠. 이에 불안을 느낀 증권사들까지 빌려준 돈을 빼가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원금 손실 피해가 가게 됩니다. 예금에 돈을 넣은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됐습니다. 



장면2


최근 주식투자에 나선 이들이 늘었습니다. 먼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 있습니다.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잘 맞추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보통 사람들의 주식 투자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증시가 폭락해서 쌀 때 사고, 오를 때 팔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린 것이죠. 



증권사나 은행 등의 금융상품 판매 창구에서도 저금리 시대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로 주식이나 펀드 상품의 투자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마냥 돈을 놓아두는 것보다 투자를 통해 굴려야한다는 얘기이죠. 

그런데 여기서 강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분산투자’에 대한 얘기입니다. 한 군데 몰아서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것인데요,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어서입니다. 여러가지 종목과 자산에 분배하듯 투자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예금이나 적금에 분산해서 돈을 넣으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은행에서 판매하는 예금이나 적금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굳이 분산해서 돈을 예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바꿔 말하면 ‘분산투자’를 권유한다는 것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돌려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플러스 수익률이 나오는 자산이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마이너스 수익률도 나올 수 있어서입니다. 시장 상황을 예측해 최대한 ‘플러스’ 수익률을 예상해 투자 자산을 배분할 뿐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처럼 전반적으로 전부 폭락하는 시장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게 되죠. 투자를 결정할 때 대부분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곤 합니다.) 




첫번째 장면과 두번째 장면을 종합해 봅시다. 


여기서 가장 큰 이득은 누가 봤을까요? 첫번째 장면에서는 아무도 없어 보입니다. 투자자는 원금을 잃었고, 은행 VIP창구는 신뢰를 잃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신들도 운용사에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장면에서는 ‘아직 모른다’가 정답일 수 있습니다. 플러스 수익이 나오면 투자자와 금융사가 모두 이익이겠죠. 코로나19 상황처럼 경기 급변 상황이 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는 업황에 따라 원금을 잃을 수도,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들을 상대하는 금융사는 그것과 상관없이 수익을 얻습니다. 판매 수수료인 것이죠.


예컨대 불황이 닥쳐와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손절매를 한다고 해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습니다. 거래에 대한 수수료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주식 매수·매도를 중개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그저 거래량이 많기만을 바랄 뿐입니다.(물론 지수 하락 시기에는 은행과 증권사 모두 운용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금리 시대에 ‘돈을 굴려라’라는 얘기는 바꿔 말하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금이 판매하는 금융 상품에 많이 투자해라’라는 얘기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저금리 시대 돈 벌기 힘들어진 은행과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돈을 굴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고 펀드에 가입하는 게 은행이나 증권사 수익에 직결됩니다. 그래서 몇몇 은행 VIP 창구에서 투자자의 투자 성향과 상관없이 수수료율이 높은 위험 상품을 추천했던 것이고요. 


여기서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할까요? 무조건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 추구 행위를 비난해야할까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들 금융사라서 그렇습니다. 내가 돈을 잃을 때나, 혹은 수익을 낼 때나 변함없이 수수료 수익을 빼가는 이들이 미울 수는 있지만, 내 자산을 증식하는 조력자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한가지입니다. 생각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금리 시대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죠. 내 돈(원금)을 걸고 베팅하는 타짜처럼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다 타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수익을 내기 힘들고요. 안전할 줄 알았던 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DLF) 등이 빵빵 터지는 것을 보면 안전 투자는 없어 보입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은행 예적금 0%대 수익률도 결코 나쁜 게 아닐 수 있습니다. (고객에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증권사들도 자신들의 유가증권 자산 중 상당 부분이 국채 등 원금 손실 우려가 없는 것들입니다.) 


더군다나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높아진 저물가 시대에서는 수익률 0%인 현금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현금 넣을 금고 판매가 많았고, 0%대 금리의 국채를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저금리 시대에는 내가 가진 자산을 불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꾸준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돈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 전문 투자가가 아니라면요. 

예컨대 한달 용돈 10만원을 번다고 가정합시다. 1년이면 120만원입니다. 1% 수익률 기준으로 1억2000만원, 5% 수익률로 보면 약 60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억 단위의 투자 자산이 없다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부분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직장에서 꾸준하게 월급을 받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부분입니다. 어쩌면 수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는 그 자리가 바로 당신의 그 직장 자리일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러시지는 않으신가요? 


한달 수백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주가 움직임에 따라) 하루 몇만원의 수익과 손실에 울고 웃지 않으신가요? (증권사는 늘 웃겠네요. 당신이 거래를 해줘서. 하루에도 몇번씩 모바일 주식거래를 하면서 직장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제 지인들을 보고 드리는 얘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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