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는 왜 일어났을까
사모펀드는 ‘사사로이 모인 사람들의 펀드’라고 보면 된다. 어떻게 보면 자산가들의 계모임과도 비견할 수 있다. 계원들이 돌아가면서 ‘계를 탄다’면 사모펀드는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나눠 갖는다.
믿을 만한 사모펀드, 즉 투자운용 이력이 길고 수익률 또한 좋다면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 증권사 등을 통해 돈을 빌려 운용액 규모를 더 늘리게 된다. 1조원 투자해서 1000억원의 수익을 얻는 상품이라면 10조원을 투자하면 1조원의 수익을 얻는 이치다.
맞은 편에 공모펀드가 있다. 공공 즉 대중을 대상으로 한 펀드다.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를 한다. 언제든 투자와 환매를 할 수 있다. 다만 투자 운용에 있어 금융당국의 감시와 규제를 받는다. 예컨대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헷지 상품을 의무적으로 편입시키는 식이다.
사모펀드의 존재감은 1998년 IMF구제금융 시기 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자산운용 및 공시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일반 사모펀드제도가 도입됐다. 2004년에는 해외 사모펀드의 국내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도입이 공식화됐다.
2009년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윤곽이 생겼고 2015년 이들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인가제가 등록제로 바뀌고 일반 투자자들의 최소투자금액이 하향하는 등 운용 규제가 완화됐다.
◇비극의 시작
최근 사모펀드 사태의 주역은 ‘투자전문형 펀드’다. 투자전문형 사모펀드에서 ‘빵꾸’가 뻥뻥나면서 금융권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비극의 시작은 이런 사모펀드 상품을 은행에서 살 수 있다는 데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비극의 배경은 또 저금리 구조의 고착화, 세계 금융의 네트워크화에 있다.
낮은 예적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은행 등 금융사들은 수익률 좋은 대체 상품을 개발해 소개해야 했다. 이 즈음 대체투자 붐은 금융사와 자산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예컨대 런던호텔 객실에 투자하거나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싸게 매입해 수익을 거두는 식이다.
정부는 이런 펀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 규제를 많이 완화한다. 49인 투자 체제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참여 가능 투자금액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비극의 시작점이다.
구조적인 결함도 있었다. 본디 폐쇄형 성격이 강했던 사모펀드 상품을 개방형으로 만든 데 있다. 더 많은 일반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무래도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환매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을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받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폐쇄형 펀드 구조는 필수로 유지돼야 한다. 안정적인 투자 운용을 위한 목적이다. 예컨대 해외 의료기관 채권에 투자한다고 하면, 추심과 상환까지 수 개월에서 수 년이 걸린다. 그 안에 투자자가 돈을 뺀다면 안정적인 펀드 운영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은행 등 금융사에 팔린 사모펀드 상품은 공모펀드의 상품 형태로 팔렸다. 이것은 어떻게 된 것일까.
모펀드와 자펀드 간의 관계로 보면 된다. 실제 투자운용을 하는 사모펀드는 모펀드가 된다. 이 모펀드는 본래 사모펀드의 취지에 따라 폐쇄형으로 운영된다. 정해진 만기에 투자운용 기간도 정해져 있다. 이 기간에는 투자금을 뺄 수 없다.
이런 모펀드가 설계된 뒤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집하는 자펀드를 만든다. 이 자펀드는 투자자가 언제든 투자금을 환매할 수 있다. 수익은 모펀드에서 나온 수익을 얻는 형태다.
이런 구조는 모펀드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올 때 유지된다. 만약 모펀드에서 손실이 난다면 깨질 수 밖에 없다. 손실에 민감한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했고 이들이 언제든 환매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펀드가 손실이 난다면 자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일제히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 이른바 펀드런 상황이다. 잠깐 동안의 손실도 치명적일 수 있다. 개방형 펀드의 맹점이다.
이런 맹점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극적으로 일어났다. 모펀드의 투자 손실과 자펀드의 펀드런, 수뇌부의 모럴헤저드까지 겹치면서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커졌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투자 자문사로 시작해 2015년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로 인가를 받은 헤지펀드다. 이 펀드는 자산 부실화에 따른 수익률 저하와 펀드 돌려막기로 연명하다가 환매 중단에까지 이르게 됐다.
지난해 10월에 최대 1조3000억원의 환매 중단이 있었고, 올해 초까지 계속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문제가 된 펀드는 모두 4개이다. 플루토FI-D1, 테티스2, 플루토TF-1, 크레딧인슈어로 모두 4개의 펀드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당장 현금화하기 힘든, 즉 유동성이 떨어지는 사모사채나 메자닌 채권, 무역금융 등에 투자했다.
이 와중에 모펀드와 자펀드 간 만기 불일치가 발생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는 당장 유동화가 어려운 상품에 장기 투자를 했다. 이런 투자 행태는 여느 사모펀드와도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환매 요구가 빗발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서 급속히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형의 새끼펀드에 투자금을 넣은 사람이 투자금을 빼달라고 하면, 다른 투자자의 돈을 주거나 다른 새끼펀드에서 빼와서 돌려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100% 다 돌려막기로 준 것은 아니었었다. 증권사들이 빌려준 유동성을 갖고 처음에는 어느 정도 환매를 해준다. 그러다 한계에 부딪히면서 펀드 돌려막기 상황까지 간 것이다.
그렇다면 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래도 라임은 뭔가 금융상품 근처에라도 갔다. 모펀드와 자펀드 간 만기 불일치라는 구조적 모순이 컸다고 보면, 옵티머스는 그냥 사기다. 안정적인 공기업 대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놓고서는 사채 등에 투자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