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큰 화두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한 게 불과 1~2년 전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상황입니다. 통화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풀었던 시중 자금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수요 관점에서 보면 경기 회복과 동시에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했고, 국제 경제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상승을 부추깁니다. 대출이 많은 분들에게는 특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먹고 입는 것은 줄일 수 있지만 대출에 따른 이자는 미룰 수도 미루기도 힘듭니다. 대출자들에게는 고통의 세월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 대출금리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주택금융공사와 같은 정부출자기관의 정책대출과 은행 대출의 차이점을 설명드리면서 채권에 대한 설명도 조금 드려보겠습니다.
◇은행 금리가 오르는데 보금자리론 금리도 오를까?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운용하는 대출 상품입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서민들을 돕기 위해 각각 출시한 상품인 것이죠.
취지는 간단합니다. 서민들이 고정대출금리를 싸게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데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리 수준은 은행 변동대출금리 수준과 비슷하거나 고정금리 대출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집을 산 이후에 대출 이자를 내야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퍽 고마운 상품입니다.
다만 제한은 있습니다. 국가에서 정책자금을 동원해서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 구매 가격에 제한을 뒀고 자산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심사를 통해 걸러냅니다. 예컨대 주택가격 6억원 미만, 평수 기준 32평 이하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에게만 보금자리론을 받게 하는 것이죠.
(보금자리론 상품 설명 : https://www.hf.go.kr/hf/sub01/sub02_01_01_01.do )
여기에 생애최초대출이거나 온라인 대출 신청을 했을 때 우대금리를 조금씩 줍니다. 대출금리가 깎이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신혼부부나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이 보금자리론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자금대출의 장점은 금리가 저렴한 것 외에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습니다. 최근 기준 보금자리론의 대출 금리가 20년 만기 기준 4.8%선까지 올라와 있는데, 만약 이 금리(4.8%)로 대출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 20년간 죽 4.8%에 해당하는 연 이자만 낸다면 된다는 뜻입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 선을 넘나들고 높으면 7%선까지 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꽤 큰 이점이 됩니다.
그래도 불안한 분들이 있습니다. 보금자리론 금리도 시중금리 추세에 따라 같이 오르거나 떨어진다는 일부 오해가 있어서입니다. 실제 은행 대출은 변동금리의 경우에는 3개월 혹은 6개월 등 일정 기간마다 시중금리 동향에 따라 오르거나 내립니다. 싼 이자만 믿고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분들이 요새 '억' 소리를 내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금자리론은 다릅니다. 이미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내가 받은 보금자리론 대출 금리'의 변동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금자리론은 채권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게 큽니다.
서민인 A씨가 2억원의 보금자리론을 받았다고 칩시다. 2020년에 받아서 조건은 20년 만기 2.5%고정금리입니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렇게 받은 대출을 채권화합니다. 이른바 '유동화'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주택저당채권(MBS)으로 만들어 이를 시장에 파는 것이죠.
A씨가 낸 만기 20년 2억원 채권은 그 자체만으로 신용도를 가늠할 수 없기에,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한 데 합칩니다. 수많은 A씨들이 낸 대출채권을 한 개의 항아리에 넣고 채권상품을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만든 채권을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고 채권투자자들이 삽니다. 보험사나 연기금처럼 고정된 이자가 필요한 기관이나 매매 목적으로 대형 투자자들이 사는 것이죠.
주택금융공사는 20년에 걸쳐 받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 일부를 빠르게 회수할 수 있습니다. 채권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혹은 수익은 투자자들 몫이 되는 것이죠.
이 같은 과정, 다시 말하면 채권으로 변환된 과정을 거치기에 보금자리론 대출 금리는 (한번 발행되면) 변하지 않습니다. 대출자 A씨 입장에서는, 정해진 날짜에 원금과 이자만 꼬박꼬박 갚을 수 있다면 큰 부담은 안됩니다. 예측 가능한 선에서 정해진 이자를 내니까요.
최근에 올라간 보금자리론 금리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u보금자리론의 금리가 20년 만기 기준 4.75%에 달합니다. 2019년, 2020년 즈음 보금자리론 금리와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입니다.
이 금리는 새롭게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는 대출자에게 해당하는 것입니다. 지금 집을 사는 사람 B가 있다면 20년만기 보금자리론을 받는다면 4.75% 이자를 매해 내야한다는 뜻이죠.
B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 있는 게 2~3년 사이에 집값이 올라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더 많은 이자까지 부담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B씨는 정말 신중하게 주택 구입을 고민하거나 혹은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B씨에 집을 팔려고 했던 집주인은 '집값을 내려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겠죠. 이 같은 심리는 부동산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것입니다.
◇은행들의 고정금리 대출은요?
국내 은행들도 고정금리 대출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고정금리 대출은 약관이나 조건을 꼼꼼이 따져봐야 합니다. 1년 혹은 3년 또는 5년 등 일정 기간에 따라 대출 이자율을 정하는 하이브리드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은행 대출은 많은 경우 예금에서 조달한 돈으로 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예금자에게 받아서 모아 놓은 돈으로 대출을 내주는 것이죠. 20년전 과거에는 거의 100%, 요새도 70~80% 정도의 대출금은 예금에서 나옵니다. 저축은행처럼 제2금융권은 수신(예금)에서만 돈을 받아 대출을 내주도록 돼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은행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 따른 수익)을 얻습니다. 예금 이자 2%를 주고 와서 대출 이자 4%를 받고, 그 차이 2%포인트에서 이익을 얻는 것이죠.
따라서 예금 금리가 막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가만히 놓아둘 수 없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절대 손해보는 장사(예금 금리가 대출 금리보다 높은 상황)를 허용할 수 없는 것이죠.
특히 요새처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 금리 또한 가파르게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일반 은행 예금 금리의 '원가'와 같기 때문입니다. 원가가 오르면 그만큼 제품의 가격(대출 금리)을 올려야 손해를 안보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변동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은행에서 요구합니다. 혹시 있을 금리 상승분을 미리 반영하는 것이죠. 여기에 1년 혹은 3년 등 일정 기간마다 금리를 재산정하자고 합니다.
그나마 은행들은 은행채라고 해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대출이 몰리는데 예금액이 부족하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죠. 그 채권을 시장에 팔아서 대출에 쓸 돈을 조달합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다시금 재조명 받는다
금리가 오르다보니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는 줄 수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를 겪고 있는 것도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다보니 (물론 집값이 크게 오른 게 더 큽니다만...) 주택 구매를 미룬 사람들이 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것이죠.
이렇게 대출 시장이 침체되면 주택시장 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도 '악' 소리를 냅니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채권인 국채보다 신용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MBS는 그 자체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줍니다. 국책기관인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해하는 것이다보니 믿을만 하고요.
그러나 주택 대출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는 시기, 금리 상승에 따라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MBS 발행 규모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올해 1분기 주금공의 MBS 발행 규모는 6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조8000억원이 감소했습니다. MBS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주금공의 수수료 수익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입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먹이'가 줄어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 같은 때에 서민형안심전환대출이 다시금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서민들에게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명분과 함께 고객님들(채권 투자자)의 수요에도 부합되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수수료 수익까지 늘어난다면 주금공에게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서민형안심전환대출은 은행 고금리 주담대(주택담보대출)를 받은 대출자가 주금공이 제공하는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는 상품입니다. 2019년 당시 총 20조원 정도가 공급됐습니다.
2019년 이때는 문재인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에 대한 강도를 높이면서 시중 대출 수요가 줄어들었던 때이기도 합니다. 때마침 시중금리도 상승하고 있던터라 우리 국민들의 대출 금리 부담이 커지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2022년 이 시기에도 서민형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요구가 커질 전망입니다. 채권 시장에도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고요.
서민형안심전환대출을 제일 반기지 않을 곳은 어딜까요? 바로 은행입니다. 자신들의 대출자산을 덜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그렇습니다. 2019년에만 20조원의 대출자산이 안심형전환대출로 바뀌었는데, 연 이자를 3%라고 만 쳐도 매해 6000억원 수익을 은행들이 잃은 꼴입니다.
올해나 내년에 서민형안심전환대출이 시행된다면 은행들은 더 많은 수익을 포기해야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금리가 올라가면서 얻게 된 수익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교훈과 시사점
2020년, 2021년 즈음에 집을 구매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다소 비싼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고려했던 분도 은행 직원의 권유나 주위의 예상에 변동금리 대출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왜냐, ‘저금리가 대세이고, 단기간에 금리가 급등하겠는가’라고 모두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대출 금리가 7%를 뚫고 하는 일은 과거의 일이라고 여겼던 것이죠.
막연한 낙관 심리로 대출을 받았던 분들 중, 혹은 그 돈으로 코인이나 주식에 투자했던 분들은 최근 들어 큰 낭패에 빠졌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후회를 하고 계실지도 몰라요. 그때 투자를 안했더라면, 혹은 그때 변동금리로 대출을 안 받았다면… 등등.
경제 특히 경기상황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합니다. 좋을 때는 ‘좋은 지금의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여기고, 좋지 않을 때는 끝도 없는 비관론에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미래 상황이 어떻게 바뀔 수 있다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에 따른 판단과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