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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Jul 28. 2022

40년전을 봐라, 닥쳐올 불황이 보인다

-40년만의 인플레,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 

-1979~1980년에도 산유국 정정불안과 전쟁으로 유가 상승, 인플레 자극 

-강력한 금리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공통점 찾을 수 있어 

-40년전처럼 1~2년 극심한 불황 겪을 가능성 높아 

-그러나 불황 뒤 경기 저점을 찍으면 또다른 호황을 예상케 해 


경제지 기자들이 자주 쓰는 수사어구가 있습니다. 과거 특정 시점과 비교해 '몇 년만의' 혹은 '몇 개월만의' 식으로 풀어 쓰는 경우입니다. 이 같은 방식은 지금의 상황이 어떤지 설명하는 데 있어 꽤 효과적입니다. 대충 우리가 체감하는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2022년 들어, 아니 2021년말부터 경제지를 비롯한 언론에서 자주 쓰는 수사어구도 '40년만에' 혹은 '40년만의'입니다. 미국의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난 40년 이후 최고치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40년이란 숫자가 잘 가늠이 안되긴 합니다. 어느 정도일까. 특히 2000년대 이후 저물가 상황에서의 경제성장을 겪었던 미국인들에게는 감이 안 잡힐 숫자입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뜻이 되겠죠. (2000년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공산품을 싸게 공급했고, 유가 또한 비교적 안정됐던 상황이 큽니다.) 1980년에 경제생활을 했을 미국인도 지금쯤이면 최소 환갑은 넘었겠죠.  


이번 시간은 과거를 되살려보는 취지에서 40년전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국제상황 그리고 우리나라입니다. 그때 당시에 국제 질서는 어땠고, 이후 어떻게 진행됐으며, 한국은 어떤 여파를 겪었는지 등입니다. 



요즘의 상황...미친 물가 불과 1년전만 해도 '선진국은 저물가', '개발도상국은 고물가'라는 인식을 저도 갖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예외일 수 있지만, 일본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고민은 '고질화된 디플레이션 우려'였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근 30년, 유럽은 10년 넘게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깨졌습니다.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9.1%(전년동월)를 기록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지수 상승률 목표치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입니다. 더 문제인 것은 이 추세가 지난해말부터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1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습니다. 제로 수준에서 올린 것이지요. 양적완화를 통해 사실상의 마이너스 금리 상태를 고집했던 ECB가 11년만에 제로금리 카드를 버린 것입니다. 


코로나19를 거쳐오면서 이들 선진국이 엄청나게 통화량을 늘린 게 주요한 인플레이션 원인이지만, 국제 유가를 물고 있는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진 것도 원인이긴 합니다. 산유국 러시아가 동유럽 최대 곡물생산국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이죠. 국제 유가와 국제 곡물가가 당연히 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니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되고, 달러값이 오르게 됩니다. 달러값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수입물가가 올라가게 된다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자원빈국 한국 입장에서는 유가와 달러값 상승의 이중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 됩니다. 


40년전 미국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국제 정세는 어땠을까요. 


먼저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바로 1979년 발발한 이란 혁명과 이듬해 터진 이란-이라크 전쟁이 있습니다. 산유국 정부가 종교혁명으로 뒤집히고 (이란), 산유국간 큰 전쟁이 일어난 것입니다. 당연히 국제 유가는 '후덜덜' 뛸 수 밖에 없습니다. 


엎친 데 덮인 격일까요.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합니다. 친소 정권을 세우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정권이 무너진 상황에서 나토(북대서양조양기구) 가입까지 추진하자, 러시아가 침공한 최근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산유국들이 불안한 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가는 당연히 치솟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예로 1979년초 배럴당 유가는 15달러였다고 합니다. 불과 5개월만에 39달러로 뛰고, 이후에도 고공행진을 했으니 국제 사회는 크게 우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제유가 추이, https://www.macrotrends.net/1369/crude-oil-price-history-chart' > 


당시 자원빈국 한국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밖에서는 석유파동, 안에서는 정정불안에 시달립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하면서 국가원수 부재 상황까지 초래됩니다. 북한과 무력대치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불안감이 컸던 때였습니다.  


1980년에는 전두환 등의 신군부가 정권을 탈취했습니다. 광주 등에서 국민적 저항이 일어났고, 사회적으로 암울했던 때입니다. 급기야 1980년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1960년 본격적인 산업화 이후로 겪은 첫 마이너스 성장률이었습니다. 


또 1980년 한국 물가 상승률은 28.7%를 기록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봤을 때는 '살인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입니다. 


인플레이션 투사로 나선 연준 세계최강대국 미국도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미국가였던 이란이 반미국가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속절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베트남전 이후 커진 반전여론이 사실상 발목을 잡은건데, 국내외적으로 '최강대국' 미국의 얼굴은 먹칠을 당하게 됩니다. 


특히 주이란 미국대사관을 이란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점거했는데, 이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합니다.(1979년 11월 ~ 1981년 1월 이란 인질 사건) 1980년 4월 미국이 특공대를 투입해 인력 구출 작전을 시도했지만 군용기 충돌사고 등의 돌발 상황에 8명의 특공대원이 사망합니다. 강제적인 인질 구출은 포기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 추이> 


국내적으로는 높은 물가 상승률을 겪습니다. 1979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13.3%였습니다.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11.5%에서 15.5%로 4%포인트를 올리는 등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합니다. 주식 시장이 폭락에 신음하고, 기업들의 파산으로 국민적 원성이 커졌지만 볼커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1981년 6월에는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립니다. '경제가 잠깐 힘들어도 인플레이션만큼은 잡겠다'라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미국 연준이 앞뒤 안가리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순외채국인 한국은 숨도 못쉬게 됩니다. 그나마 한국은 나은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많은 신흥국들이 채무 상환 위기에 빠지고 구제금융까지 받는 상황에 이릅니다.   


2022년 기준 앞으로 펼쳐질 상황도 이와 비슷할 수 있습니다. 약 40년간 전례 없었던 인플레이션을 바라만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연준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 밖에 없고, 한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은 경제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장에 돈이 잔뜩 풀린 상황에서, 자산 가격까지 상승해 있는데, 대외적인 조건은 악화일로인 셈이죠. 


1982년 이후는...  1982년까지 거의 3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물론 1981년부터 좀 나아지기 시작하긴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자 금리가 내려가고, 이에 따라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것입니다.  


이란이 반미국가로 완전히 돌아섰고, 소련-아프카니스탄 전쟁, 이란-이라크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감소하게 됩니다. 그즈음 산유국들도 증산을 하면서 국제 유가는 떨어지게 됩니다. 1980년 배럴당 40달러였던 유가는 1980년대 중반 들어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집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덜해지자 미국 연준도 기준금리를 낮춥니다. 극악의 고통을 겪었던 '기준금리 20%' 때와 비교한다면 자금 융통의 숨통이 트인 것이죠. 미국내 금리가 떨어지면서 달러값도 떨어지게 됩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금리와 달러가격마저 하락하게 되니 수출국가인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됩니다. 수입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추세’입니다. 상대적인 추세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 즈음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을 키우기 시작했던 한국의 국가 전략도 맞아떨어집니다. 일본제품의 대체제로 한국제품을 찾는 해외 바이어들이 늘어난 것이죠.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발생했던 '엔고현상'(엔화가치가 상승)을 한국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만끽하게 된 것입니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일본 제품 가격이 올라가자, 미국 바이어들이 보다 싼 한국제품을 찾으면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거두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불황 뒤에 호황이 온다고 할까요. 저점을 찍고 경기 고점을 향해가면서 한국 경제는 다시금 급속성장을 합니다. '가난만 면해보자'라는 1960~1970년대와 달리 1980년대에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까지 강해집니다. 경제성장에 따른 중산층의 확대 덕분입니다. 


미국과 영국, 신자유주의의 부상 1980년 초반에 미국 등 선진국들이 겪었던 불황은 '신자유주의'를 공식 채용하는 명분이 됩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구조적인 침체를 겪었던 영국은 이 시기를 혹독하게 겪었습니다. 


이른바 '영국병'입니다. 이를 치유한다면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합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다면서 '레이거니즘'을 내세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신자유주의를 강력히 내세웠습니다. 


여기서 신자유주의는 작은정부를 주창하던 초기자본주의 사상을 추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대한 줄이면서 경쟁을 통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게 주요 이상향입니다. 


예컨대 방만하게 운영된다고 비판받는 공기업을 민영화해서 일반 사기업과 경쟁시키고, 현금복지보다는 근로가 전제된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기업 규제를 철폐해서 보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면서 기업에게 부과되는 법인세, 자산가들이 내는 부유세나 상속세 등을 최대한 줄입니다. 대신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게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합니다. 


1980년 전세계인들을 힘들게 했던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불황이 이들이 내세웠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해소됐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경제주기에 따라 경기 저점을 찍고 호황을 맞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 달콤했지만 짧았던 3저 호황 경기를 보는 관점에서 중요시 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파동과 같은 주기입니다. 불황과 호황을 오가면서 저점과 고점을 잘 살펴봐야하는 것이죠. 


1988년 한국 경제가 고점을 찍었다면 이후 하강 곡선을 그립니다. 저금리 상황에서 형성됐던 자산 거품이 일본을 중심으로 터지기 시작했고, 한국 경제도 폭발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빚을 늘려 투자를 하고 성장을 하자'라는 전략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죠. 


막연하게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바깥 변화에 눈을 뜨지 못합니다. 기업은 계속 외채를 끌어다 투자를 하고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를 용인합니다. 


1990년대 들어 엔고시대가 끝나고,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기업의 빈부담은 위험수준으로 치닫습니다. 1980년 너무나 힘겨웠던 시기를 보냈고 맞았던 3조호황은 그렇게 1997년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참조 

[경제위기란?-11]1970년대 석유파동

https://brunch.co.kr/@kys401/74

연준 공격적 금리인상에 美 경기침체 우려 확산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economy/2022/07/25/R3BK5XYQ2BEAXBESZXTNRGNNRU/


볼커, 살해 위협에도 금리 20%로 인상… 3년 만에 인플레 잡았다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2/04/19/VI7KPNTOCVCRPIHJMW3LVRUZ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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