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길어 올리기
매일 적은 양이라도 써보기로 하니, 역시 '무얼 쓰지?' 가 제일 막막한 일이다. 이리저리 쥐어짜다가 오늘은 게으름에 대하여.
나에게 게으름의 가장 흔한 형태는 그저 멍하니 혹은 다른 일들을 미뤄놓은 채 SNS의 게시물들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밴드나 페이스북, 요즘은 브런치까지 해서 이런저런 글을 하염없이 읽고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나 왓 차의 영화를 두세 개쯤 몰아보는 일도 있다. 영화를 보는 일은 적극적이고 충만하게 시간을 쓰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당면한 일을 회피하는 게으른 시간이 될 수도 있는데, 구별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통은 게으름을 어떤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직면해야 할 일을 미루는 핑계로 다른 일을 하거나 나처럼 SNS의 게시물을 읽는 일도 변형된 게으름의 한 형태이다. 늘어져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으름에 비해서 조금 미묘한 게으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것이 익숙하거나 좋아하는 일, 혹은 자신있는 업무를 하는 형태라면 스스로도 알아차리기 어려운데. 이런 종류의 게으름은 동시에 일종의 중독이기도 하다.
요즘은 들여다볼 수 있는 기계의 종류도 다양해서 데스크톱 피시, 스마트폰, 태블릿인 아이패드 미니, 그리고 노트북도 여러 개가 있고 때때로 프로젝터가 동원되기도 한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라고 다양한 기계들을 사용하지만, 뭔가 게으름을 교묘하게 피우는 도구로 변질된 느낌이랄까.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오늘은 멍하니 컴퓨터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여야지’라고 다짐해 보지만, 절대로 되지 않는 일 중의 하나이다.
사각의 모니터 창이나 폰을 며칠동안 전혀 들여다보지 못 하는 때는 강제로 이런 기계들을 회수하는 피정이나 수련 모임에 갔을 때뿐이다. 그러고 보니 다시 일상을 정돈하기 위하여 피정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해마다 참석하던 침묵 기도회를 못 간지 2년째이고,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가자고 마음먹었던 영성, 상담, 명상 수련회도 몇 년째 못 가고 있다. 폰질, 컴질을 줄이고 성경 읽기와 기도, 명상에 더 많은 시간을 쓰자고 다짐해 보지만 그 또한 쉽지 않고.
아무튼 십수 년을 이어 온 이 게으른 습관들과 이번 생에 완전히 이별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자고, 제발 폰질 그만하고 책이라도 한 글자 더 읽든지, 미뤄놓은 일이라도 한 개 더 하든지 하자고 왠지 잘 될 것 같지 않은 다짐을 다시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