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맞추는 일에 대하여
개강을 하고 강의가 시작되니 조금 분주해졌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작은 명상 모임도 하나 새로 시작하려 하고, 개인적인 이유로 두어 달에 한 번이라도 모임을 통해 만났으면 좋겠다 싶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전부터 맡고 있던 이런저런 역할들도 있지요. 그러다 보니 일상의 시간 계획들이 한 칸으로 쌓아 올린 돌무더기의 균형처럼 제법 아슬아슬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작은 돌 하나라도 더 올리면 무너질 수도 있겠다 싶은 거지요. 일상의 균형이 조금은 헐렁해야 새로운 일과 생각들이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고, 그 정도의 균형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조금 버거운 상황입니다.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일상이 너무 헐거우면 늘어져서 삶의 활기며 감각들이 무뎌지지요. 반면 일상이 너무 빡빡하면 활기가 아니라 긴장과 불안이 높아져서 자신과 타인에게 강압적으로 되거나 인색해집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중도(中道)를 잡아 나가면 제일 좋겠으나 범부(凡夫)에게 그건 쉽지 않은 일이고,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서도 그사이 어느 어름에서 균형을 맞추어 나가면 다행인데, 아무래도 요즘은 빡빡한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나 봅니다.
사실 그동안 일상의 중심이 느슨한 쪽으로 좀 더 가 있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천성이 게으른 데다 느긋하게 사는 게 더 마음에 맞기도 했지요. 그러다 보니 너무 늘어진다 싶어서 조금씩 일을 늘린 셈인데, 이번 학기를 시작하면서 보니 갑자기 빡빡한 쪽으로 확 가면서 약간 위태로워졌다 싶습니다. 일단 하는 데까지 해보되 영 힘에 부친다 싶으면 다시 줄여야 하겠네요.
균형이라고 하는 것이 가만히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쪽저쪽으로 쏠리면서 가운데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생리학에서 ‘항상성(Homeostasis)’이나 화학에서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는 말이 사실은 정중동(靜中動), 고요해 보이지만 수많은 쏠림과 부딪힘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를 이르는 것이라는 생각도 떠오르네요. 어쨌거나 다시 균형과 중도에 대해 살펴보면서, 비구 소나 꼴 리위 사에게 비나(Veena) 연주를 예로 들어 중도를 말씀하신 부처님 이야기를 붙여 봅니다.
“소나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악기를 연주할 때 현을 너무 팽팽하게 조이면 소리가 어떠한가?”
“듣기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현이 지나치게 느슨하면 듣기가 어떤가?”
“그것 역시 좋지 않습니다. 악기를 연주할 때 현의 완급을 적당하게 하지 않으면 좋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하다. 진리의 길을 걷는 것도 마찬가지다. 의욕이 지나쳐 너무 급하면 초조한 마음이 생기고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태만해진다. 그러니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항상 가운데 길로 걸어가야 한다. 그러면 머지않아 속세의 미혹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중아함경 중 소나경에서 변형 인용)
2021. 3. 3. 통계학 강의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