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졸업기념 가족여행
딸의 졸업기념으로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타이페이로 여행을 왔습니다. 딸이 대학교 1학년을 마친 2020년 1월에 저와 아내 그리고 딸까지 셋이서 하노이를 다녀왔으니 꼭 5년만입니다. 이번에는 아들도 함께 해서 완전체로 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근무일정 때문에 이번에도 저와 아내, 딸만 오게 되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한참 국시 준비를 하던 12월 중순 경에 딸이 톡으로 연락을 해서는 국시 마치고 난 후에 같이 여행 갈 수 있다고 해서 얼른 그러자고 했습니다. 다 큰 딸이 같이 뭘 하자고 하는 일이 흔치 않다는 걸 다들 알고 계시겠지요.
날짜를 정하고 어디로 갈지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타이페이를 가보기로 하고 최종적으로는 비행기편과 숙소룰 먼저 개별적으로 예약하는 걸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전에 이용한 적이 있었던 내일투어의 개별 여행 옵션인 금까기도 찾아보았는데 오히려 비싸더군요. 패키지가 좀 더 저렴하기는 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패캐지의 빡빡한 일정을 힘들어 해서 진작부터 패키지는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심야냐 새벽 시간대의 항공편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일정의 효율성도 떨어져서 왕복편 모두 낮 시간 대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예약하였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이니 금액적 차이가 아주 큰 것도 아니니까요.
지인분 중에 대만에서 오래 사신 분이 계셔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첫 질문이 대만 첫 여행에서 타이페이와 가오슝 중 어디가 좋으냐는 거였는데, ‘처음이라면 타이페이‘라고 깔끔하게 답을 해주셔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네요.
비행기표와 숙소는 미리 예약을 했으나, 다른 일정은 아무 것도 알아보지 않고 있다가, 출발 전 주가 되어서야 기본적인 관광지와 일정을 짜보았습니다. 원체 느리게 다니는 딸인지라 제가 생각하는 일정의 반 정도만을 넣어서 짰는데, 실제로는 그것도 다 하지는 못했어요^^;
1월 20일
아무려나 그렇게 해서 드디어 출발일이 되었습니다. 김해공항에서 10시 출발이기는 해도 진주에서 김해공항까지 이동해야 하므로 우리 식구들한테는 매우 이른 시각인 여섯 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운전 잘 못하는지라 쉬엄쉬엄, 천천히 운전해서 가는데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주차와 소소한 이동을 포함하면 모두 두 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래도 출발까지는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공항에 들어서면서 보니출국 수속을 기다리는 줄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 당황 당황.
키오스크에서 탑승권을 출력한 다음 위탁수하물 접수를 서둘러 끝내고 출국 수속 줄을 섭니다. 다행히 그사이에 줄은 많이 줄었습니다. 입장과 보안 검색, 출국 수속까지를 모두 마치고나니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비교적 여유 있게 출국 절차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움직이느라 출출해져서 출국장 안 푸드 코트에서 전복죽과 일본식 라멘으로 간단히 요기하였습니다. 우리보다 한 시간 늦은 타이페이에 도착하면 11시 40분, 공항을 나서면 딱 점심 때이니 너무 거하게 먹으면 부담스러울테니까요.
정시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려서 이동하고 짐 찾고 입국 수속까지는 삼십분 남짓 걸렸습니다. 다행히 타이페이 다오위안 공항은김해 공항처럼 붐비지 않아서 쾌적하고 공항의 시설이며 인테리어도 좋았지만 역시 입국 심사대의 직원은 무뚝뚝하더군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나라들이 비슷한데,이유를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공항에서 타이페이 시내까지는 타오위안 공항 MRT라는 열차편으로 이동합니다. 타는 방법은 한국의 공항철도와 거의 같은데 토큰을 사용합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미리 바우처를 구입했고, 열차 개찰구 바로 앞에 있는 부스에서 토큰으로 교환하였습니다. 근처에 있는 ATM에서 미리 입금해 둔 딸의 트레블 월렛 카드로 현금도 인출하였습니다. 대만 달러는 한국에서 환전이 안 되지만, 요즘은 수수료를 물지 않는 여행용 카드들이 많아서 환전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공항 MRT는 푸른색으로 표시된 일반선과 보라색을 사용하는 급행이 있고, 토큰으로는 둘 다 이용이 가능하지만 당연히 급행을 타는 게 더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공항에서 종착역인 타이페이역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려서, 도착하니 대략 오후 1시 정도가 되었습니다. 역 바로 근처에 있는 팀호완 종샤오서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미리 결정을 했는데, 타이페이역 지하상가는 어마무시하게 넓어서 잠시 헤맸지만, 구글 지도와 딸의 검색력으로 무사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식당에 도착하니 약간의 대기가 있었지만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아도 되었습니다,
팀호완은 딤섬 전문 프랜차이즈점으로 단품 메뉴당 대략 대만달러 150위안 내외입니다. 저희 입맛에는 잘 맞았지만 접시당 양이 적어서 꽤 많은 접시를 주문해야 하고, 당연히 밥값도 생각보다 싸지는 않다는 게 함정입니다. 샤오마이와 볶음밥, 볶음면, 소갈비찜에 이어 후식으로 단팥죽까지를 맛나게 먹고 나니 1520위안, 현재 환율로는 육만칠천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점심도 먹고 체크인 시간도 얼추 되어서 예약해 둔 숙소인 KDM 호텔로 이동합니다. 타이페이는 택시비가 비싸지 않아서 세 사람이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편리할 거라는 알서 말씀드린 지인분의 권유가 있었던 데다 아내의 무릎 문제도 있어서 웬만한 이동은 택시로 하는 걸로 미리 정하고 왔습니다. 숙소는 타이페이역에서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했고 역시 택시비도 착하게 나왔습니다. 이제 계속 택시를 이용해도 되겠네요.더블침대 하나와 싱글 침대 하나가 있는 삼인용 객실로 예약한 KDM 호텔은 소박하고 경제적인 숙소였습니다. 방은 넓지 않지만 지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청결 상태도 나쁘지 않스니다. 작은 숙소인데 욕조가 있는 것도 좋습니다. 이제 여기서 며칠을 지내야 하므로 짐들을 꺼내서 정리하고 나니 뭔가 한 매듭 지은 듯해서, 아내와 딸은 바로 침대에 눕더니 휴대폰을 꺼내 휴식 모드로 돌입합니다. 한 시간 정도 쉬고 나서 아부지의 재촉에 본격적으로 관광객 모드 장착, 첫날의 첫 방문지는 중정 기념당입니다.
대만의 초대 총통인 장개석을 기념하여 화교들이 기부한 돈을 바탕으로 만든 시설이라는데 규모가 엄청납니다. 모두 4층인 셈인데 맨 위층에는 링컨 기념관과 유사한 자세로 앉은 거대한 장개석의 동상이 있네요. 크기는 오히려 이 동상이 더 크다고 합니다. 장개석에 대한 평가가 대만 내에서도 나뉘어져 있어서, 민진당 집권기에는 시설의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루어졌고 현재도 논란은 진행 중이라는군요.
건물도 크지만 정원도 넓어서 찬찬히 둘러 보노라니 5시 정각이 되어서 근위병 열병식이 열렸습니다. 원래는 장개석 동상 앞에서 했었는데 2024년 7월부터는 서쪽에 있는 자유광장에서 하고 규모도 줄었다네요. 의장대의 각잡힌 퍼포먼스는 멋지지만, 칼각 퍼포먼스는 한국 의장대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행사 후에 천천히 광장을 구경하고 나와서 스린 야시장으로 갑니다. 타이페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야시장으로 다양한 노점 먹거리가 포인트. 도착해서 보니 역시 끝도 없이 이어지는 노점 음식점의 행렬!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인파의 행렬입니다. 사람들에게 밀리면서 천천히 이동하다가 끌리는 음식들을 픽해서 먹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자면 게맛살 튀김, 만두, 후추빵, 만주, 닭꼬치, 맥주와 레몬 주스, 그리고 아보카도 빵 정도이네요.
꽤 열심히 다녔다고 생각했으나 시간은 겨우 7시 30분쯤 되었습니다. 부지런한 관광객이라면 아직도 둘러보거나 해야 할 활동이 쭉 있을 것 같은데, 가족들은 이제 돌아가자고 성화입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복귀하니 겨우 8시가 넘었습니다만, 모두들 아침부터 움직인 터이라 오늘은 이 정도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다시 휴식 모드로 돌입하여 느긋하게 샤워와 목욕을 하고 각자 핸드폰 삼매경에 빠졌다가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