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타이페이 다녀온 이야기 2.

딸의 졸업기념 가족여행

by 천생훈장

1월 21일: 예스폭진지 버스 투어, 몇 개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오늘 일정은 미리 예약해 둔 예스진지 투어입니다. 예류지질공원, 스펀역 일대, 진과스, 그리기 지우펀까지를 하루 버스투어로 하는 일정이라 자유여행 속의 패키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미 다녀오신 분들도 많고, 각각의 지역과 관광내용에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을 찾아보시거나 직접 가서 경험하시면 되니 생략하겠습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지인의 권유대로 예스진지 투어를 예약했을 뿐이지만 뜻하지 않게 좋은 일들이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뜻하지 않은 좋은 일이나 행운을 영어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지요.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맞이한 좋은 일들로 행복했던 경험이었답니다.


1) 예약 변경

원래 제가 예약했던 일정은 10시 30분에 출발하는 예스진지였는데, 인원 미달이니 10시에 출발하는 예스폭진지 투어로 변경해도 되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비용도 조금 더 하고 스펀 폭포가 추가되는 업그레이드 일정이니 마다 할 이유가 없었지요. 추가된 스펀 폭포는 스펀역과 진과스 사이에 들르는 짧은 코스였지만, 나이아가라를 줄여놓은 듯한 스펀 폭포는 나름 볼만한 스팟이었고, 폭포를 오가면 먹었던 대만의 특산 과일인 석가의 맛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펀트립예스폭진지투어일정표.jpg 변경된 일정표. 인터파크 투어를 통해 예약하였는데, 옵션이라면 옵션이랄 수 있는 천등이나 간식거리 구입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저렴하다 싶은 가격이었습니다)
20250121_110715.jpg (예류지질공원. 사람 많을 때는 저런 곳에 발디딜 틈이 없다는군요^^;;)
20250121_142153.jpg 석가와 패션프루이트. 관광지라 꽤 비싼 값이지만 신기한 맛이었습니다. 어찌나 단지 설탕친 거 아닌가 싶어지는 맛입니다


2) 사람이 적어서 쾌적했던 관광지

예류 지질공원과 스펀에서 가이드가 이야기하더군요. 이 정도라면 관광객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 정도라구요. 저희가 갔을 때도 팀이며 개인이며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어서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돌아와서 다른 분들의 글이나 사진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한적한 상황이었다는걸요. 설 연휴 바로 전 주간이라서 사람들이 적었을까요. 평소라면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이는 스펀의 철길을 동네 산책하듯 느릿느릿 둘러볼 수 있었답니다.

20250121_130932.jpg 스펀의 철길과 천등 풍경. 평소에는 저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답니다


3) 지우펀의 해열루경관차방

그래도 지우펀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지우펀의 대표적인 포토스폿인 아메이 차루 앞 계단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굳이 사람 많은데서 사진 찍는 걸 즐기지 않ㄹ는 저희 가족은 멀뚱멀뚱 있다가 위를 보니 찻집이 하나 있더라구요. 들어갈 때는 이름도 모르고 들어가서는 베란다 자리에 앉았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내는 잎차는 꽤 비싸더군요. 한국에서도 차 많이 마시는데 굳이 그럴 것까지야 싶어서 그냥 커피와 밀크티, 히비스커스 차를 각각 시켰습니다. 잠시 후에 차가 나오는데 커피를 빼고는 모두 꽤 큰 사이즈의 포트에 혜자스럽게 담아주었고, 맛도 좋았습니다. 아내와 딸이 기뻐했지요.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있으니 점점 해가 지면서 아메이 차루의 등들이 환해집니다. 아래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여유롭게 내려다 보면서 차를 마시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싶습니다. 모이기로 한 시간 전까지 느긋하게 있다가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보니 차루 이름이 저렇네요. 역시 한국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관광객이 많을 때는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어렵고 그마저도 시간 제한이 있어서 불친절한 차루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은 채 평온한 시간을 보냈는데 말이지요. 그러니까 사람이 그렇게 많아보였어도 우리가 갔을 때의 지우펀은 평소에 비하면 사람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말씀인 거지요.

20250121_170624.jpg 혜자스러웠던 밀크티와 히비스커스 차 그리고 커피
20250121_173823.jpg 어스름해질 무렴 찍은 아메이 차루. 차마시기 시작하고 삼십분쯤 지나서였어요
20250121_173956.jpg 해열경관차루 입구


4) 라오허제 야시장

전혀 계획에 없었는데, 돌아오는 버스가 내려주는 지점 중에 라오허제 야시장이 있습니다. 여긴 어딘가 하고 검색을 해 보았더니 규모는 스린보다 작으나 먹거리는 더 다양하다는군요. 호오 그렇다면 저녁은 여기서 먹는 걸로 급변경. 먹자 골목쯤에 해당하는 거리는 오히려 스린 야시장보다 길어 보였습니다. 먹거리의 종류도 훨씬 다양했고, 중간중간 코를 찌르는 취두부의 냄새도 인상적이었습니다(타이페이 역앞에는 노숙자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모여계신 곳에서 취두부 냄새와 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사람이 오래 안 씻고 위생상태가 나빠지면 나는 냄새가 취두부 냄새라는ㅠㅠ) 이것저것 간단한 군것질 거리를 먹다가 본격적인 저녁은 실내좌석이 있는 스테이크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KakaoTalk_20250206_125941984.jpg '권위있는'이 무슨 뜻일까요. classic을 저렇게 번역하셨다는^^


워낙 야시장에 내린 시각이 여덟시를 넘었던지라 택시로 숙소에 돌아오니 열시가 좀 넘었습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시는 기사분께 호텔을 알려드리는 일이 조금 어려웠지만, 구글 지도에 입력하는 걸로 오케이. 그렇게 자유여행 가운데 있는 버스투어 패키지 일정을 나름 즐겁고 빡빡하게 마무리한 하루였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타이페이 다녀 온 이야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