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식이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식품은 트렌드의 일부고, 사람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따르지 않는다.
라는 사실을, 영양의 세계에서 9년 일하는 동안 참 많이 느꼈지만 요즘처럼 피부에 와닿게 느낀 적도 없는 것 같다.
어떤 음식이 무슨 이유로 건강에 좋은지 알리는 컨텐츠를 할 때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정말 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좋은 거라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니까……. 고지방식이가 어떻게 건강문제를 해결하고 비만, 2형당뇨, 지방간, 고지혈증, 대사증후군을 치료하는지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백날 천날 이야기해도 관심있는 사람만 관심있고 대부분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생버터를 들고 먹는 리얼한 모습을 보이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생경하고 낯선 모습에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안티들의 관심은 덤으로. 드디어 고지방식이를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식품은 트랜드의 일부고, 사람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따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캡션을 읽지 않았다. 고지방의 전제조건이 저탄수라는 부분은 쉽게 패싱했다.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을 때 ‘저 말이 정말 맞을까?’ 하고 스스로 팩트체크를 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더욱이…….
버터를 들고 먹는 영상이 조회수가 폭발하자 너도 나도 버터를 들고 먹거나 버터 먹방을 하는 등 ‘버터 먹는 영상’이 하나의 유행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버터가 건강에 좋다’고 하면서 버터를 고구마에 올려 먹거나 일반식을 하면서 버터까지 먹는 영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하여…….
지방과 탄수화물을 함께 먹으면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먼저 태우고 잉여 에너지는 저장한다는 영상을 올렸다. 그랬더니 “그런 줄도 모르고 고구마랑 같이 먹었다”와 같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면 안된다는 내용은 그 전 컨텐츠들의 캡션에도 쓰여 있었던 설명이다…….
고민스럽다. 올바른 지식을 알리자니 길고 설명이 많고 재미없는 내용은 사람들이 보지를 않고, 쉽고 재미있게 알리자니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따르지 않고……. 이러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가 또 한때 반짝 유행으로 끝날까봐 걱정이다.
(어쩌다보니 푸념글이 되어버렸...)
탄수화물과 지방의 관계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reel/DRvyNcakWyy/?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