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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다시 Mar 22. 2023

다르게

 

남들과 같아지고 싶지 않았다. 가수의 사생팬이 된 친구들을 매력없다 여겼다. 대중적인 스포츠 스타가 매우 식상해 보였다. 남들 관심이 적은 유명인을 좋아했다. 중국의 탁구선수, 나이 차 많은 오빠가 좋아하는 무명가수를 좋아했다. 지금까지 유명한 이에게 깊이 빠져 팬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누가 뭘 했다더라' 소리가 들리면 절대로 그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늘 힘을 주고 꼿꼿이 살았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아야겠다고 긴장하며 살았다. 남들이 가는 길은 가지 않고 돌아가거나 다른 길을 선택했다. 내가 겉으론 얌전하고 순하게 생겼는데 속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남들처럼 하면 시시하다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요즘은, 나도 남들처럼 가수나 배우에게 빠져 살아봤어도 좋았겠다 생각한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회상에 잠길 거리가 없다. 추억이 없으니 글을 쓸거리도 부족해서 아쉽다. 자식들에게 '라떼(나 때)는 ...'이라 말해 줄 경험도 없고, 지인들이 자신들의 왕년 이야기를 할 때 공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뻘쭘하다. 예전에 주름 잡던 유명인들이 방송에 나와 옛이야기를 해댈 때 난 무덤덤하다. 이제서야 옛 사람들의 음악을 들으며 얼마나 좋은지 눈을 감고 가사를 음미한다. 이제서야 옛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인들의 삶과 애환에 공감하며 나도 그 당시에 그들의 영화나 드라마, 노래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좋았을 걸 아쉬워한다. 


반 백년을 산 지금도, 남과 다르게 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남들이 부동산이나 주식에 우르르 몰려 있을 때, 난 절대로 하지 않겠다며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무슨 트롯 가수 방송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고 새로운 연예인 이름에 빠져 있을 때 난 그들이 누군지도 몰랐다. 또 십 년 이십 년 후에 더 늙었을 때, 나의 이러한 무심함에 또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 방향을 정하는 게 참 어렵다. 남들이 가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없이 허무하고 사실은 외롭다. 가진 물질이 적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 그렇다면 대중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함께 따라갔던 이들의 삶은 어떨까?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할까? 만족할 수도 아닐 수도 있겠다. 인생의 가장 큰 문제는 '선택이다.     


사람은 생(生)긴 대로 산다. 타고난 기질과 성격이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해 준다. 우리 형제들은 매사 소심하며 조심스럽다. 수익률은 많으나 손실의 가능성이 큰 상품에 투자할 '통'이 없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했지 불안정하지만 유망하며 돈 잘 버는 쪽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선택의 문제는 개인의 지혜로는 알 도리가 없다. 지혜에 나고 자란 환경에 당시 만나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까지, 또한 유행까지 더해져 ‘선택’을 좌우하며 그 결과로 사람의 운이 결정된다.


남과 다르게 잘살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중년의 지금은 물질적으론 가난하며 영혼은 허전하기만 한다. 지금이 그럴 때일까? 남들도 그럴까? 남들과 다르게 사는 걸 추구하면서 남들도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약한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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