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둘 이상인 집은 책육아를 하기 쉽지 않다. 쌍둥이의 경우, 4살만 되어도 각자의 관심사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다. 아들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관련된 책을 좋아했고, 딸은 이야기가 재미있는 그림 동화책을 선호했다. 아들에게 맞추자니 딸이 울고, 딸에게 맞추자니 아들이 딴짓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한글을 떼었다면 각자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되지만,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는 엄마가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엄마는 한 명이고, 아이는 둘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집은 매일 밤 8시가 되면 잠자리 독서 시간이었다. 엄마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을 가져오라고 하면 쌍둥이들은 경쟁하듯 더 많은 책을 가져오려 했다. 이때, 한 번은 딸이 고른 책, 그다음은 아들이 고른 책을 읽는 방식으로 순서를 정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자기가 고른 책을 기다리며 상대방이 고른 책도 집중해서 듣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선택한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다음 날에는 그 책을 다른 아이가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 혼자 모든 책을 읽어주는 것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목이 쉬고, 피곤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날을 정하기도 했고, 주말에는 아빠와 함께 각각 아이 한 명씩 맡아 원하는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때로는 온라인 서점의 오디오북 서비스를 활용하여 책을 들려주기도 했다. 책육아를 엄마가 전담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면 되었다.
한글을 떼자, 그동안의 책육아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기 전 책을 읽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기게 되었고,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책을 골라 읽었다.
아들은 한자, 수학, 과학 관련 책을 탐독했고, 딸은 전래동화, 명작, 인물 이야기, 그리고 한국사로 관심을 넓혀갔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두 시간씩 몰입독서를 하기도 했고, 독서 포인트 제도를 활용하여 글밥이 많은 책을 읽으면 더 많은 포인트를 주며 도전 의식을 키웠다.
또한, 바쁜 주중 일정 속에서도 하루 최소 1시간의 독서 시간을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책을 읽는 것은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였고, 이는 나중에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 학습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