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비 Jul 26. 2021

라디오 청취율 1위, 김영철의 파워 FM을 아시나요?

영감을 주는 이야기

 누구에게나 아침 출근길은 힘들다. 매번 똑같은 루트로 만원 전철을 타거나 막히는 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곤욕이다. 예전에는 나만 아는 노래, 좋아하는 노래들로 플레이 리스트를 구성해보는 게 재밌었지만 요즘에는 내가 원하는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유튜브 때문인지 멜론과 지니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점점 이용하지 않게 된다.(그런 의미에서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프리미엄 뮤직이 뜨는 이유를 알겠더라) 지루한 출근길에 우연히 라디오를 켰는데, 김영철의 파워 FM을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방송인 김영철이 아닌 라디오 DJ 김영철을 처음 마주했다.


 사실, 진짜 사나이나 아는 형님 등 방송에서 비친 김영철의 모습은 조금 과한 캐릭터, 별로 웃기지 않은 개그맨, 같은 레퍼토리와 성대모사로 몇 년째 우려먹는 사람으로 보여줬다. 적어도 나에게는 '늘 열심히 사는 거 같긴 한데.. 영어 잘하는 개그맨' 정도의 이미지였다. 그래서인지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영철을 보고 처음에 깜짝 놀랐다. 패널이나 게스트가 아닌 DJ가 되니까 날개를 단 것만 같았다. 아침 시간에 맞는 하이 텐션을 보여주고, 귀에 확 들리는 발음 그리고 무엇보다 코너 속 등장하는 게스트에게 밝은 에너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나중에는 출근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라디오에 빠졌었다. 실제로 타 라디오와는 다르게 미술, 역사, 영화, 영어 공부 등 요일별 코너 구성이 풍부했으며 6년 연속 청취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멋져!


 어서 옵 Show에 영어를 함께 배우고 싶은 연예인으로 로이킴과 김영철이 섭외된 적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로이킴은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는 반면, 김영철은 딱딱하고 촌스러운 영어를 하는 것으로 흘러갔다. 한때 영어 스피치에 관심이 많아서 로이킴의 채플 연설을 외우다시피 했던 적이 있었지만, 과연 힘을 빼고 귀찮다는 듯 말하는 영어가 멋진 영어일까? 우리나라 사람이 들었을 때는 그럴지도 몰라도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래퍼 스윙스처럼 힘 빼고 귀찮다는 듯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과 딱딱하지만 밝은 에너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 중 어떤 사람이 더 멋지고 호감이 갈까? 심지어 김영철은 영어로 스탠드 업 코미디에 참가한 적까지 있다. 못 웃기는 개그맨이라고 주위에서 구박을 받아도, 10년 넘게 누구보다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는데 촌스럽다고 놀림을 당해도 떳떳한 늘 밝은 김영철이 너무 멋있었다.


 국제적인 개그맨이 되려고 오랫동안 영어공부를 했지만 주위에서 "해외 진출 못하면 어떡해"라는 반응에 "괜찮아, 그럼 영어 잘하는 사람이 되는 거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피겨 예능이 생길 것을 대비해 두 시즌 동안 피겨 스케이팅을 배웠지만 피겨 예능은 생기지 않았고 이에 대해 " 괜찮아, 이제 피겨 스케이팅을 탈 줄 아는 사람이 된 거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김영철은 나에게 오버스러운 사람에서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실패하는 것을 겁내지 않으며, 무엇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한 사람이 되었다. 타인의 이면을 알게된다는 것은 주위 사람을 깊게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지라는 경고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주위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생각해보라는 메세지 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크리스마스 랜선 홈 파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