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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u Jul 11. 2020

밀의 후예, 쌀의 후예

활자에서 얻은 지식너겟

기후가 인류의 생활을 결정짓는 것 쯤이야 이미 세계의 4대 문명을 배울 때부터 차고 넘치게 배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후-식량-집단의 관계를 기민하게 다룬 탄탄한 이야기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유현준의 새로운 책 <공간을 만든 공간>은 다른 저서에서도 그렇듯, 많은 이야기가 있다. 특히 현재의 현상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드라마틱한 서사를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앎의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지식너겟’은 전세계 인류의 주식을 차지해 온 밀과 쌀에 대한 이야기이다. 밀과 쌀. 이들을 각각 재배하는 데 있어 적합한 기후, 이를 경작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상이해지는 집단의 셩격과 서로 다른 문화적 징후를 다뤘다.  


밀과 쌀이 인류의 주요 주식이 되면서, 인류는 생존 직결적인 식량을 중심으로 생활에 물리적 윤곽을 만들고, ‘사회’의 최소단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  


현재 인류가 식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곡물은 벼와 밀인데, 둘 중에 어느 품종을 재배할 것이냐는 강수량이 결정한다. 벼는 밀보다 재배하는 데 더 많은 물이 필요한 품종이다. 그래서 일 년에 비가 1천 밀리미터 이상 내리면 벼를, 1천 밀리미터 이하 내리면 밀을 재배한다.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행성 전체를 감싸는 대기는 지역마다 일정한 흐름의 방향에 따라 바람이 되어 분다. 이러한 바람 중 계절풍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대륙의 동쪽 지역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특정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는 몬순 기후다. 따라서 대륙의 동쪽은 벼농사를 짓는다. 유라시아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벼를 재배한다. 반대로 대륙의 서쪽 지역은 집중 호우식의 장마철 없이 비가 일 년 내내 고루 내리는 편이고 강수량도 동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밀과 벼는 재배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이 재배 방식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벼농사 지역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 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벼농사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많은 물을 다뤄야 하기에 치수를 위한 토목 공사가 많이 필요하다. 물을 담는 작은 저수지인 ‘보’를 만들어야 하고 모내기도 집단으로 모여서 한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저수지나 다른 사람의 땅에서 사용한 물을 내 논으로 내려 받아서 사용하고 다시 그 물을 물길을 내어서 이웃의 땅으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벼농사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물을 함께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어려운 품종이기 때문에 노동의 형태도 집단적으로 집중해서 심고 태풍이 오기 전에 집중적으로 추수하는 형식을 띤다. 이러한 노동의 과정을 통해서 벼농사 지역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이 형성된다


-지식너겟은 유현준의 <공간을 만든 공간>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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