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꿈
‘내 나이는 10살!'
오늘은 꿈을 꾸었다.
좋아하는 남자아이, 태안이가 나의 생일파티에 놀러 왔다.
태안이는 잘생겼다.
태안이는 성격이 좋다.
항상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장난치고 환하게 웃어준다.
그 애는 수지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티비에 나오는 예쁜 여자, 그 여자를 좋아한다.
나는 그래서 배수지가 싫다.
수지는 너무 예뻐서 질투가 난다.
태안이는 나의 생일파티에 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노래를 불러줬다.
배수지가 텔레비전 속에서 부른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사실 태안이는 수지가 날 닮아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
ㅎㅎ
나는 이제부터 자칭 수지가 되기로 했다.
'태안이가 좋아하는 여자는 나야!’
가끔 꿈이 그립다.
내가 원하는 미래, 나만의 망상, 그렇게 이루어진 공간 속 판타지..
언제부터인가 꿈이 없어졌다.
태안이는 같은 반 아이인 서연이를 좋아했다.
서연이는 우리 반에서 가장 예쁘고 성격도 좋았다.
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아무도 소심한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때 서연이는 거부감 없이 말을 걸어주었고 항상 우리는 같이 집에 갔다.
그 애는 내가 봐도 반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서연이가 좋았다.
서연이도 태안이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내 꿈 따위는 절대 들켜서는 안 돼. 절대!
서연이는 태안이를 좋아해!
"알겠지? 여기는 우리만을 위한 장소야.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고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끼리만의 비밀이야!!
지영아, 일로와 우리 같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자"
가끔은 친구가 그립다.
꿈에 나타날 정도로 좋아했던 그 친구는 어디 갔을까
"어? 민재야, 정원이가 싫어? 왜? 이정원, 차민재, 안지영! 우리 삼인방!!
우리는 원래 셋이 친하게 잘 지냈었잖아..! 대화로 풀자. 왜 정원이가 싫어졌어?
나는 우리 셋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할 때가 제일 좋아 ㅎㅎ"
어떤 것이 문제였을까.
내가 모르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느 날부터 정원이랑 민재는 유독 둘이만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짱친은 홀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이후로 알게 되었다.
"엄마 나 멋있어요?! 저 대상 탔어요!!
피아노 대회 나가서 제가 대상 탔다구요!!
저 대단하죠?
저 멋있죠?!!ㅎ"
아
피아노를 마지막으로 친 건 언제더라, 왜 그만뒀지.. 저렇게 꿈에서 행복해했는데 왜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까
피아노..? 사람도 아닌 피아노가 나에게 어떤 실망감과 상처를 안겨줬었더라..
"왜 그만두겠다는 거야 지영아?
그래도 계속 다녀. 너 피아노 치는 거 좋아하잖아"
"아 나 그만 다닌다고, 나 이제 싫어, 싫다고 피아노 지긋지긋해. 공부할 시간도 부족해.
하여튼 나 이제 학원 안 나가"
그 말은 단지 전날 오빠의 모델 학원비가 부담된다는 부모님의 대화가 내 귀에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피아노가 싫어진 것뿐이야.
다들 이 나이쯤엔 쉽게 싫증 내니까 내 변덕이 이상할 건 없어.
"엄마, 나 피아노 학원 그만둘래"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