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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Oct 06. 2024

며칠 전, 뺏겼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그 사람의 애정과 노력이 담겨 있다.

그로부터 며칠이나 흘렀을까.


어느 날 갑자기 인스타그램 부계정(비공개계정)에 전체공개 되어있었던 원래 계정이 삭제되었다는 알림을 발견했다. 부계정 밑에 뜨던 계정이 뜨지 않았다. 계정추가도 해보고 로그아웃해서 로그인해봐도 로그인도 안 되고, 이메일이 바뀌어 있어서 비밀번호를 찾지도 못했다.


핸드폰번호로 찾으려고 해도 인증코드가 오지도 않고, 어쩌다가 한번 와도 바로 입력하고, 한번밖에 입력 안했는데도 10분이 지났거나 한번만 입력하라고 떴다.


내 신원확인용 얼굴도 페이스아이디 설정할 때처럼 해서 보내기도 하고, 신분증이랑 같이 찍어서 그 사람 신고도 하고.. 다 해봤는데, 안 됐다.


원래 rkdrbfl1393인데, 그 사람이 앞에 rkd만 똑같이 하고 그 뒤에는 다른거로 바꾸고,

프로필 사진과 소개글도 아예 바꿨다. 그래놓고 왜 내가 그동안 올린 게시물들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건지..... 소개글에 있던 이름은 원래 한국이름으로 해놓더니 지금은 또 영어이름으로 해놓았다.


나는 기록용으로 인스타를 써서 팔로워도 거의 없는데 대체 왜 그런걸까.

내 게시물들은 내가 살았던 집들, 문화생활한 것들 그리고 느낀 점들, 소소한 일상들 등등 짧은 글을 써서 올렸던 것들인데 어떻게 송두리째 모두 자신의 것마냥 쓸까. 심지어 내 에어팟에 각인한 이름까지 버젓이 있는데...


어떠한 걸 해도 인스타그램측의 도움도 되지 않고... 그렇게 나의 소중한 새끼와도 같은 내 것들을 지금 빼앗긴 채로 시간만 자꾸 가고 있는 중이다.


너무 허망하다. 어찌할 도리도 없고... 해볼만큼 다 해봤는데 되찾지 못해서 너무 억울하다.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그나마 있는 팔로워한 내 지인이 어떻게 남의 것을 그렇게 뻔뻔하게 쓰냐고 하니까 당신 병원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하질 않나.


게시물들을 신고해도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튕김당하고,

그 사람을 신고해도 아무런 조치도 없고.


그냥 짧은 글이라고, 일상 사진이라고 그렇게 막 뺏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여기에도 은근히 내 문장을 비슷하게 뺏어 쓰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진짜 어쩌면 좋을까.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하는구나.

그래도 애써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하는데,

그거만 생각하면 다 때려치우고 싶다.

안 그래도 난 지금 너무 힘들다고. 그런데도 웃으며 잘 살아보려는 사람인데.....


사진이든 짧은 글이든 거기엔 그 사람의 취향과 노력, 애정, 추억, 가치관, 생각 등등이 다 담겨있다.

누군가에겐 작은 게 아니며, 큰 일일 수 있다.

누군가에겐 그게 재산일 수 있다.

제발 그걸 빼앗는 행위 좀 안 했음 좋겠다.



(+ 게시물 중에 내 브런치 글 링크를 적어놓은 것도 있다. 그 사람이 팔로우한 사람들이 그걸 타고 들어간다면, 내 브런치 글까지 다 그 사람이 쓴 걸로 착각하면 어쩌나. 팔로우한 사람 중에 출판사 관련 사람도 있던데.... 내 것으로 무얼 하는 건 아니겠지. 내 브런치 통계를 보니 그 사람이 해킹한 이후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내 브런치를 방문한 사람이 생겼다. 그것도 비공개계정을 전체공개로 돌리기 전이었다. 단순 우연인걸까. 하루하루가 갈수록 걱정과 상상만 늘어가거나, 짙어간다. 혹시라도 해킹한 분, 이거 보고 있으면 제발 양심 좀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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