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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Nov 24. 2020

그랬던 아이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옷을 예쁘게 입고, 머리도 예쁘게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름 꾸미는 센스가 있는 엄마가 좋았다. 매일 달라지는 옷 스타일과 머리 모양을 만족해했고, 다음 날을 기대했다. 특히 손재주가 좋은 엄마 덕에 매일 여러 가지의 예쁜 머리를 하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다.

     

나를 예쁘게 꾸미는 것에 욕심이 있었던 만큼 더 예쁜 옷을 갖고 싶어 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쟁취해야만 하는 그런 아이였다. 먹는 것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빵을 좋아해서 빵집 그리고 옷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나의 생떼는 시작되었다. 안 되겠다 싶을 때는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고 불고 생난리를 쳤다. 그중 옷은 부모님이 끝까지 사주지 않으면 마음에 든 옷을 기억해 놨다가 이모가 오면 옷가게에 데리고 가서 사달라고 했다.     


나는 둘 중에 누가 좋냐는 물음에 망설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이름을 솔직하게 말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가 따로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앞 뒤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표현했다. 내가 좋으면 좋은 거였다.      


호기심도 많은 편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관련되는 다양한 생각을 하고, 이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배우는 게 늘어갈수록 내 질문은 더 많아졌다.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것도 좋아했다. 한글을 배울 때는 눈에 보이는 한글을 모조리 다 읽었다. 틀리고 맞고를 떠나서 배운 것을 써먹는 데에 흥미를 느꼈다. 놀이나 다름없었다.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난 못해’라고 엄마 뒤에 숨기보다는 할 수 있다며 자신 있게 앞으로 나갔다.      

이 모든 것은 부모님께서 기억하는 내가 달라지기 전의 아주 어릴 적 ‘나’다. 


좋고 싫음이 확실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꼭 얻어내야만 하는 아이. 궁금한 게 많아서 질문도 많은 아이. 자신감 있는 아이.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친구도 나를 좋아할까? 나를 싫어하진 않을까?라는 불안감과 자존심에 좋아하는 친구에 대한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상대방이 좋아해 주면 나도 좋아해 줬다. 그러면서도 나를 너무 많이 좋아해 주면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호기심이 많은 것은 여전했지만 스스로 눌렀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는 것도 두려워졌다. 의문점은 점점 더 생기는데 질문은 줄어들었다.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르는 척을 하거나 누가 물어보지 않는 이상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떤 때는 그냥 잊기도 했다. (딱 하나만 빼고.)


옷 욕심도 여전히 많지만 억제했다. 입고 싶은 게 있어도 말하지 못했다. 옷뿐만 아니라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가정형편을 생각하며 하나씩 포기했다.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상대방이 먹고 싶은 것에 맞췄다. 어차피 나는 가리는 게 별로 없으니 그래도 괜찮았다. 좋고 싫음이 확실한 것도 변함이 없었지만 숨겼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지 모를 때가 종종 생기기도 했다. 


자신감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감은 마침내 자취를 감추고야 말았다. 자신감 있는 아이가 자신감 없는 소녀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질책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도 늘 자책했다.    

 

이 모든 것은 당연한 순리이며 크면서 세상과 타협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줄 알았다.


내가 고쳐야 할 점은 고치고, 맞춰야 할 것은 맞춰나가고,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킬 줄 알아야 하는 건데 그 기준을 몰라서 나를 지키지 못한 채로 모든 것을 맞췄다.

 

타협의 정도가 지나쳤다. 

너무 오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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