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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Sep 03. 2021

#영화 / 좋은사람

그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느 학교의 한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 


담임교사인 경석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cctv를 확인했다. 체육시간에 혼자 교실로 들어가는 세익을 발견하고 그 때부터 경석은 세익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경석은 세익에게 바로 따져 묻지 않고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경석은 눈을 감고 엎드려 있는 학생들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만 있으면 누구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경석의 시선을 따라 세익을 담는다. 화면에 보이지 않았지만 세익을 보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여기까지는 경석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의심이 갈만한 것을 보고도 잘못을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학생을 다그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선생님이라고 느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극 중에서 좋은 사람은 경석인 줄 알았다. 


그러나 경석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내 시선에서 본 경석이 좋은 사람이 아닌 이유.


1. 경석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척’만 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좋은 사람인 척만 하는 것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르다. 


경석은 전자의 경우였다. 물론 경석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이 극 중에 나오긴 했다.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농담도 하고 잘 웃는다. 경석의 대사를 보면 딸이 좋아할만한 곳에 데려가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실수로 이혼하게 돼서 미안한 마음에 전부인인 지현의 갑작스러운 부탁도 잘 들어줬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말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석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더라도 그의 행동들은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한 행동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서다. 깊이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극 중 경석의 주변 사람들도 느꼈을 테다. 


그는 ‘좋은 사람’ 으로 보이고 싶은 본인의 욕구와 이미지만 신경 썼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겹겹이 포장하는데 급급할 뿐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세익에게 화도 내지 않고 다정하게 믿는다고 말하는 모습은 얼핏 보면 좋은 선생님 같아 보인다. 그러나 말과 다르게 경석의 행동이나 표정에서는 세익을 이미 의심하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적으라면서 빈 종이를 주는 그의 행동은 “어서 네 잘못을 여기에 써!” 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보였다.


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이성을 잃은 지현과 달리 경석은 매우 이성적으로 행동했다. 교사라서 어쩔 수 없었다기보다 그저 좋은 선생님이고 싶은 욕심에 자신을 포장한 걸로 밖에 안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좋은 사람인 척 했지만 세익과 지현은 경석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2. 경석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했다.


딸이 없어지고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술 문제로 아내에게 상처 줬던 것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세익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게 드러나자 아무리 담임이라도 반 학생들에 대해 세세하게 알 수 없다는 그럴 듯한 말로 자기합리화 했다. 딸이 울고 있을 때도, 없어졌을 때도 지현과 어린 딸을 탓했다.


심지어 극 후반부에서는 술 마시고 한 실수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잘못을 인정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으면서 본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경석은 좋은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



3. 문제나 갈등을 무조건 좋게만 생각하고 넘어가자는 경석의 마인드.


경석은 지갑을 잃어버린 학생에게 그가 대신 돈을 주면서 덮어두려고 했다. 하지만 한 학생이 세익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그 일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경석은 빨리 덮으려고만 했다.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위급한 상황인데도 경석은 여전히 좋은 사람 행세를 하기 바빴다.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지현에게 충분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무조건 기다려보자, 좋게 생각하라는 태도에 지현이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는데도 그 태도를 고집했다. 


‘그럴 수 있지’, ‘좋게, 좋게 생각하자’ 라는 마인드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직면해야 할 문제나 갈등 앞에서도 그런 마인드로 사람 좋은 척 하는 건 좋은 사람도 아닐뿐더러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본다.



4. 경석은 모든 문제와 갈등 앞에서 도망쳤다.


지갑 도난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것. 세익과 끝까지 대화를 해보려고 하지 않은 것, 딸이 왜 우는지 알려고 하지 않은 것, 딸의 사고 경위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은 것, 세익이 잘못을 고백한 후 감정적으로 흥분되어 있고, 벽돌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그대로 돌아서서 간 것, 반 학생들과 세익의 관계를 눈치 챘을 텐데 모른 척하고 넘어간 것.


경석은 모든 문제와 갈등을 직면하지 않았다. 회피했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기고 나서야 문제를 직면했다. 내 시선에서 경석은 회피형 인간으로 보였다. 


딸의 일 앞에서는 회피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을 때는 언제고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기자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모든 문제와 갈등을 직면하지 않고 도망친 본인의 행동이 일을 더 키우고, 결국에는 스스로에게 불똥이 튀게 만들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 탓만 했다.



경석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극 중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갑작스럽게 부탁하면서 뻔뻔하게 굴고, 딸이 사고를 당했을 때 본인 책임은 없다는 듯 행동한 지현.

거짓말하기 싫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호의를 무시하고, 잘못을 늦게 고백한 세익.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은 화물차 기사.

세익을 왕따 시킨 같은 반 학생들.


나이 불문하고 모두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 탓만 했다. 그럼 나쁜 사람인걸까.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아까운 인물들이었다. 특히 경석이라는 인물은 인상이 찌푸려지게 되고, 불편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김태훈 배우가 말한 것처럼 경석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모호한 경계를 잘 표현한 인물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나쁜 사람은 아닌데 불편한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힘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영화가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극 중 인물들이 보여줬던 행동과 말들이 주변에서 보던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면서 보고야 말았다. 


극 중 여러 인물들에서 또는 다양한 행동에서 내가 보였다. 특히 모든 문제와 갈등을 회피하려고 하고 사람 좋은 척 넘어가는 경석의 모습에서 착한 척하며 갈등을 피했던 과거의 내가 보였다. 


덕분에 최근 과거의 내가 튀어나왔던 순간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경석을 응원하고 싶다. 영화는 경석이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 채 끝났지만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진실을 마주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떠나는 그의 모습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노력을 했다고 본다. 이제 좋은 사람인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싶다.



아트인사이트 : https://www.artinsight.co.kr/

원문보기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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