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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미 Sep 02. 2022

이공계는 코딩보다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공대생 금융권 커리어

[여는 글]

 2009년 여름은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나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고 대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 이공계 공부 이외에는 한 적도 없었다. 대학교 3학년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그 당시 뉴스에서 뉴욕의 월스트리트 거리에서 머리를 감싸고 절망하는 펀드 매니저의 사진이 실렸던 기억이 매우 강렬하게 남았다. 나는 평생 내 전공인 건축공학에서 최고의 기술사가 되겠다 다짐하던 공학도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지금 금융공기업에서 12년 넘게 근무 중이며 경영학(Finance)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이러한 특이한 커리어 덕분에 주위에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주로 이공계에서 금융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이다. 그들에게 나의 커리어 경험을 얘기해 주면서 느낀 점은 이공계생들이 금융교육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공대 공부만 하다가 금융 공부를 하게 되면서 금융에 대해 편견도 많았고 깊게 알려 하지도 않았다. 특히 왜 공대생에게 금융 교육과 공부가 필요한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금융권에서 경력이 쌓이고 업무를 하면서 금융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금융을 공부하려고 마음먹은 이공계생이 있다면 우선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금융은 단순히 수학과 통계가 아니다. 공대생이 금융을 접하면 빠지기 쉬운 편견이 금융을 숫자 놀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수학 공식에 따라 계산을 하고 자신이 잘하는 코딩 실력을 뽐내서 데이터 분석도 잘한다. 그리고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스스로 만족한다.

 최근 이공계 공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도 정책적으로 코딩 인재를 육성한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과학 인력에게 필요한 필수 교육은 코딩보다는 금융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금융 지식은 세상 물정에 모르는 공대생들이 적어도 세상을 살아가는 기초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겠다. 2009년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대기업 기술직으로 합격을 하였다. 내가 합격한 회사는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였다. 회사가 10년 동안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였고 리크루팅에서 만난 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입사 시험도 다른 대기업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렇게 어려운 선발 과정을 거치고 합격을 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그 회사의 입사는 포기하였다.

 그 이유는 그 기업의 재무구조가 너무 취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대학교 4년 동안 공학 공부 이외에는 다른 공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취업 시장이 최악의 상황이 되자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나는 열심히 내 전공 공부를 한 죄 밖에 없는데 세상이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이냐 말이다. 그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서 뉴스 등을 찾아봤다. 관련 자료를 보면서 대충 부채가 많아서 그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재무구조의 건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라이징 스타인 회사의 입사를 포기하였다. 주위에 친구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그 기업은 회사에 빚이 많아서 우려스러우므로 입사를 포기했다는 말에 기술자인 우리가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냐고 반박하였다. 그런데 정말 3년 정도 후에 그 기업은 망했다. 기업이 해체되고 많은 희망 퇴직자를 양산하였다. 나한테 반박했던 동기들은 그 이후에 회사를 이직하느라 매우 고생했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물론 공대생에게 코딩은 매우 중요하다. 코딩을 잘해야 자기의 전공과 관련되어 더 많은 일을 손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딩보다 중요한 공부는 금융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자들은 창업하기 더욱 유리한 환경에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창업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술만 관심이 있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창업을 해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돈을 조달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금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이 금융권에 관심이 있는 이공계생에게 작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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