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사잡썰

쿠팡은 왜 이토록 불손한가?

혁신 경쟁이 없었던 유통시장

by 심준경

미국 투자자 눈치만 살피는 쿠팡


쿠팡의 정보 유출 사태를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우려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고객 3000만명의 개인정보가 모두 외부로 유출되었을 수도 있으므로, 이 사태는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쿠팡은 고객 대다수가 위치한 한국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단지 투자자들이 위치한 미국이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는 듯하다.

쿠팡은 이 사태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협의하지도 않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하였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장치를 회수했다며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자신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유출자는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항에 대해 쿠팡이 조사단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발표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청문회 자리에서 "3,300만 건 이상의 이름, 이메일 등이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하며 "쿠팡이 합의되지 않은 결과를 사전 발표한 것에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한국 내부에서는 쿠팡의 조사 내용을 믿기 어렵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유출자가 장기간에 걸쳐 데이터에 접근한 정황을 고려하면 약 3000개 계정만 저장됐다는 쿠팡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쿠팡이 포렌식 검사를 핑계로 기기의 데이터를 조작한 건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기도 했다. 또한 또 범행에 사용한 적이 있는 기기를 하나 확보했다고 해서 유출된 데이터를 모두가 확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저장 공간이나 다른 기기를 사용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팡은 30일 한국정부와 갈등을 빚고 많은 논란을 부르기도 한 자체 조사 결과와 함께 보상안을 가장한 쿠폰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보상안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공시했다. 쿠팡이 마치 지금 상황은 큰 일이 아니며, 나름대로 책임을 다 하고 있다는 듯이 미국 주주들과 금융시장에 발표한 것이다. 이는 한국 국내 여론에는 큰 관심이 없고 미국 증시 리스크 관리가 큰 관심사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쿠팡은 불성실한 태도로만 일관하였다.

쿠팡은 어떻게 이렇게 국내 여론에 대해 무관심할까? 기업은 이해관계에 철저한 집단이다. 쿠팡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기업 활동을 해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이 없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글에서는 쿠팡에게 적당한 경쟁자가 없다는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쿠팡, 온라인 유통업 최적의 시장인 대한민국을 알아보다.


생각해보면 한국은 물류시스템만 확보된다면 온라인 물류업에 최적화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먼저 사람들은 고밀도 주거환경을 선호한다. 아파트와 빌라들로만 이루어진 한국의 도심은 물류업체가 배송해주는 데에 아주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도심지에 사는 것을 좋아하기에 한국의 도시화율은 90.7퍼센트에 육박한다. 한국 인구의 90.7%가 도심지에 살고 있단 이야기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도시화율은 97.1%에 육박한다.

또한 물류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도 서비스 초창기에는 우선적으로 수도권의 도심 지역만 서비스해도 괜찮다. 개별 물류 업체에게 새벽배송 같은 업무를 모든 지역에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수도권의 일부 지역부터 서비스를 시작해도 많은 인구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 집중은 그렇게 해도 괜찮을 정도로 많은 인구가 특정 지역에 몰려있게 해준다. 그렇기에 한국은 온라인 물류 서비스를 시도하기에 안성맞춤인 주거환경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한국인들의 인문 환경도 온라인 물류 서비스에 최적화되어있다. 한국인들은 참 바쁘게 산다. 일할 때 무엇이라도 하나 더 해야 된다는 문화적인 압력이 있기에 바쁘게 일한다. 노동시간도 OECD 최장 시간을 타이틀을 내주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소득 수준의 나라에 비해 아주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에 보내고 있다. 또한 놀 때는 또 화끈하게 놀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한국인들은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그렇기에 오프라인 쇼핑보다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온라인 쇼핑이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쿠팡의 강점은 한국이 온라인 유통업에 최적화된 시장임을 미리 알아보고, 선제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데에 있다. 2014년 3월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당시 한국의 유통 생태계는 CJ대한통운, 한진, 로젠 등 기존 물류 회사들에 의존하는 구조였는데, 쿠팡이 생각한 로켓배송은 기존 물류 회사를 이용해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직접 배송하겠다는 전략을 사용했고, 업계는 무모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쿠팡은 앞서 말한 온라인 물류업에서 한국이라는 시장의 장점을 알아보았고, 빠른 배송을 위해 중간 단계를 모두 없애기 위해 물류 시스템 전체에 투자하는 도박을 감행하였다. 덕분에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이커머스 플렛폼이 될 수 있었다.



온라인 전환에 무능력했던 기존의 유통업계 선발주자들


자유시장경제의 장점은 일반적으로 경쟁과 혁신에서 찾는다. 시장에서 경쟁을 하다보면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기업이 혁신을 하게 되고, 혁신 기업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기존의 기업들도 따라서 혁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혁신의 연쇄작용은 한국의 유통 시장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쿠팡의 혁신 이전에 한국의 유통 시장에서의 강자는 대형마트들이었다. 대형마트들은 모두 1990년대에 다른 사업들로 자본을 축적한 재벌 기업들이 축적된 자본을 투자하여 설립되었다. 이마트는 신세계 그룹이 투자하여, 홈플러스는 삼성이 국제적인 유통 강자인 테스코와 합작 투자하여, 롯데마트는 롯데가 투자를 하여 설립되었다. 이러한 사업 형태는 1960년대부터 서구권에서 월마트, 까르푸 등의 대형 할인점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어온 것을 모방한 것이다. 이러한 대형마트 업체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대형 할인점 모델을 현지화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 이후 온라인 유통 확대 이후 혁신에 따라가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쿠팡은 자신들의 물류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이미 자신들의 기존 물류 인프라를 이용해도 되었기에 혁신이 다소 늦더라도 충분히 온라인에서도 경쟁 가능한 상대였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그러는 데에 실패했다. 자신들의 온라인 플렛폼을 브랜딩하는 데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로켓 배송’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커머스 어플이 현대 한국인의 필수 어플로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모두 온라인 플렛폼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들의 온라인 플렛폼에 대한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단지 기존 대형 마트 배달 서비스의 온라인화로만 인식될 뿐이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자신들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유통업계의 강자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사고를 계속 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정도의 시도를 했을 뿐, 많은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플렛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둔감했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하겠다고 느끼게 할만한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을 장착한 온라인 쇼핑 플렛폼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한국 시장이 온라인 유통업에 최적화된 공간임을 알아보고 ‘로켓배송’이라는 브랜드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쿠팡과는 다른 행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로 인해 쿠팡은 경쟁자 없이 온라인 유통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 소비자들의 눈치도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오만에 빠지게 되었다.



규제만 탓하는 보수 언론


자유 시장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수 언론과 경제 신문은 이러한 쿠팡의 오만을 눈 앞에 두고 규제만을 탓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안하무인 쿠팡, 정치권 규제가 독점 만들어준 때문’이라는 사설을 통하여 유통산업발전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을 비판하였다.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0~오전 10시) 제한이라는 족쇄가 쿠팡이 오만할 수 있는 독점적 경쟁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판이 나오는 것은 ‘한국은 규제 때문에 기업 활동이 어려운 곳’이라는 자신들의 편견, 그리고 언제나 기업 편을 들어주는 편파적인 태도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온라인 유통에 최적화된 한국의 환경에도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고하면서 쿠팡이 성장세를 이룰 때에도 온라인 유통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않은 기존의 유통 기업들의 책임은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와 같이 한국 정치권의 규제를 탓하며, 규제 때문에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는 똑같은 레퍼토리의 사설 싣기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먼저 해당 칼럼에서 “쿠팡이 새벽 배송을 할 때도 대형 마트는 영업 금지 시간대 매장 거점 배송이 원천 봉쇄돼 경쟁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새벽 배송을 원하는 상품을 새벽 배송하기 위해서 몇 개의 물류 거점이 필요할까? 소비자들이 새벽 배송을 원하는 제품은 주로 식품류다. 출근 전에 배송 받은 상품을 냉장고에 넣어놓을 수 있으면 좋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 온라인 배송의 강자는 마켓컬리다. 마켓 컬리는 김포, 평택, 컬리 세 개의 물류센터를 운용하면서 대부분의 인구에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기존의 대형마트들이 쿠팡이 온라인 유통의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할 때에 경쟁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세 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투자할 역량이 과연 없었을지 의문이다. 물류를 위한 기지가 꼭 필요했다면, 이마트의 한국 월마트 인수합병,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합병 등을 통해서 지나치게 인근에 위치하게 된 대형마트 지점 중 하나를 물류 기지로 개조하는 방안도 검토했어도 되었을 것이다.

또한 “대형 마트가 쉬는 날 소비자는 전통 시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쿠팡에 주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과연 대형마트가 월 2회 쉬기에 쿠팡이 성장할 수 있던 것인가? 그것보다는 대형마트보다 더 편리하고, 더 빠르게 주문할 수 있고, 더 다양한 상품을 주문할 수 있어서는 아닐까? 지금 당장 월 2회 마트를 더 열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과연 쿠팡으로 주문하지 않고 마트를 찾을까 하는 질문이다. 그와 같은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정치권이 아니라 온라인 혁신에 주저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않은 국내의 대기업들을 비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기업들의 현실 안주와 혁신의 회피가 오히려 시장 경제를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묻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치권의 규제 탓만 하는 것은 기존의 손에 익은 레퍼토리만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며, 이미 국내 대기업의 편을 들기로 작정하고 그들의 책임에는 눈을 감는 행위다.



냉정한 분석이 필요한 순간


쿠팡의 불성실한 태도는, 한국 시장에 자신들을 대체할 경쟁자가 없다는 차가운 계산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계산은 불행히도 정확하다. 소비자들은 대체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에 있어서 천혜의 환경을 두고도 온라인 혁신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않은 재벌 기업들로 인해서 쿠팡이 온라인 쇼핑의 독점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언론은 기업의 혁신의 노력이 부족하였음을 탓하지 않는다. 단지, 규제라는 핑계를 읊을 뿐이다. 언론은 원인에 대해 정확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국내 유통업체의 경쟁력 재고를 위하여 대형 유통 업체의 규제를 재고하자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규제로 인한 것으로 몰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 국내 기업들의 혁신 동력의 부족에서 찾아야 할 것을 정치권의 규제 탓으로 몰고가진 말자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산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박물관, 런던 베이글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