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노동하는 아마추어 작가의 회고
2023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는 돈이 나올 곳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 바로 다시 취직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었기에, 알바를 잡기에는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서른이 넘었는데 일천한 알바 경력을 가졌기에, 알바 시장에서 경쟁력이라고는 제로이기도 했다. 이런 경우, 물류 일을 일주일에 며칠 하는 게 가장 나은 선택지임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야기를 접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무서웠다는 것이다.
2023년 당시, 뉴스타파가 보도한 쿠팡 노동자들의 빈번히 사망 소식은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원체 약골 취급 당하던 나이기에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선택한 것은 마켓컬리의 물류 알바를 해보는 것이었다. 선택한 이유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쿠팡에 비해서 마켓컬리는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쿠팡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많다는 보도가 나올 때와 마켓컬리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많다는 보도가 나올 때, 둘 중 타격이 큰 건 누가 뭐래도 마켓 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식자재를 주로 취급하는 마켓컬리는 아무리 무거운 걸 들 일이 있어도 얼마나 무겁겠냐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내고 짜내서 겨우 선택할 수 있었던 일자리가 마켓컬리 물류 일자리였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서 결론을 내린 건 내가 약골 체질이라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물류 일을 하기 시작할 때, 이런저런 고민을 하지는 않았을까? 아무리 곤란한 처지에 놓여 물류 일자리에 나가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몸은 소중한 것이다. 일자리를 알아보고자 할 때, 노동 환경과 안전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다.
취직을 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용돈을 벌 곳을 찾던 당초의 생각과는 다르게 난 컬리의 물류 현장에 2년 넘게 다니고 있다. 취업을 하기보다는 꿈이었다는 작가에 도전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렇게 물류 현장에 오래 다니다 보면 대화를 트게 되는 사람도 종종 있다. 말을 주고받다 보면 이런저런 물류 현장에 오래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쿠팡 또한 컬리와 함께 물류 현장에서는 최상급의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말을 들으면 의아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물류 현장에서는 어떤 이름난 대기업보다 쿠팡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말도 안 나오는 황당한 처우를 받기도 하는 게 물류 현장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컬리에 몇 번 다녀보고 물류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의 일이다. 컬리에 신청을 넣었을 때 떨어져서 올리브영 물류센터에 신청을 해본 적이 있다. 일당이 컬리보다 높아서 끌렸었다. 그러나 그건 12시간 가까이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올라온 일급이었다. 화장품이라면 가벼우니 버틸 수 있을 줄 알고 도전했다. 그러나 화장품은 낱개로 보면 가볍지만, 뭉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부분 병 안에 든 액체이기 때문이다. 그걸 박스째로 들면 쇳덩이처럼 무거웠다. 그렇게 무거운 화장품 박스를 들며 8시간 이상이 흘렀다. 원체 약골 체질이었던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관리자를 불러 조퇴를 요청했다. 물류 센터 휴게 공간에서 조금 쉬고 퇴근 셔틀을 타고 집에 가면 몸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인력 업체 직원은 조퇴를 하고 나면 난 그곳의 근로자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물류 센터 안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난 집은 어떻게 돌아가냐고 물었다. 그곳은 경기도 외곽의 산골짜기, 시간은 새벽 한중간이었기에 퇴근 셔틀이 아니면 집에 가기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력 업체의 직원은 그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잘라서 이야기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정말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아니면 조퇴를 못하게 막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거의 죽어간다고 느끼는 와중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조퇴했다. 그날 집으로 가는 길은 고단했다. 물류 일이라는 게 그런 처우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쿠팡에서는 조퇴를 해도 센터에서 내쫓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 물론 그것이 상식이기에 내쫓지 않는 것이지, 쿠팡이 좋은 기업이라서 내쫓지 않는 것이 아니다.
홈쇼핑 물류라는 공고를 냈는데, 홈쇼핑 업체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공고를 알바 구인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건 대부분 홈쇼핑 업체에서 내는 공고가 아니다. 그건 택배 상하차 노동자를 구하는 인력 업체가 기만적으로 공고를 내는 경우다. 나는 순진하게 그것도 모르고 신청해서 갔다가 하루 공치기 싫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택배 상하차를 한 적이 있다. 난 인력업체에 일하게 될 업체 이름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직영03’이라고 불린다고 말하며 말을 피했다. 그렇게 멋모르고 도착한 곳은 택배 상하차 업무 현장이었다.
이렇게 돌아가는 물류 현장에서 쿠팡을 과연 악질 일자리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물류 현장에서 보게 되는 양아치 같은 일들을 겪고 나면 쿠팡은 그나마 시스템을 갖추고 상식 밖의 일을 하지 않는 곳이다. 그렇기에 물류 현장 중에서는 최상급의 일자리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이다.
그렇지만 쿠팡이 노동을 대하는 자세는 비판을 면할 수 있을까? 혹자는 물을 수도 있다. 물류 현장에서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고. 그렇지만 나는 쿠팡이 물류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나가는 설계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대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물류 시스템으로 배송되는 시대다. 음식, 생필품, 가전제품까지 과거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던 품목들이 이제는 온라인 주문 후 배송받는 비중이 커졌다. 그리고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해서 온라인 유통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쿠팡의 상징인 '로켓배송'은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을 통해 굴러간다. 그렇기에 쿠팡의 물류 알바는 이제 일일알바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국민연금공단에서 파악한 쿠팡과 자회사 고용 인원수는 9만 명이 넘는다(https://www.etnews.com/20251024000195). 일용직은 한 달에 8번 이상 근무한 사람만 국민연금공단에 등록된다는 걸 생각하면 쿠팡 물류센터 등에서 근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팡의 시스템이 노동자에게 안전한가를 묻는다면 대답이 달라진다. 쿠팡의 노동에 대한 후기를 살펴보면, 노동 강도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결과 사망한 사례도 빈번히 보이고 있다. 2024년 5월 28일, 고 정슬기 씨는 쿠팡 CLS 관리자의 배송 독촉 메시지를 받고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변을 한 후에 배송을 이어가다가 과로사하였다. 정슬기 씨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2년 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쿠팡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등 3곳에서 일하다 숨진 물류센터 노동자, 택배기사는 모두 23명으로 집계됐다(https://v.daum.net/v/6HhDk35TOq). 쿠팡은 물류 시스템을 대규모로 확충하여 자신들의 강점으로 삼았다. 그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이커머스 1위 플랫폼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깔려있는 것이다. 쿠팡은 안전한 물류 시스템의 표준을 세우지 못했고, 2025년에만 8명의 사람이 쿠팡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81251_36799.html)
쿠팡은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물류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물류 시스템 속에서 사람이 안전하지 않고 죽어나간다면 쿠팡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기업이 만들었다면, 그 안에서 사람이 죽지 않게 할 책임 또한 오롯이 그것을 설계한 몫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물류 시스템 속에서 일하다가 죽는다면, 시스템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받는 업무 부담을 줄였어야 했다. 더 많은 사람을 투입하거나, 시스템의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쿠팡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대신 사망자들의 지병을 탓했다.
쿠팡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은 비단 물류 시스템 설계자로서 져야 할 안전에 대한 책무만이 아니다. 쿠팡은 여러 법적인 책임마저도 회피하려고 했다. 법적으로는 일용직이라도 1년을 일했다면, 중간에 잠깐 짧게 일한 기간(4주 평균 15시간 미만)이 있어도 그 기간만 빼고 앞뒤 날짜를 더해서 1년을 채우면 퇴직금을 줘야 한다. 그런데 쿠팡은 이러한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으려고 했다. 쿠팡 CFS는 취업규칙에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기준을 '1년 이상 근무했고, 해당 기간 동안 4주 평균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경우'라고 규정해 버렸다. 잠깐이라도 짧게 일한 기간이 있으면, 그전까지 쌓아온 근로 기간을 리셋시켜 버리기로 한 것이다. 공백 기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근로 기간을 리셋시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법이다. 이와 같이 쿠팡은 국내 법적으로도 보장되어야 하는 노동자의 이익을 침해하려고 했다.
쿠팡이 과로사의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 또한 드러났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 동안 야간에 일용직으로 일하던 장덕준 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산재를 은폐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이 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한국 쿠팡 대표였던 김범석 쿠팡Inc의장은 쿠팡 실무진이 장 씨의 근무 영상을 분석한 자료를 보고 받고는 “이건 우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내일 아침 국회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질책했다. “물 마시기, 대기, 잡담·서성거림, 빈 카트·잭 옮기기, 카메라 밖, 짐 없이 이동하기, 화장실” 등을 언급하며 장 씨의 이런 행동을 영상에서 찾아내라는 지시를 했다. 김범석 의장은 특히 “그(장 씨)가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들(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시급제 노동자들이다, 성과가 아니라 시간급을 받는다”며 열심히 일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장덕준 씨가 자신들의 시스템 속에서 너무 힘들게 일하게 되어 사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지 않으려고, 시급제 노동자라는 자신만의 관념 속으로 도피해 버린 것이다. 이처럼 쿠팡은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들의 시스템의 오류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마저도 조작을 통해 회피하려고 했다.
이와 같이, 쿠팡은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고용한 시스템은 고강도 노동으로 악명 높다. 물론 기존 물류 일자리와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로켓배송이라는 기존과는 다른 서비스를 위해 수많은 노동자를 고용했다. 그리고 그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 점차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다. 이는 기존의 물류 노동 인력풀 바깥의 인력까지도 끌어들여 근로 계약을 맺은 것이기에, 그들이 물류의 ‘표준’을 새로 세워야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도 안전한 서비스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에게 압박을 주는 방식을 택했고, 그로 인해 과로사가 발생한 경우에도 자신들의 법적인 책임을 피하려고 했다. 심지어는 일용직으로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조차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했다.
쿠팡은 작년 12월 발견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인하여 대대적인 국회 청문회를 받게 되었다. 그 청문회 과정에서 쿠팡이 얼마나 자신들이 기업으로서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조직인지 국민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쿠팡이 사회적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는 기업임을 그제야 우리 모두가 실감해야 했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다. 수많은 노동자가 죽어나갈 때 이미 드러났던 그 무책임한 민낯을, 왜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2020년대에는 우리의 공론장이 정치인 개개인의 법적 리스크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분명 윤석열 정부가 실정과 비리로 얼룩진 정권이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정권이 검찰 정권이었기에 정치인 개개인들의 사법리스크를 정권 차원에서 더욱 공론장 한가운데에 끌어들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진짜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할 것들을 논의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언론들은 쿠팡의 노동에 대한 수차레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 사회가 그에 대한 건전한 논의를 발전시켜오지는 못했다.
많은 이들이 구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물류와 같은 일용직을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생계 수단으로 삼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로 물류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으므로 많은 인력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더욱 AI 발전과 함께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물류 업계는 이런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컬리에 만족하며, 다른 물류 일자리에는 가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정부에서 근로감독관을 대대적으로 증원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런 정책 기조를 확대하여, AI에 밀려나게 되는 사람들의 일자리 하나하나를 더욱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너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