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 1심 판결에 대한 논평들을 보고서...
김건희 씨에 대한 1심의 판결이 나왔다. 확실한 법적 판단까지는 아직 한참이 더 남았다. 그러나 1심은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판단이 나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명태균 게이트, 통일교 관련 알선 수재 의혹 등 김건희 씨 하면 떠오르는 가장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모인 재판인 만큼 못해도 5년은 나오지 않겠느냐는 예상들이 있었다.
형량은 예상치 못하게 1년 8개월이 나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무죄가 나왔다. 그리고 통일교 관련 알선 수재 의혹에 관련해서만 혐의가 인정되며 1년 8개월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들의 논평은 다음과 같았다.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은 판결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명목으로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사법부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논평을 들으며 자뭇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법감정에 알맞지 않은 판결이 나왔다면 그것은 사법부의 책임일까?
사법부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나온 증거들을 토대로 하여 재정된 법률에 따른 판결을 하는 것이다. 사법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죄형법정주의, 증거 중심의 판단, 그리고 법적 안정성일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법감정을 중심에 두고, 그에 알맞도록 법을 설계해 나가야 할 책임은 입법부에 있다.
도이치모터스가 무죄가 난 것에 대해서는 주가조작 방조죄를 예비로 걸어놓지 않았던 특검의 탓으로 보인다. 그리고 명태균게이트와 관련해서 무죄가 나온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법감정을 중심에 두고 유죄가 난 통일교 알선수재에 대해서만 논해 보고자 한다.
김건희 씨가 왜 알선 수재로 밖에 기소되지 않았는가? 김건희 씨가 기소된 특가법 상의 알선 수재에 대한 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ㆍ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의 대상자는 일반인이며, 단순히 공무원의 직무에 해당하는 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상당히 광범위한 범위에 적용되는 법률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공연단 단장이 A시의 문화정책과 과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브로커에게 돈을 주면서 이번 문화 사업에 우리 공연단이 선정될 수 있도록 과장님께 이야기를 잘 부탁한다는 일과
통일교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씨를 통하여 캄보디아 ODA 사업과 같은 거대한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일에 관여한다는 일이
어떻게 같은 법률로 재단해야 한단 말인가?
고위공직자의 주변인들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렇기에 고위공직자의 직계가족이 무언가를 요구받는 일을 막기 위한 특별한 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법안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입법 미비가 아닌가?
여권 관계자는 이 말을 들으면 다음과 같이 반응할 수도 있다.
김건희 씨와 같이 공적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대통령 배우자는 없었다.
그 말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이번에 내가 논하는 논제와는 거리가 있다.
박연차 게이트와 연루되었던 권양숙 여사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대통령의 직계가족이 비리에 연루되었던 일은 많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문제는 말이 많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문제 또한 말이 많았다.
이러한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대통령의 직계가족에게 금품을 제공하며 무언가를 알선하는 일에 5년 이상의 중벌을 내릴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정치권은 그러한 법안은 만들어놓지는 않았다.
법을 회피해서 뭔가 큰 사업을 벌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대통령의 직계가족과 같은 사람들은 이용하고 싶은 대상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정농단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국정농단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대통령의 직계가족을 동네브로커와 동일 선상에 놓고 재단하는 법안은 국민들의 법감정에 어긋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여야가 이를 따로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은 사실 암묵적으로 둘 다 그런 법안을 원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와 같이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입법부가 김건희 씨에게 적용될 알맞은 법안을 제정해 놓지 못한 것은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왜 그와 같은 말은 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사법부가 법감정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가? 이것은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는 일이다.
사법부가 살펴야 할 것은 증거와 법률이며, 국민의 법감정은 입법부의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