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했던 지귀연 판사, 그럼에도 수고 많았다

by 심준경

지귀연 판사라는 이름이 한국 정치에 언급되기 시작된 것은 누구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는 판결을 내려졌던 3월 7일 때문이라 할 것이다.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다소 생소한 취지로, 판결이 내려졌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 원칙에 비춰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기간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 논리는 즉시 반박이 가능한데, 형사소송법 66조 1항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① 기간의 계산에 관하여는 시(時)로 계산하는 것은 즉시(卽時)부터 기산하고 일(日), 월(月) 또는 연(年)으로 계산하는 것은 초일을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효(時效)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아니하고 1일로 산정한다."


법률가가 아닌 내가 보더라도, 법률에 이렇게 명확히 적혀있는데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논거가 지극히 부족해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한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지귀연 재판부의 생각은 구속 기소 전에 구속 기간이 끝났다는 데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판단-나로 표기된 '그 밖의 사정들'에 있다는 것이다. 즉, 형법 해석에 보수적일 상급 법원이 법률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것을 돌려보낼 것이 뻔하니, 이런 식으로 퇴짜 맞을 논리를 주요 논리로 삼고, '그 밖의 사정들'에 윤석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의 논리를 써서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내란죄가 공수처의 수사 범위가 맞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판례도 없으니 직접 결정하긴 부담스럽고, 상급 법원의 판례를 받아보려 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맹렬한 지지자가 아닌 이상에야, 내란죄 수사 범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잔기술을 써봤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형사소송법 66조에 너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 것을 전위적으로 뒤엎으려 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귀연 판사라는 캐릭터를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큰 일을 맡기에는 너무 소심한 사람이라서, 큰 일을 맡은 후에 이리저리 윗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사람. 그런 상상을 하고 나면 괜히 이리저리 국민적 비판 대상이 된 지귀연 판사에 대해 불쌍하다는 감정까지도 들 정도였다.


그랬던 지귀연 재판부가 1년이란 시간을 들여 재판을 마치고 내란죄 선고를 내렸다. 1년이란 시간은 한 사건을 맡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어서, 온건한 성품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시간을 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윤석열 변호인 측이 내세우는 너무 많은 증인들을 다 받아주느라 그렇다고 보였다. 그렇게 보고 나면 또다시 '소심한 지귀연 판사'라는 내 이미지 속의 인물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윤석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내세우는 증인들을 쳐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아주는 사람. 또다시 괜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왜 사형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아무래도 1심에서 무기징역을 내린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논점이 되는 재판일수록 중요한 것은 판결에 대한 감정적 쾌감이 아니라, 판결의 안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논의가 되는 재판이 재판부에 따라 판결이 바뀐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못하다. 7년간의 독재로 이어졌던 전두환 소장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도 무기징역인데, 이번의 내란 사건이 사형이 나올 것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러니 무기징역으로 대법원까지 안정적으로 판단되는 편이 사회적 후과를 생각했을 때 더 좋을 것 같다는 편이다.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을 위시한 윤어게인 세력의 논리에 대해 명확하게 반박한 부분들은 많이 있다. 먼저, 현직 대통령이더라도 국가의 헌법 기관을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하면 명백하게 내란이란 것이다. 또한 정치인을 체포하는 체포조가 운용되었다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주었다.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는 수사를 받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논리 또한 명확히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이 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금 본회의장 앞까지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에 접근을 못한다. 문을 부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취지로 보고를 받고,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일선의 장병들이 이것을 수행하지 않으려 한 것이지, 윤석열 전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물리력 자제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양형의 기준에서 최대한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려고 했다고 말한 지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비상계엄령이 즉흥적인 결정이었다고 판단한 지점은 아쉽다. 특검의 수사가 부실했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증거를 찾기가 어려운 지점일지는 모르겠다. 또한 지귀연 재판부가 '애매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 소송의 원리에 집중해서 그런 판단이 내려진 것일 테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장군들을 모아 술을 마시려고 하면서 자기 사람을 포섭하려고 한 것, 그 이전에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서 국지적 도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 것 등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에는 비상계엄령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판부는 비상계엄령을 계획한 것을 12월 1일부터라고 보았다.


내란 자체에 장기 집권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 또한 아쉽다. 분명히 그런 의도를 담은 문서나 증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선례들을 살펴보았을 때에 그와 같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권력을 획득한 이들이 종국에는 내가 법정에 서지 않기 위해 장기 집권을 한 사례가 분명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다. 5.16 군사 정변 당시는 분명히 재선까지 성공한 후에 김종필 전 총재에게 대권을 넘겨주는 걸 생각한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왜 굳이 김종필 전 총재가 그렇게까지 3선 개헌에 반대했겠는가?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결국 유신 독재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가지 않았던가.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지점은 내란을 계획한 이들에 대해서 보다 단호한 어조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공화국의 구성 원리나 민주주의에 대한 강조가 없이, 찰스 1세 같은 타국의 역사적 사례로 파고 들어가서 이런 범죄는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서 재판부에게 일종의 소심함이 엿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같은 법원의 이진관 재판부의 경우에는 굉장히 단호한 어조로 왜 이런 것은 중대한 범죄인지를 말한 것과는 대비된다.


그러나 이 글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지귀연 판사는 일종의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가 정치인으로서 발언해야 하는데, 그와 같은 발언을 한다면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란 최종적으로 내가 속한 사회에서 그와 같은 악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을 다하는 윤리를 통해서 평가받는다. 그러나 판사는 그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지귀연 판사는 증거에 기반한 판단, 그리고 꼼꼼한 법리의 적용과 같은 것을 통해 평가받는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토록 중대한 내란 재판을 맡게 될지 어찌 알았단 말인가.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소심했던 지귀연 판사, 그래도 윤어게인 세력들과 계속 상대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고생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결문은 이와 같아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본인들 스스로 국가의 최고 판단 기관의 업무를 맡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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