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에게 대안은 있는가?

by 심준경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세력 내부에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보수에게는 분명한 과제들이 있다. 무능했던 윤석열 정부나 그 상징들로부터 멀어지기, 현행 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제시, 축소되어버린 지지 기반 재설계. 이 과제들은 모두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영남과 고령층으로 축소되어버린 지지 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동력을 가질 수 없다. 새로운 담론을 가진 이들이 동력을 갖지를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나 그 상징들로부터 멀어질 수가 없다. 그러나 현재는 세 가지 모두 요원해보이는 실정이다.

이번 주에 화제가 되었던 발언, 한동훈 전 대표가 구포 시장에서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속 집권 중이었어도 코스피 5000, 6000 가능했다”는 말은 한국 보수 내부 대안 세력의 무능함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금의 주식 시장 호황이 반도체 사이클 덕분이니, 어떤 정부라도 지금의 주가 지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반도체 사이클을 타더라도 2000선에서 코스피가 멈춰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말이었다. 실제로 코스피의 부진의 상당 부분은 한국의 자본 시장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개선하고자 했던 자본 시장의 병목은 분명했다.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댔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기업이 사실상 특정 가문의 이해만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구조가 문제라는 진단이었다. 주주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주식 시장에 기꺼이 돈을 내어놓지 않는다. 자본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 그 여파는 결국 사회 전반의 혁신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보수 세력이라면 이 진단 자체만큼은 인정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인정과는 별개로, 자사주 소각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의 문제는 따로 짚었어야 했다. 자본 시장에서의 이윤 배분 문제와 경영권 방어 문제는 겹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축일 수도 있다는 지점을 파고 들었어야 했다. 대안도 없이 자사주와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일괄적으로 제거한다면, 기업은 언제든 적대적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단기 실적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장기적인 투자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단기 실적 압박은 경영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장기 투자가 위축되면 그 여파는 연구개발 인력 축소,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쥐어짜내기 계약, 제조업 축소 등등으로 지역 시장에 돈이 돌지 않게 될 수 있다. 재벌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정작 재벌에 기댄 서민이 피해를 입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보수가 강했던 시절은 부유층뿐만 아니라, 서민들도 보수를 지지하고 투표해줄 때였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이었어도 코스피 6000” 발언은 증권 시장에서의 상승과 달리 서민들의 시장에는 돈이 돌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다가 발언되었다. 그렇다면 그 이후 이어질 말은 어느 정부여도 가능하다가 아니라, 회사들에게 경영권 방어 수단이 주어지지 않으면, 단기적인 지표에 집중하면서 연구나 직원들에 대한 투자과 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비전을 관리하면서 시장에 돈을 쓰는 일이 부족해질 수 있음을 지적했어야 한다.

한국 전체 종사자의 약 78%는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다. 제조업 중소기업 중 절반 가량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수탁기업이며, 이들의 모기업 매출 의존도는 평균 81%를 넘는다. 재벌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단기 실적 압박이 공급망을 타고 내려온다면, 그 끝에는 재벌과 무관해 보이는 중소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있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언어가 닿지 못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보수가 서민을 끌어당겼던 것은 성장의 과실이 아래로 흘러간다는 믿음이 살아있을 때였다. 재벌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재벌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굴러가야 서민도 먹고산다는 내러티브.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이재명 정부의 프레임과 대비되면서도 더 넓은 유권자에게 닿을 수 있는 노선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노선의 설정보다는 단순한 현 정부 성과 폄하만으로는 보수가 대안적 세력이 되기는 어렵다.

보수 언론 내부에서는 이번 주 내내 오세훈 시장, 이준석 대표, 한동훈 전 대표의 연대를 바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셋이 모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인물 간의 갈등이 아니다. 공통의 지향이 없다. 윤석열에 반대한다는 것, 이재명 정부를 견제한다는 것, 그것은 포지션이지 노선이 아니다. 그렇기에 셋이서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면서 경쟁하면서도 단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이다. 오로지 비슷한 포지션을 추구하는 셋의 이해관계에 따른 권력 게임만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보수가 되짚어봐야 하는 문제는 한국 보수에게 대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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