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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 상권의 이중 구조와 무임승차 논의의 한계

2024년 1월 29일에 얼룩소에 올린 글

by 심준경

대학생 시절 공모전 준비로 종로3가역 근방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경험한 종로3가 역에는 2개의 상권이 존재했다.



하나의 상권은 돈이 좀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상권이다. 그 상권에는 어르신들이 기원에 가서 바둑을 둔 다음에 불고기를 드시러 간다. 불고기를 다 드시고 나면, 전통찻집에 간다. 이 분들에게는 지하철 무임승차 논의가 별 것 아닌 문제일 수 있다.



종로3가를 이루는 또다른 상권은 파고다 공원 인근이다. 파고다 공원 인근에는 4천원 짜리 국밥을 먹고, 막걸리를 한 병 사드실 돈이 없어서 천원에 막걸리를 한 잔에 사드시는 분들이 계셨다. 바둑은 추워도 공원에서 두고 계셨다. 그 분들에게 이곳은 생명줄과 같은 공간이었다. 돈이 별로 없어도 노인을 위한 시설들이 있고, 노인들이 모여 있다. 그래서 이곳에 모여 공원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신다.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 알만한 것을 다시 한 번 꺼내자면 한국의 76세 이상 후기 노인의 빈곤율은 52%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않는 파고다 공원에 들어앉아 청년이 말을 걸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신다. 아니면 골방에 계신다. 아니면 폐지를 줍는다. 우리처럼 인터넷을 하지 않기에 인터넷에서 딱히 주장을 펼치지 않으신다.



사실 그분들에게는 지하철 무임승차 논쟁은 큰 문제일 수 있다. 파고다 공원에 앉아계시던 분들 중 많은 수는 파고다 공원까지 오는 무임승차 덕분에 남은 돈으로 4000원 짜리 국밥을 먹고, 막걸리 한 잔이라도 사드실 수 있는 것일테다. 노인분들이 그곳과 연결되지 않으면 노인의 정서적 고립이나, 물리적 빈곤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분명 파괴력이 있다. 하지만 고쳐야 할 지점은 대표의 말하기 방식이다. 이준석 대표는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프로그래머는 자신에게 보이는 문제를 분석하여 눈앞의 문제를 가설을 통하여 해결할 것으로 정의내리는 방식으로 단순화한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는 문제를 자기에게 보이는 방식으로 정의하며 눈앞의 문제를 단순화한다. 그리고 그것의 효과가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숙고하지 않는다.



무임승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이제 무임승차 공약은 자신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또 그는 대중적 공감을 얻을만한 발언을 만들어냈다. 그때 나오게 된 발언이 문제의 경마장 발언이다. 굳이 4호선만 콕 찝어서 그렇게 말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들 뿐이다. 종로3가역과 같은 서울의 구도심지, 노인들이 많이 찾는 1호선 라인으로 이야기를 해줬으면 하는데, 굳이 4호선 경마장 발언으로 감정에 불을 붙일 필요가 있었나.



사람들이 궁하다보면 바보 같은 짓 많이 한다. 나는 힘들 때마다 로또에 5만원씩 꼬라박기도 한다. 경마장역에 경마를 보러갔건, 근처의 공원이 좋아서 갔건 여러 노인분들이 경마장에 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분명 경마장에 갔을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그것이 자신이 펼치고자 하는 정책의 본질인가? 지하철 안 태우고 1년에 12만원 교통비 쥐어주면 경마장 가던 사람이 경마장에 안 간다는 말인가? 도박 중독 치료가 그렇게 쉽고 기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으면 라스베가스는 얼마나 평안한 도시였겠는가?



그런 식의 발언은 자신이 무상급식 논쟁에서 삼성 이건희 씨 손녀의 급식에도 돈 대줘야하냐는 마타도어나 펼쳤던 한나라당의 후예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할뿐이다.



부디 개혁신당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도 숙고하여 말들을 했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나라 후기 노년층의 상당수는 연금 혜택을 못받는다. 그러니 그분들에게 무얼 해드려야 할지,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교통문제를 전면에 내걸은 용기는 칭찬한다. 그러나 부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까지 숙고하여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면서 전기 노인들에게는 바우쳐를 주는 것과 같은 정말 현실적인 공약을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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