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침사추이를 가다
2016.06.03
현재 진행 중인 회사 프로젝트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미루고 미뤄진 오픈 일자 이기에 더 이상의 지연은 허락되지 않은 상태였다. Due Date를 맞추기 위해 야근은 당연한 업무 시간 인 마냥 일을 하고 있었기에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은 모두 예민한 상태였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를 감당하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었다. 거기다 함께 일하던 상사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갑자기 병가를 내게 되었고, 모든 업무가 나에게 쏟아진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떠나게 되었다. 한 달 전, 지금 이쯤이면 대부분의 일거리들이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행기표를 끊었었다. 뭐 하루쯤이야 괜찮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 보았지만 걱정반 근심반으로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업무에 대한 근심반, 여정을 짜지 못한 채 가족들의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는 걱정반.
엄마, 새언니, 둘째 조카 그리고 나 이렇게 넷만의 여행은 정신 없는 틈 속에서 시작되었다.
티켓팅을 위한 기다림, 보안검색대 통과를 위한 기다림,비행기에서 착륙을 위한 기다림, immigration 통과를 위한 기다림, 짐을 찾기 위한 기다림, 마지막 관문인 호텔 체크인을 위한 기다림.
여행은 언제나
이 길고 지루한 기다림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이 기다림을 참아야만 결국 내가 원하는 그것,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
호텔 도착 후, 내가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은 홍콩의 야경이었다. 침사추이의 항구를 따라 펼쳐진 홍콩의 야경을 본다면 긴 여정의 피로가 씻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제일 먼저 떠올랐다.
조카와 엄마의 입맛에 맞는 중국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선택한 메뉴였다. 하버시티의 M&C Duck 에 가서 오리 한 마리, 샤오롱바오, 계란 볶음밥을 시켰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생각보다 느끼 하지 않았던 북경오리 탓인지 가족들이 모두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졌다. 배 두둑히 첫 끼겸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기 위해 항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버시티 밖으로 펼쳐진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니 '아 ! 홍콩에 왔구나' 를 실감하게 되었다. 여러 번 홍콩을 방문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행은 사람을 이리도 설레게 하나 보다. 이 거리를 네 사람이서 손을 꼭 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홍콩까지 오기 위한 여정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네온사인을 벋어 나니 내가 엄마와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홍콩의 야경이 펼쳐졌다. 자동반사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 곳이 홍콩인지 한국인지 보다도 엄마와 할머니, 고모와 하루 종일 노는 게 마냥 즐거운 5살 조카와 늘상 하던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을 해보는 엄마, 잠시나마 삶의 무게에서 벗어 난 새언니, 그리고 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챙기고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었다.
함께 걷는 새로운 도시 속 그 거리, 함께 처음 맛보는 그 맛을 같이 나누고 경험할 수 있기에 그 즐거움은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짜리 페리 투어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야경을 구경하다 보니 그렇게 길고 긴 첫날의 여정이 끝났다.
제가 이번에 홍콩에서 묵었던 호텔은 Harbour
Gradn Kowloon Hotel입니다. 영화 도둑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전지현이 수영하던 곳으로 유명 한 곳이기도 합니다. 5성급 호텔에 비해서는 조식 및 서비스는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수영장 때문에 선택하였는데 수영장은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으나 가족들과 즐기기에는 무난했습니다. 야외 수영장으로 하버뷰를 보면서 수영할 수 있는 것은 장점입니다. 그리고 영화 도둑들 때문인지 호텔에는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위치는 침사추이와 택시로 8분 정도 떨어져 있고 홍콩 섬과는 택시로 15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습니다. 아이가 있어서 주로 택시로 이동을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