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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Jun 07. 2016

길고 긴 기다림의 끝

홍콩. 침사추이를 가다

2016.06.03


정신없는 한 주가 지나고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회사 프로젝트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미루고 미뤄진 오픈 일자 이기에 더 이상의 지연은 허락되지 않은 상태였다. Due Date를 맞추기 위해 야근은 당연한 업무 시간 인 마냥 일을 하고 있었기에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은 모두 예민한 상태였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를 감당하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었다. 거기다 함께 일하던 상사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갑자기 병가를 내게 되었고, 모든 업무가 나에게 쏟아진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떠나게 되었다. 한 달 전, 지금 이쯤이면 대부분의 일거리들이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행기표를 끊었었다. 뭐 하루쯤이야 괜찮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 보았지만 걱정반 근심반으로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업무에 대한 근심반, 여정을 짜지 못한 채 가족들의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는 걱정반.

엄마, 새언니, 둘째 조카 그리고 나 이렇게 넷만의 여행은 정신 없는 틈 속에서 시작되었다. 


여행의 첫날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티켓팅을 위한 기다림, 보안검색대 통과를 위한 기다림,비행기에서 착륙을 위한 기다림, immigration 통과를 위한 기다림, 짐을 찾기 위한 기다림, 마지막 관문인 호텔 체크인을 위한 기다림.

여행은 언제나
이 길고 지루한 기다림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이 기다림을 참아야만 결국 내가 원하는 그것,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


호텔 도착 후, 내가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은 홍콩의 야경이었다. 침사추이의 항구를 따라 펼쳐진 홍콩의 야경을 본다면 긴 여정의 피로가 씻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제일 먼저 떠올랐다.


우선 홍콩에서의 첫끼는 북경오리를 선택했다.

조카와 엄마의 입맛에 맞는 중국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선택한 메뉴였다. 하버시티의 M&C Duck 에 가서 오리 한 마리, 샤오롱바오, 계란 볶음밥을 시켰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생각보다 느끼 하지 않았던 북경오리 탓인지 가족들이 모두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졌다. 배 두둑히 첫 끼겸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기 위해 항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버시티 밖으로 펼쳐진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니 '아 ! 홍콩에 왔구나' 를 실감하게 되었다. 여러 번 홍콩을 방문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행은 사람을 이리도 설레게 하나 보다. 이 거리를 네 사람이서 손을 꼭 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홍콩까지 오기 위한 여정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홍콩, 네이든 로드>


네온사인을 벋어 나니 내가 엄마와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홍콩의 야경이 펼쳐졌다. 자동반사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 곳이 홍콩인지 한국인지 보다도 엄마와 할머니, 고모와 하루 종일 노는 게 마냥 즐거운 5살 조카와 늘상 하던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을 해보는 엄마, 잠시나마 삶의 무게에서 벗어 난 새언니, 그리고 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챙기고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도 누구와 함께 떠나느냐가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함께 걷는 새로운 도시 속 그 거리, 함께 처음 맛보는 그 맛을 같이 나누고 경험할 수 있기에 그 즐거움은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짜리 페리 투어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야경을 구경하다 보니 그렇게 길고 긴 첫날의 여정이 끝났다.

제가 이번에 홍콩에서 묵었던 호텔은 Harbour
Gradn Kowloon Hotel입니다. 영화 도둑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전지현이 수영하던 곳으로 유명 한 곳이기도 합니다. 5성급 호텔에 비해서는 조식 및 서비스는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수영장 때문에 선택하였는데 수영장은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으나 가족들과 즐기기에는 무난했습니다. 야외 수영장으로 하버뷰를 보면서 수영할 수 있는 것은 장점입니다. 그리고 영화 도둑들 때문인지 호텔에는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위치는 침사추이와 택시로 8분 정도 떨어져 있고 홍콩 섬과는 택시로 15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습니다. 아이가 있어서 주로 택시로 이동을 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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