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nda Jun 19. 2016

배려와 양보

2층 버스 타고 홍콩여행

2016.06.05

우리는 늘 상 우리가 갖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환상이 있는 듯하다.

홍콩에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엄마도, 새언니도 조카도 같은 대답을 했다. 바로 2층 버스를 타보고 싶다고 하였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버스이기 때문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나 역시도 누군가가 홍콩에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홍콩의 교통수단이라고 대답한다.


2층 버스며, 트램이며, 페리를 타고 항구 사이를 건너는 일이며, 다양한 교통수단을 경험하는 것은 홍콩 여행의 묘미 중에 하나 이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교통인 2층 버스보다는 관광 투어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홍콩을 돌아보기로 했다. 홍콩 섬 페리 선착장에 Big tour 버스를 타기 위해 가 보니 다양한 경로의 Big Tour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경로는 스탠리 경로로 오늘은 이 버스를 타고 리펄스베이 비치로가 해수욕을 해보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다행히도 리펄스베이에는 탈의실과 샤워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여행 3일 차, 여전히 설렘 한 가득 안고 Big tour 2층 버스 티켓을 사고 그날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날씨가 30도를 육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전경을 구경하고자 펑 뚫린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으나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2층 관광버스를 타고 홍콩 시내를 돌아 보기로 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좁은 홍콩 도시의 도로를 굽이굽이 버스가 지나간다. 천정이 없는 2층에 앉아 바로 내 옆을 따라 펼쳐진 빌딩 숲을 스쳐 지날 수 있는 경험은 이 곳, 홍콩에서만 할 수 이는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워낙 좁은 도로 탓에 지나가는 울창한 나무 숲들도 직접 손으로 만져 볼 수 있었다. 스탠리 코스는 홍콩 빌딩 숲이 몰려 있는 도심을 가로질러 리펄스 맨션이 있는 리펄스 베이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여행함에 있어서 상대방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

뭐 비단 여행에서만 적용되는 건 아닐 것이다. 일상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감에 있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양보와 배려는 우리 삶에서 필요한 필수 조건이 아닐까. 또 그래서 관계는 언제나 어려운 일인 것처럼 말이다.

해변에 도착 했을 때 엄마는 햇빛이 심하고 인공으로 만들어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참으로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손자가 물놀이를 워낙 좋아하기에 2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낯선 이 나라에서 아무 불평 없이 그냥 그렇게 묵묵히 우리를 기다렸다. 손자와 딸과 며느리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양보를 하신 것이다. 많이 걷는 것을 힘들어하는 엄마 탓에 홍콩에서의 쇼핑을 포기한 나와 새언니처럼 말이다. 그렇게 리펄스베이에서 한참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저녁시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챙겨 다시 숙소로 향했다.

저녁 여정은 다시 Big tour 버스를 타고 야간 관광을 즐기기로 했다.

마침 숙소에서 잠시 쉬는 동안 소나기가 한차례 쏟아진 후라 후덥지근했던 날씨가 조금은 선선해져 있었다. 2층에 앉아 관광을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침사추이에 페닌슐라 호텔 앞에서 야간 투어가 7시부터 시작한다고 하여 우리는 침사추이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2층 버스에 올라탔다.


홍콩의 밤은 낮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홍콩 시내를 도니 걸으면서 시내를 둘러볼 때 보다 더 한눈에 홍콩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질서 없이 올려진 아파트들이며, 70년대 같은 홍콩의 시장 풍경이며, 세계 어느 곳보다 화려한 도심 속 고층건물들이며 상반대 모습들의 이 도시 속에 축소판처럼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내가 이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양과 서양의 모습,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듯 한
상반대 매력을 지닌 이곳.


반전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매력적인 것처럼 말이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던 덕에 엄마도 낮동안 힘든 여정을 떨쳐 버린 채 이 순간을 즐거워하셔서 마음에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짧은 여행은 끝나가고 있었다.


리펄스베이 맛집 - 더 베란다 [The Verandah]
리펄스베이에서 점심으로 선택하여 찾아간 곳은 더베란다입니다. 색계에서 탕웨이가 차를 마시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리펄스 맨션 1층에 위치한 이곳은 마치 70년대 영국의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곳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애피타이저로 뷔페처럼 음식을 즐기고 메인을 주문하는 형태로 일인당 약 10만 원 정도의 밥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비싼 만큼 서비스는 참 좋았습니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뷔페에는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급 맨션인 만큼 맨션 1층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샵들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홍콩 여행 중 자신을 대접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가서 음식을 맛봐보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


매거진의 이전글 길고 긴 기다림의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