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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May 08. 2016

여정의 끝

여행 그 완전체

2016.02.08, at the Last day in New York
<JKF 공항으로 가는 우버 안에서>


시작하지 않을 것 같았던 여행이 시작되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행이 끝났다.

영화 속에서만 보고 상상하던 거리를 걷고, 가보고 싶었던 장소를  모두 가보았다.


여행은 시작할 때 그리고 그 여정이 끝나고 난 후 회상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새로운 곳을 마주하게 될 기대감과 끝난 후의 가지게 되는 그리움으로 인해 여행의 시작과 그 끝이 가장 즐거운 것이 아닐까


사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내내 도시 구석구석을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일은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루 종일 거리를 걸어 다닐 일은 크게 없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은 우리를 쉼 없이 걷고 또 걷게 끔 한다.

<휘트니뮤지엄에서 바라본 뉴욕>

나 역시도 여행하는 8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매일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기에 여행에 대한 기대의 비례만큼 육체적으로도 지쳤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후의 여행의 뒤를 돌아보는 일은 그 피곤함마저 즐거운 기억으로 추억하게 된다. 일상으로 복귀 이후, 난 이번 여행을 어떡해 기억하게 될까?

10년 전, 혼자서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여행이란 걸, 그것도 혼자서 여행을 한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숙소를 정할 때 주변 지인들로부터 가격이 싸고, 밥 세끼를 꼬박 챙겨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숙소를 결정했었다. 그때 파리를 시작으로 로마와 피렌체, 베네치아, 니스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파리에 머물렀을 때 당시 나의 숙소의 위치는 인터넷에 치면 파리에서 가장 위험한 동네로 나오는 북역이라는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

심지어 니스에서 묵었던 곳은 1박에 만 오천 원이었고 그 근처에서 가장 싼 게스트 하우스였다. 그때는 그저 처음으로 여행을 한다는 설렘과 기대 속에 밥 세끼 주고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하다는 소리에 그냥 그렇게 숙소를 그곳으로 결정했던 듯하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는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많은 곳을 여행하게 되었고, 5성급 호텔이라는 곳을 묵어보기도 했다. 여행을 간다는 의미에만 행복해하던 나에서 여행을 통해서 오는 경험에 집착하는 나로 바뀌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사람을 이리도 까탈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더 이상 여행 그 자체에만 행복해하는 나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여행 자체가 여행의 완전 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 그 길 위에서 내가 가는 곳곳, 내가 사고 있는 것들, 내가 먹는 것들, 내가 마시는 것들 내가 만나게 되는 인연, 그리고 내가 자는 공간 모두가 나에게는 여행에 일부가 되어 버렸다. 뉴욕에서 먹고 자고 보고 느낀 이 경험의 완전체를 통해서 나는 이번 여행을 어떻게 기억할지?


<브루클린 브릿지 건너는 페리안에서 바라본 뉴욕>
<World Trade Center 에서 바라 본 뉴욕>
<World Trade Center>


여정을 마치며,

오롯이 나만 느끼고 회상할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가지고 떠날 수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본다.


뉴욕 여행을 하다 보면 지하철에서 공연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아무 영혼 없이 공연을 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띕니다.
하지만 Union Square 지하철 역을 지나다 발길을 멈추게 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은 진짜 자신들의 공연을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인지 지나가는 많은 이들의 발목을 잡았고 박수도 많이 받았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은 그 눈빛에서 감춰지기가 힘든 듯합니다. 비록 지하철역에서 공연하는 그들이었지만 제 눈에는 너무나 멋져 보였습니다. 공연하는 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눈빛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지하철역인지 조차 잊게 만듭니다. 한참을 서서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얼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뉴욕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고 느끼면서 한 가지 생각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을 무엇일까입니다. 당장 저는 그 무언지 모르는 제가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현재 일상을 던져 버리지는 못합니다. 꼭 내가 가슴 뛰는 일을 해야만 정답이고 옳은 삶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가슴 뛰는 일도 일상이 되고 삶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무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조금이나마 실천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실천과 변화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현재의 일상을 과감하게 버리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저 아줌마는 그냥 지나가다가 저렇게 혼자 나와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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