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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Mar 16. 2022

 나는 성인 ADHD 일까?

습관 고치기 프로젝트

며칠 전 오은영 박사님이 성인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보고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서 전체 방송 분량이 올라오기도 하고, 오은영 박사님이 해주는 너만 그런것이 아니다와 같은 진달들을 통한 왠지 모를 위로, 늘 완벽하게만 보이던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허물을 가감없이 털어놓는 모습을 보며, 사람 사는 건 다 마찬가지구나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기적인지만, 특히나 누구보다 화려해 보이는 이들의 뒷면을 보며 위로를 받게 되는, 그런 프로그램 중에 하나이다.

그중, 내 눈길을 끌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바로 “성인 ADHD”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해당 연예인은 가끔 생각 없이 내뱉는 말로 인해 곤란에 쳐하기도 하고, 사실 그런 의도로 말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정제된 언어로 말을 거치기 전에 말이 먼저 나와버리는 습관 때문에 종종 오해를 받는다고, 고민을 상담해 왔다.


그리고 오은영 박사님이 가능성 높이 내린 진단. 성인 ADHD.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성인 ADHD인지 판단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같은 것들을 보여줬다. 그 항목들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무생각없이, 아 저 연예인은 성인 ADHD 구나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던 찰나, 꽤 많은 부분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들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 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내가 ADHD 일 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나도 ADHD”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에서 성인 ADHD에 관한여 찾아보기 시작했다.


정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이는 12세 이전 발병하고 만성 경과를 보이며, 여러 기능 영역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이 질환 환자 중에는 도덕적인 자제력 부족이나 반항심, 이기심으로 오해받아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략 3~4:1 정도로 남성에서 흔하게 발생합니다. 초등학생 중 13% 정도, 중고등학생 중 7% 정도가 이 질환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인기에 존재하는 산만함이나 충동성에 대해 별개의 시기에 발현한 성인 ADHD로 진단할 것인가, 이전 시기에 발현한 ADHD의 잔재 증상으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별개의 질환에 의한 증상이 집중력 장애의 형태로 나타난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증상

ADHD 증상은 환자의 연령대가 증가함에 따라 변화합니다. 과다 활동은 초기 청소년기로 접어들면서 유의미하게 감소합니다. 일부 환자는 충동성, 심한 감정 기복, 주의집중력에서 지속적인 결함을 보입니다. 이를 포함한 성인 ADHD의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중과 집중 유지의 어려움

- 아주 간단한 일임에도 일을 끝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 일을 끝마치지 못합니다.

- 세밀한 부분을 간과하는 실수가 잦습니다.

- 별로 상관없는 광경이나 소리 때문에 쉽게 산만해집니다.

- 한 가지 일을 하다가 어느새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집중

- 책, TV, 컴퓨터 등 흥분과 보상이 있는 일에는 몰입합니다.

-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다른 중요한 일과 시간 개념을 잊어버립니다.

 

 비조직화와 건망증

- 정리 정돈을 잘하지 못합니다. 방, 책상, 차가 매우 어지럽습니다.

- 일의 예상 소요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만성적으로 지각합니다.

-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거나 계획적으로 행동하지 못합니다.

-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제자리에 놓지 않습니다.

 

 불안정함 혹은 끊임없는 활동

-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일을 추구합니다.

-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 쉽게 지루해합니다.

 

 충동성

- 다른 사람의 대화에 자주 끼어듭니다.

- 자제를 잘 못합니다.

- 무례하거나 부적절한 생각을 그대로 내뱉습니다.

-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돌발적으로 행동합니다.

- 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

- 자존감과 성취감이 낮습니다.

- 비판에 대해 과민 반응하며 쉽게 좌절합니다.

- 감정 기복이 심하고 조급합니다.

- 예민하고 폭발적으로 화를 냅니다.


주의사항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증세를 스스로 조절합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하는 '병행업무수행(multitasking)'은 현대 사회에서 재능으로 간주됩니다. 이 때문에 성인 ADHD 환자 중에는 동시에 여러 일에 집중하면서 성취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에게 '자기 조절'은 짐이 될 수 있습니다. 긴 회의를 참고 견디며 남이 말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자기 조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느라 회의 내용이나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처: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3888


증상 중에 일부분이 나의 버릇, 버릇이라고 해야 할까, 혹은 습관들과 비슷했다. 이제까지 그저 나의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이렇게 태어났어’ 하며 포기하며 지내며, 한 번도 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일상생활에서 내 게으름으로 치부하며 스스로에게 짜증은 났지만, 의식적으로 고쳐야할 병으로 고려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매번 약속 시간마다 10분 늦는 나의 매우 나쁜 습성이라던가, 정리정돈을 잘하지 못하는 것들이라던가 등등.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나 충동성 같은 부분은 내가 가지고 있는 부분이 아니라 아마도 심각한 수준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주의사항은 눈여겨 볼 만 한다.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증세를 스스로
조절합니다.


나는 어쩜 성인 ADHD 일지도 모르겠다. 나쁜 습관이라고 치부한 나의 이 게으름들이, 처방하고 고쳐야 할 병일수도 있겠다. 아직 초기 단계의 병일이지도 모르니, 스스로 고쳐 보기로 했다. 증중은 아니지만, 너무 오랫동안 켜켜묵었기에 이를 고치기가 또 쉽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나의 ADHD 증상들을 정리하며, 이를 하나씩 매일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기록하고, 지켜왔는지에 대해서 나를 스스로 관리해 보기로 했다.


1. 먹고 바로 설거지를 귀찮아한다. 겨우 컵 하나인데도 말이다.

2. 나는 빨래를 싫어한다. 그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세탁기를 다 돌리고 옷감들을 널고 그리고 옷들이 다 말리면 거둬들이는 일이다. 나는 왜 이 일이 이렇게도 귀찮을까.. 빨래가 끝나 널지 않아 그대로 세탁기 안에 빨랫감들을 놔둬 다음날 빨래를 다시 돌리기가 일수다. 빨랫감들이 다 말린 후 거둬 개는 것은 또 어떤가. 다음 빨랫감들을 널어야 할 때 그제야 겨우 개는 일들을 한다. 무의식적으로 빨래 후 옷들을 널고 개고 또 옷장에 잘 정리해두는 일련의 과정들이 내 기준 가장 지루한 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유독 이 세 가지 반복 업무를 하는 일에 지루함을 느끼고 미루고 또 미루는 걸까. 예전에 친오빠와 함께 살 때 오빠는 정말 나를 포기했다. 같이 살 적 빨래는 보이는 사람이 하곤 했는데 오빠가 제발 자기 빨래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을 정도이다.

3. 만성적으로 지각을 하는 버릇이 있다. 사실 나는 늦는 것을 너무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그래서 20분 혹은 30분 이상을 지각하지 않는다. 적게는 최소 1분에서 10분 정도 지각하는 편이다. 가끔은 1시간이나 30분 일찍 나가기도 한다. 시간이 조금 남거나 약속 장소가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이라면 미리 나가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동네를 구경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1시간 혹은 30분 미리 나가거나 아니면 약 최대 10분까지는 지각하는 편이다. 10분을 넘지 않는 것은, 말했듯이, 나는 늦는 것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더 늦는 것은 용납이 안된다. 5분에서 10분 먼저 나가 기다려 본 적은 없다. 인터넷에 만성 지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하면 나오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나다. 약속시간이 저녁 6시라고 하면, 어떠한 변수도 생각하지 않고 시간을 계산하기 때문에 늦는다.

4.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일을 추구한다. 나는 그럴까? 쉽게 지루함을 느낄까? 나는 과연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일까? 여행을 좋아했다. 팬더믹 상황에서 여행을 할 수 없기에, 여행을 좋아했다고 과거 표현으로 쓰는 게 맞는 듯싶다. 여행을 좋아했던 이유는 일상의 지루함을 이겨내고자 좋아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여행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들은, 모두 새롭기 때문이다. 또한 좋아하는 것에 빠지면 순간 그것에 빠져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뭔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좋아하고 열광했던 것에 금세 흥미를 잃고 잠시 멈추기 일쑤다. 관둔다는 표현보다는 멈춘다는 표현으로 쓰고 싶다. 관두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없는 취미들과 관심사들은 의욕을 잠시 잃게 하기 때문이다. 금세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일을 추구하지만 또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여기서 내가 정의하는 자극적인 것들은 그냥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느끼는 것들이다. 내 마음에 쏙드는 애정하는 활동이든, 물건이든, 이런 일들을 발견하는 것은 나를 흥분하게 하고 자극시킨다. 하지만 또 금세 지루함, 지루함이라기보다는 꾸준함을 잃게 된다. 꾸준히 반복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은 결국 지루함으로 결부되는지도 모르겠다. 뭐든지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는다. 흥분해서 시작한 일들에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지루함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5. 그 외, 미뤄두고 미뤄 둔, 게으름과 지루함이 결합되어 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입지 않는 옷들을 헌 옷 수거함에 가져다 놓는 일이라던가, 옷장을 정리하는 일이라던가, 서랍 장 속에 가득 찬 쓸모없는 것들을 모두 버리는 일이라던가, 좋아하는 가방 끈이 떨어졌는데 수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일이라던가, 청바지를 사고 바지 밑단을 줄여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대로 놔두고 있다던가.



쓰다 보니 너무 많다. 나는 정말, 어쩜, 성인 ADHD 일지도 모르겠다. 매일을 기록하며, 게을러 지기 쉬운 일들을, 해야 할때 즉각적으로 실행해보며, 만성적이었던 습관을 고쳐 나가보기로,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그리고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던 일들을 꾸준히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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