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산
오랜만의 해외 산행이다.
전직 동료들의 권유에 따라 중국의 새로운 개척 산행에 동참을 했다.
아울러 해상 항로를 이용해 오가면서 서해의 낙조도 한 번 구경해 보고 싶었다.
수지에서 동 인천까지 전철로 이동하였는데 그 먼 길이 모두 무료였다.
고맙기는 하다마는 이런 여행에서는 얼마간 여비로 내놓아야 하는데...
시작부터 공짜라 맘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오후 4시 약속시간에 맞춰 인천항 국제 제1여객 터미널에 들어서니 벌써 중국 땅에
들어선 기분이다.
자갈치 시장보다 더 격한 억양들이 대합실 낮은 천정 아래서 마치 칼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국 말, 중국 동포들이 하는 이상한 이북 말, 서울 말, 그리고 나 경상도 말 등등,,,
같은 무리에 휩쓸러 출국 수속을 밟으려니 항만공사 직원이나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의
고객 응대 태도마저도 어투가 영 불 친절하게 느껴졌다.
여행의 시작부터 이런 기분을 가지면 안 되는데,,,,,.
내가 먼저 조심해야지,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華東 Ferry 호'에 승선하여 4인용 선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서니
생각보다는 침실이 잘 정비돼 있었다. 하룻밤은 충분히 지낼만했다.
출항 뱃고동 소리를 듣고서는 서둘러 갑판으로 올라갔다.
-인천대교-
지는 해를 바라보며 모두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떨어지는 하루를 이렇게 바라보면서
하루를 무사히 지낼 수 있는 그 자체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2015, 5, 16
전날 밤 일행과 나눈 소주 한 잔 덕분에 깊은 잠에 빠졌다가 5시경에 눈을 떴다.
벌써 밖이 제법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일출을 보려 갑판으로 서둘러 뛰다시피 올라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해상 일출이다.
이른 시각 때문인지 선상도 조용하고 바다도 고요하다.
잉태하여 진통을 겪는 과정과 이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전 과정을 혼자서 지켜봤다.
나만이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인데도 어쩐 일인지 나도 모르게 하늘나라 가는 길이
연상이 되어서 다시 선실로 내려왔다.
동료 왈 ' 새벽부터 바람도 찬데 어디 갔다 왔느냐?'라고 핀잔을 준다.
'하늘나라 보고 왔습니다.,
마음속으로만 대답을 한 후 다시 자리에 눕는다.
멀리 중국 땅이 눈에 어름 포시 들어오기 시작한다.
갈라지는 물살을 내려다보니 바닷물 색갈이 탁하다.
산둥반도 동쪽 끝자락 즉 발해만 입구다.
일전에 본 인공위성의 발해만 공해 즉 오염도 칼라 사진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물이 그대로 흘러가면 바로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들어갈 텐데,,,,,,,,
위해 남쪽에 위치한 石島港에 오전 9시가 넘어서야 닻을 내렸다.
석 도항, 아침인데도 황사로 인해 시야가 흐리다.
초등학교 일 학년처럼 비자 순서대로 앞으로 나란히 하며 줄을 세우는데 나는 4 열 8번이다.
생뚱한 기분에 어째 마음이 편하질 않다.
내가 뭐 하려 여길 왔는데?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구걸하려 온 것도 아닌데,,,,,,,,,,,,,
인근 신도시 榮城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 얼마 전 개통된 1시 20분 발 상하이행 중국판 KTX에 몸을
실었다. 손색없는 열차 설비에다 속도마저 시속 300km 전후로 달리는 고속 열차였다.
평소 10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3시간 30분에 주파하여 4시 50분에 취박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여긴 분명히 중국이면서도 중국이 아닌 듯 꼭 일본의 두 도시를 열차로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2015, 5, 17(일)
오늘은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인 기산 산행이다.
아침 5:30분 기상, 6:00 식사, 그리고 서둘러 기산을 향해 출발을 했다.
날씨가 너무 좋다.
여기저기 만발한 아카시아꽃들이 아침 햇살로 자태를 가다듬고 있다.
한 시간여를 달리니 기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평원에 자리 잡은 홑 산이다.
우리나라 월출산을 연상하면 될 것 같다.
먼발치에서 올려다보는데도 정상이 이고 있는 황제단을 산이 힘들어하는 느낌이다.
풍수지리상으로 워낙 기가 센 곳이라 많은 황제들이 이곳을 직접 찾아와 제사를 드린
곳이란다. 기원전부터 방문한 황제들의 기록들이 잘 보존돼 있다나,,,,,
아무튼 새로운 풍경구(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주변 정비 공사로 주의가 산만하다.
건너편 능선에서 잡은 정상 모습이다.
-기산 입구- 마침 기산 문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을 위한 특별 환영 행사-
-산행 중 능선 길에서 내려다본 中原-
-사자봉 앞- 기산에서 가장 빼어난 자태를 지닌 곳이다.
- 가까이서 바라본 황제단-
-정상 표지석-
-황제의 상징 용황단
-이 속에 굶주린 용 한 마리가 있다-
왕복 6시간 산행이라는 가이드 안내에 조금은 겁을 먹었지만 1000m 고지라는 말에 한편으로는
안심도 했다. 역시나 중국식 허풍, 이 산은 온통 시멘트 도로로 머리부터 발치까지 감싸 놓았다.
계단으로 깎아놓은 다른 중국산들과는 대조적이다. 25인승 전용 버스가 정상을 오르락거린다.
그러니 일반 탐방객은 버스로 쉽게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계단길로 얼마를 걸어 내려와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정된 등산로가 별도로 없다.
산 아래 적당한 계곡에서 버스를 내려 억지로 만든, 길 없는 길을 더듬으며 안부로 치고 올라갔다.
계절의 여왕 5월인데도 산세나 나무들은 정말 볼품이 없었다.
고만 고만한 잡목에 삐쭉삐쭉 튀어나온 석회암 덩어리만 눈에 들어왔다.
안쓰럽게도 그나마 있던 소나무는 재선충 병에 전부 말라죽어있었다.
안부로 올라선 후에야 비로소 조망이 전후좌우로 터지면서 눈요기 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볼거리가 별로이다 보니 걸음들이 빨라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단축하여 옥황단(황제단)에
올라섰다.
밤새도록 배 타고, 한나절 고속 열차 타고, 2시간 버스 타고 찾아온 산 치고는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왜 이 산에 수 천년 전부터 중원을 장악한 역대 황제들이 힘들게 올라왔을까?
무슨 제사들을 지냈을까?
진정으로 백성의 안녕을 빌기나 했을까?
이 산의 정기가 무엇이며 정말 있기나 한 것인가?
이 산에서 기원을 하면 무슨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쓸데없는 궁금증을 안고 옥황단을 둘러보니 자꾸만 용들의 문양만이 눈에 들어온다.
龍?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다.
황제의 상징이 바로 용이다.
인간이 인간 그 이상이 되기를 바라며 억지를 부려 만들어 형상화시킨 동물이 바로 용이다.
답답한 물속에 있던 용이 飛天 하여 찾아오는 곳이 바로 기산일까?.
답답한 궁궐에 있던 황제가 出行 하여 龍 흉내를 내며 찾아오는 곳이 바로 沂山이다.
중원에 먹이도 많고(백성) 평원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라 보는 이도 많고 용 흉내 내며
오르내리기도 수월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한 마리의 용이 되어 中原을 내 발치에 밝고 황제의 기백으로 기산에 올라섰다.
"나는 龍이다."
오늘날 중국의 龍은 바로 여기에 있다.
Bye bye China!
2015,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