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경덕 Nov 09. 2024

수능시험

수능시험

수능시험


금년도 수능시험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 준비생이 있는 가정이면 가족 모두가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시기다.


수능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여 재학 중 당당히 합격한 고3 여학생 이야기가 어제 신문에 기사화되었다. 본인의 노력도 칭찬할 만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을 미리 알고 이 방향으로 나가도록 지도해 준 이 학생의  담임 선생님을 더 존경하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교회학교에서 고3 담임을

몇 년간 맡은 적이 있다. 이때가 되면 교회 전체가 난리가 난다. 수험생을 위한 특별, 철야, 산상, 교사, 학부모 기도회 등 등 대형 교회일수록 더욱 요란스럽다.


어느 해인가 맡고 있는 반에 비교적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인 유**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만 유일하게 실업계 학교를  다니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실업계 고등학생들도 대부분 수능시험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별생각 없이 물어보았다.

'너도  수능 보니?'

'네'

대부분 학생들이 수능 전 주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학생은 수능 전 주에도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돌아갔다.

다음 주일 날 만났을 때 의례적으로 다시 물어보았다.

'수능 잘 봤니?'

'아뇨, 선생님'

'저 사실 시험 안 봤어요'

주위 모두가 수능에만  온통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자기도 자존심이 상해서 시험을 본다고 대답했다고 하였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소외된 이웃을  돌보라고 수없이 읽고, 듣고,  말하고, 때론 가르치기 까지도 하였건만 우리는,  교회는  Mayor 에만 귀를 기울이고  Minor에게는  이렇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 학생은 나중에 좋은 외국계 회사에 취직을  하였고 훗 날  야간 대학에  진학하였다는 소식도 들었다.


언제쯤이면 대형 교회 앞에

  '취업 준비생을  위한 어머니 기도회'

       아니면

   '수능과 취업 준비생을 위한 철야 기도회'라는

현수막이 걸릴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본다.

의외로 소외된 자가 바로 내 곁에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2024,11,9

   7년 전 이맘때 올린 글을

   읽어보고 다시 올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