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따라 그리면 안돼요?"
미술시간이 되면 뭘 해야 할지.. 도대체 하얀 백지 도화지를 뭘로 채워야 할지, 도화지는 왜 이렇게 하얀 건지, 그 시간을 어떻게 때울지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술시간 하면 우린 뭔가 남과 다른 새로운 것, 창의성이 있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 개인적으로 본인은 그렇게 생각해 온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왜 따라 그리면 안 돼?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우리는 창의성을 따질 수 있을까? 우선 하얀 도화지만 보면 뭔가 울렁증부터 나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그려야 하고 뭐가 되었든 그려야 하고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의식을 하든 안 하든, 왜 따라 그리는 것이 창의성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까? 무의식에 따라 그리게 되는 것은 뭔가 아티스트같아 보이지 않거나 자신만의 독창성이 없어질 것 같은 우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우리가 피아노나 악기 연주를 한다고 해보자. 처음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소리를 잘 내기 위해 악기를 다루는 법부터 배우게 되고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쉬운 곡부터 따라 연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될 때까지 이러한 연습과 반복을 계속한다. 악기부터 다루지 못하는 입문생들에게 처음부터 새로운 작곡이나 음을 만들어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왜 우리는 미술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까? 그릴 수 있고 재료를 잘 다룰 수 있는 일정 수준까지 악기처럼 비슷하게 그리고 그 이후에 자신만의 붓터치며 여러 다양한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왜 처음부터 다른 것과 다양한 것을 시도하게 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감정을 들게 하는 것일까? 이것은 음악과 미술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과 시각의 차이가 있어서 일까?
뚱딴지같지만, 우선 미술은 자유로워야 한다. 실로 그림을 전공하고자 미대에 진학을 앞두는 학생들은 미대 입시 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여러 재료 사용법뿐만 아니라 시간을 따라 그리는데 투자를 많이 한다. 일명, 사물을 객관화시키는 법에 대해 갈고 닦는다고 해야 할까? 이것은 사물을 실제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법을 몸에 닳도록 익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예비 미대생들에게 당연히 창의성을 강조한 훈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실상 대학에서는 이러한 취지로 입시전형 발표를 하지만 정작 미대에 진입한 꽤 많은 학생들은 입시미술학원에서 열심히 객관화 작업을 한 학생들이었다. 이것은 기본기의 충실함을 대학에서 본다는 것이다. 이 기본기라는 것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창의성이나 사고가 뛰어난 들 표현할 수 없다면 어떨까? 곧 이러한 창의적의 생각과 남과 다른 사고를 표현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훈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것도 운동처럼 훈련이 되어 표현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난,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해 보이지만 감히(?) 제시하고자 한다. 바로 “많이 따라 그리세요!”이다.
따라 그리기는 사실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이미 작가나 선생님이 고심해서 그린 그림 안에 재료와 기법 그리고 철학을 바탕으로 해서 그저 따라 그리는 것이다. 선생님은 잘 그리시니까 가능하죠!라고 반문을 할 거라 예상한다. 졸라맨이나 그냥 단순 캐릭터라도 관계없다. 자신의 수준을 고려한 따라 그리기, 따로 생각을 하거나 구상을 해서 훌륭한 나만의 작품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어느 정도 사진만 보고 따라 그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초보자들에게 그리고 그림에 자신감이 없거나 그림을 막 그리다 슬럼프가 온 이들에게 권하는 말이다. 이들에게 매일의 주어진 시간, 실제로 한 5분이어도 상관없다. 매일 그림을 자신에게 재미를 더해주고 힘이 들지 않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림 하면, 남과 달라야 한다 혹은 창의성을 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이런 부담은 그리는 것을 멀리하게 되고 더 나아가 미술을 싫어하게 되기까지 한다. 독학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따라 그리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부담 없이 그냥 따라 그리면 되니까 말이다. 형태가 어찌 되었건 말이다.
따라 그리기만 하면 과연 창의성이 길러질까? 솔직히 말하자면 창의성은 남과 다름에서 시작하기보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것이 먼저 아닐까?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려면 익숙해지는 훈련이 없이는 다르게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익숙해지는 훈련 뒤에 그것을 다르게, 다양하게 틀어보고 떼어보고, 휘어보며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용기가 안 나서, 과거에 좀 그려봤는데 하다가 포기하는 습관 때문에 마무리를 못하는.. 여러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하나의 비상구가 되었으면 한다. 단순해지자. 사실 단순한 것만큼 그림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어떤 것이라도 따라 그리는 것이 습관화되면 이미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익숙함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그러한 시점이 오지 않을까 한다. 당장 따라 그려보자.
학생과의 짧은 수다- https://youtu.be/mXK4jM6ynmw
사진출처 : 커버 이미지/ Stock Photos from Alex Sipetyy/Shutterstock
본문 중 이미지 / https://conceptartempire.com/colored-pencil-artists-on-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