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시간을 내어서라도 끝내야지..
시간을 내서라도 집중을 해야 할까?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집중해서 그려야 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마치 패턴에 의해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듯이 그저 시간을 때우듯? 그리려고 한다.
오히려 빠르게 1분 드로잉 이라든지 5분 유화를 단숨에 그리는 것이 손에 땀이 나듯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집중을 요하는 건 사실이다. 자연의 무늬나 그런 모습들은 사실,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안에 세밀하게 패턴을 이루고 있기에 그런 부분을 이해한다면 그에 맞게 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바구니가 가지고 있는 그런 패턴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렬의 행과 열로 나름의 무늬와 패턴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멜로디 혹은 라디오를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계속 반복적으로 그려야 하는 무료함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왠지 모를 무한 반복적인 부분에서 많은 부분 좀 적응하게 되고 약간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사실, 지루하다는 것은 뭔가 따분한 일이 될 수 있고, 빠르게 변화해 가는 생활에서 느려 보일 수도 굼떠 보일 수 있다. 생활에 좀 적응이 느리고 왠지 게을러 보일 수도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 처음 그릴 때 톤 변화라던지, 명암의 강약을 주고 그리다 보면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어 보이기에 마치 30분 만에 전체를 다 그린 것과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림 초벌 그릴 때 옆에서 남편도 “어, 벌써 다 그렸네?”라고 놀랄 때가 종종 있었다. 사실, 계속 시간을 들여서 바느질 수놓듯 한 땀 한 땀 좀 정교하게 묘사를 하다 보면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진전이 없어 보인다. 마치 20시간을 썼는데도 고작 20분 밖에 안 지난 것처럼..
할 일도 태산 같다고 느껴질수록 시간을 들여 묘사작업을 해 본다. 아이러니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차분해짐을 느낀다. 한국을 떠난 타국에서 좀.. 기분이 내 기분이 아니라 느낄 때, 뭔가 모를 호르몬 때문인지 몰라도 뭐처럼 종잡을 수 없을 때 붓을 잡으면 좀 해결된다고 해야 할까? 기분이나 정서가 다시 차분이 정돈된다고 해야 할까. 잠시 밖에 나가서 한 바퀴 돌고 오면 작업실에 들어와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하나의 마음 단련과 같은, 한 편의 마음을 정결하게 하여 집중하는 모드로 들어가는 단계가 아닐까? 근데 물론 내가 이렇게 준비과정을 설명한다고 해도 막상 본론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 같은 것이다. 그저 이젤 앞에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붓을 잡고 그리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준비 과정이다. 그 후 한.. 5분 뒤라도 괜찮고 10분 뒤라도 괜찮으니 이후에 차 한잔 정도를 하던지, 음악을 틀어 보던지, 우선 가장 먼저는 붓을 드는 일일 것이다. 집중과 고요, 그리고 반복과 무료함, 더디게 진행되는 묘사 과정은 사실, 바느질을 손으로 하듯이 천천히 그렇게 하는 것이다.
1분, 5분 드로잉은 짧은 시간의 집중도를 높여 딴생각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훌륭한 훈련이 될 수 있다. 사실적인 그림은 마치 글을 쓸 때 어떠한 현상에 대해 하나하나 분석하며 세밀하게 쪼개는 듯한 기분, 자연을 바라볼 때 꽃잎 전체보다는 잎사귀 한 잎 한 잎을 관찰하며 하는 것과 같다. 또한 잎사귀 하나하나 줄기와 줄기 속의 패턴을 이루는 것을 붓끝으로 화폭에 나타내는 그런 사실 구현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정신을 올곳이 잡고 집중해서 그리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사실, 느긋하게 정말 여유를 가지고 할 때 더욱 그림이 잘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중간 과정에서의 덩어리 지는 무수한 붓 터치들이 어느 정도 마른 뒤에 조금 더 얇은 터치와 미묘한 색상의 변화를 통해서 한 끗이 디테일을 살릴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정말이지 자신을 향한 무수한 훈련과 한가로운 정신 싸움과도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