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붓질로

데이지를 묻히며

by 서경은


오늘은 하얀 데이지 한 송이를 두껍게 묻혔다.


붓이 꽃잎을 파고들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고요해졌다.

처음엔 그냥 예쁜 꽃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붓을 움직일수록, 나는 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덮고 있는 것 같았다.


꽃을 그리며 난 단순한 한 송이의 작은 실타래와 꽃잎에 집중해 보고 싶었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잎의모양이..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표현해보고 싶었다.


하얀 꽃잎 위로 물감이 한 겹, 두 겹 쌓일수록

원래의 데이지는 점점 사라져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덮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두꺼운 임파스토는 거칠고, 무겁고, 예측하기 어렵다.


유화는 참 단순하다. 하지만 동시에 복잡하다. 내가 표현 하고자 하는 모습을 정말 단순하게 느낌있고 두껍게 표현하기에 잘 어울린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그러나 동시에 더 과감하게 붓을 움직였다.

꽃잎이 숨이 막힐 듯 두꺼워질수록, 오히려 내 안의 무언가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말 없이 그림을 그리는 요즘,

나는 점점 더 많은 말을 아끼게 된다.

영상 속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이곳 브런치에서는 조금 솔직해지고 싶다.


두꺼운 물감 아래로 사라지는 데이지처럼,

그리고 그 사라짐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조용히 피어나길 바란다.




영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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