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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y 20. 2020

우리 손님이 달라졌어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인들을 데리고 자주 오시던 손님이 있었다. 방문할 때마다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 정도를 데리고 오시는 분이었다. 음료와 디저트를 함께 구매하여 매출에도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 더군다나 카페 체류시간이 1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방문할 때마다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있었다.     


1. 담배를 카페 안에서부터 불을 붙여서 나간다.

2. 후불로 결제한다.


저 두 가지는 카페 방문을 하며 1년이 넘도록 달라지지 않는 부분이었다. 2번은 내가 굳이 선불을 강하게 요구할 부분은 아니라서 그 손님의 후불 취향을 존중했다. 그런데 1번의 경우, 담배는 참을 수가 없지만 정색할 수는 없기에 매번 웃으며 주의를 주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방문이 뜸해졌다. 딸이 카페를 오픈했다고 했던 시점부터는 거의 방문이 없었다. 그랬던 손님이 지인 2명과 방문을 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 먹는 거 그걸로 3잔”    

  

내가 음료 가격을 이야기하자 손님은 바로 선금을 지불했다. ‘앗. 이게 웬일이지?’ 


시간이 조금 흐르고 갑자기 손님이 일어난다. 분명 이것은 흡연욕구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1. 담배를 들고 2. 카페 문을 열고 3. 문을 닫은 후에 4. 문에서 좀 떨어져서 5. 담배를 피웠다.’ 손님의 모든 행동의 단계들이 나에게 하나하나 크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일까? 



손님 갱생 프로젝트 ‘우리 손님이 달라졌어요!’ 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다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우리 손님’이 달라진 시점은 딸이 카페를 오픈하고 몇 달 지난 때라는 것이었다. 딸은 나보다 훨씬 큰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오픈 초기에 다양한 손님들이 더욱 많았을 것이다. 분명 딸은 그런 다양한 손님들의 특이점을 낱낱이(?) 이야기했을 것이고, 딸이 겪는 고충을 듣고 ‘우리 손님’은 무엇인가 깨닫고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달라진 우리 손님’이 방문한 지 며칠이 지난 후, 뉴스에서 백화점 화장품 코너 갑질 사건을 보게 되었다. 손님은 직원에게 화장품을 집어던지고 급기야는 머리채를 붙잡고 욕을 해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사실이 놀랍다. 백화점뿐만이 아니라 이런 비슷한 종류의 무례한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속상하고 슬프다. 상대가 내 딸, 내 아들,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공정 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공정 서비스 권리 안내>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상품과 대가는 동등한 교환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훌륭한 고객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를 담아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무례한

고객에게까지 그렇게 응대하도록 교육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낄 언어나 행동, 

큰 소리로 떠들거나 아이들을 방치하여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실 

경우에는 저희가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출처: 도시락 전문업체 스노우 폭스  

          




카페 단골손님(이제는 달라진)의 장난스러운 행동에서 시작하여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누구든, 어디서든 상대방에 대한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힘든 시대에 힘들게 버티며 살고 있다. 힘을 주진 못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잘 버틸 수 있도록 그것을 놓지 않게 해 줬으면 좋겠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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