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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희 Jul 21. 2018

도심 속 오아시스, 홍콩의 갤러리들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하는 눈호강 이야기

홍콩 출장 일정 후, 개인적으로 발품 팔아 돌아 다녔던 홍콩의 갤러리들.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조용하고 한가롭게,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무르며 감상했다. 복작복작하고 치열한 홍콩의 열기 속 오아시스 같던 공간들. 아시아 예술 시장에서 중요도가 가장 높은 홍콩, 그 곳에 진출한 명망 있는 갤러리들의 셀렉션이 호소력이 있어서인지, 나 스스로의 몰입도도 높았다. 한꺼번에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흡입하는 호강을 했더니, 감흥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다.


1. Amplified, Juri Markkula & Cindy NG @Galerie Ora-ora


2. A painter’s forms, Philip Guston @Hauser & Wirth


3. Tedious paradise, Wang Yuping @Tang Contemporary Art


4. Liu Wentao solo exhibition @Pearl Lam Galleris

개인적으로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곳은 펄램 갤러리. 아시아 현대 예술 씬을 개척하는 갤러리로, 홍콩에 두 개 지점이 있어(더 있으려나?) 두 곳 모두 다녀왔다. Liu Wentao는 젠 사상과 미니멀리즘에서 영감을 받는 듯 했는데, 홍콩에서의 첫 전시인 이번 솔로전에서는 내면의 깊이를 탐색한 추상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품 앞에 서서 가만히 쳐다 보는 것만으로도 작품에 빨려 들어 가는 것 같았다. 작품 앞에서 나는 거의 @_@ 이런 상태. 한 때 나도 마음이 어지러워 아침마다 명상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귀와 마음으로만 명상을 하는 줄 알았는데, 눈으로도 명상을 할 수 있구나 깨달았던 전시.


5. Cosmic view of earth, Katsuyoshi Inokuma @Whitestone Gallery


6. So near yet so far, Ni Youyu @Perrotin

프랑스의 페로탱 갤러리 홍콩 지점은 포시즌스 호텔 바로 뒤에 위치한 중국 농업 은행 건물의 17층에 있다. 포시즌스에 가려져 탁 트인 전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훌륭한 전망을 가진 갤러리라 작품보다도 창 밖 구경을 더 하다 온 것 같다; 무료로 포시즌스의 전망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페로탱 갤러리를 추천 ㅋㅋ (작가님 왠지 죄송해요?) 우리 나라로 치면 바다가 내다 보이는 농협 건물의 17층에 갤러리가 입점해 있는 형세인데, 뭔가 꿈만 같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홍콩에서는 실화.


7. New waves, Alex Israel @ Gagosian


8. Nylonkong dreams, Pascale Marthine Tayou @Pearl Lam Galleries

Nylonkong dreams의 Nylonkong은 세계 금융의 중심인 뉴욕(Ny), 런던(lon), 홍콩(kong)을 합쳐 만든 준말로, 이번 전시는 전 세계를 선도하고 많은 이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거대 도시 때문에 일어나는 딜레마들에서 출발했다. 이 세 도시들은 국경을 넘어 다른 지역에 지배력을 갖게 되고 그렇게 경계가 허물어지면 과연 이 도시들은 누구의 것이 되는 걸까? 이런 경제적 흐름 밖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도시의 미래에 대해서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런 딜레마들에 대해 Tayou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의 인간을 고민했다. 우리 모두를 아우르는 공통점을 표현하는 시도를 한 것 같다. 다소 초의식적인 표현과 나의 무지ㅠㅠ 때문에 모든 요소들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도시 자체가 transnationalism인 홍콩에서 이런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의 무게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었다. 이런 게 예술이 사회적으로 가지는 힘이 아닐까.


9. Slow burn, Awol Erizku @Ben Brown Fine Arts


내가 방문한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소호 지역(서울의 명동쯤 되려나)의 고층 빌딩에 들어가 있다. 게다가 규모도 널찍 널찍해서 갤러리 공간 자체가 주는 인상도 남다르다. 비싸기로 전 세계 1,2위를 다투는 홍콩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이 도시에서 예술이 갖는 경제적, 사회적 위상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주말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호 길거리는 발 디딜틈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지만 갤러리는 너무 한산해서 내가 전세 내고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그들만의 리그인가 싶기도 해서 신기하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여유롭고 정말 좋았다 :)

덧. 페로탱과 같은 건물 1층에 위치한 화이트 큐브 갤러리도 가고 싶었는데 다음 전시 준비 중이라 문을 닫았던 것이 못내 아쉽다. 넥스트 데미안 허스트를 만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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