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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Dec 08. 2018

죽음







우리가 ‘절규’  라는 제목으로 잘 알고 있는 그림을 그린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평생 죽음의 그림자 밑에서 살았다.
어린나이에 엄마가 결핵으로 죽고. 아빠는 아내를 잃고 우울증에 빠졌고 이후 누나. 남동생이 차례로 길지않은 세월속에 차근히 결핵으로. 병으로 죽어갔다.
뭉크는 죽음의 공포와 우울. 불안속에 살았고 그의 그림은 그 모든것을 잘 나타낸다.
정신분석쪽에서도 뭉크의 그림을 많이 분석한다고 한다.




/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인 레이몬드 브릭스 또한 평생 죽음을 겪으며 살았다.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정신적으로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결혼했고 유전병이라 아이를 가질수 없었으며 이후 아내는 일찍 죽게되었다.
그 후 엄마. 아빠가 차례로 돌아가시고 레이몬드 브릭스의 그림책은 모두 죽음과 상실에 대해 현실적으로 받아드리는것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그림책의 주제로 삼고 있다.

내가 레이몬드 브릭스를 만났을때 레이몬드는 본인 옆의 리즈 라는 나이스한 레이디가 자신의 파트너라고 소개해줬는데.
둘은 오랜 파트너 사이였고 레이몬드 브릭스는 리즈 덕에 많이 평온해보였다.
드디어 할배에게도 안정이 오는 구나 라고 안심했는데. 몇년후 기사로 리즈가 아파서 병간호 한다는 기사. 또 몇년후 리즈가 돌아가셨다는 인터뷰를 봤다.
할배는 그간 병간호로 작업이 없었는데 다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림 만이. 책만이 그의 구원이되어 주리라. 싶었다.
할배의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파. 받아드리며 울었던 세월이 대체 얼마인지 모르겠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그린 책은 십년을 두고 수십번 읽어도 수십번 다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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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작게 작게 비실비실 아파왔다. 그간은 아파도 죽음은 먼 일이려니 했는데 주변의 많은 이른 죽음의 소식들과 병원을 자주 다녀봄에 느끼는 바가 많아 차근히 죽음을 곁에 두고 생각하게 된다.
뭉크가 평생 죽음의 공포속에 살며 그린 그림.
레이몬드 브릭스가 죽음을 곁에 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하며 그린 그림
과 아주 하찮은 내 그림을 나란히 두어 본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가까이에두고 그렸는데.

나는.
나는. 죽음이 있어 영원하지 못해 더 아름답고 더 행복한 그 찰나의 순간을 사랑하며 붙들어 그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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