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의 첫 해외여행
신기록 경신 (2017년도의 추억)
"캄보디아 여행 좀 보내줘"
웬 여행? 그것도 밑도끝도 없이 캄보디아라니....
남편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평상시 좋은 조언을 해주시던 분이 아들과 단둘이 해외여행 그것도 어려운 나라의 여행을 추천하셨단다.
난 듣자마자, 의미있는 시간이 되리라 직감했다. 단, 첫 여행임을 감안해 캄보디아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엔 라오스가 어떨지 제안했다. tvN예능 '꽃보다 청춘' 탓에 한국관광객수가 늘어 여행 초급에겐 좀 수월하겠단 생각 때문이었다.
드디어 D-day가 왔고, 성탄연휴때 첫 부자 해외여행을 위해 동반 출국했다. 그리고 오늘, 5일 일정을 마치고 오랜만에 4인 가족이 회우했다.
첫 부자 해외여행 기념으로, 오랜만에 샐러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런데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남편이 얼추 먹은 접시를 옆에 두고 새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 아들이 그 접시를 다시 가져다 싹싹 먹어치우는게 아닌가. (평상시 아들은 프로접시배출러였다.)
"그거 끝까지 안먹어도 돼~ 넌 니가 먹고 싶은 것 가져다 먹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들이 정색을 하며 날 꾸짖기 시작했다.
"엄마, 이 음식들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지 알아요? 그리고, 가난한 나라 애들이 얼마나 굶주리는지 알아요? 이렇게 음식 남기는건 진짜 아니죠. 그래서 남긴 것 제가 다 먹는 거예요."
순간 흠칫했다. 정색하는 아들 얼굴 사이로 언뜻 눈가 이슬이 맺히는걸 본 것이다. 이후 남편과 나는 아들에게 사과하며 깨끗이 싹싹 비워야 했다.
식사하는 내내 여행기간 각종 무용담을 늘어놓는데 대충 이런 이야기다. '블루라군'이라는 숲속 자연 풀장이 있는데, 아찔한 7m이상 높은 나무 위에 올라 다이빙에 도전하는 라오스 최고의 관광 명소이다.
어른들도 무서워 도전이 쉽지 않다는데, 아들이 성공한 모양이다. 물론 첫 도전은 실패, 남편 말로는 안할 줄 알았다는데 어느새 다시 도전하더니 블루라군에 있던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박수치고 응원해준 덕분에 용기내어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블루라군 7m높이 다이빙 성공 최연소가 10살이었다는데, 아들이 성공하면서 9살이 되었단다. 그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한마디 덧붙인다. "그러니까 제가 블루라군 최고 기록을 깬 거죠"
덕분에 여행내내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였고, 기특하다고 어른들에게 용돈도 많이 받았단다.
난 우리 아이들이 도전속에 성장하고, 그 안에서 성찰하길 바라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웬만하면 부모가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하도록 했고, 다양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게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성공이나 실패같은 결과론적 시각이 아닌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것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들이 한층 성숙해진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무엇보다 도전과 배움도 좋지만,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 얼마나 많은지...그래서 나누고 살아야 한다는 이타심과 더불어 지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지 깨닫게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라오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경험들을 한창 쏟아내던 아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내내 귓가에 맴돈다.
"엄마, 라오스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거 알아요?"
그렇다, 행복은 늘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