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우유, 거품 그리고 시나몬

당신에게 카푸치노를 내려드려요.

by 쭈니 JJUNI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이네요.

어떤 음료로 시작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지금 제 상황에 알맞은 음료로 준비했어요.

오늘의 내림, 카푸치노입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20대 막바지의 사장이자, 12월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인 저는 요즘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요.

시골에 있는 카페라 어르신들 단골이 많은 제 카페에는 저를 딸처럼 혹은 자녀처럼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늘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이 제게 던지는 첫 질문은 “몇 살이에요?”죠. (웃음)

저는 97년생. 글을 쓰는 현재 29살인데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이에 비해 조금은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래서 나이를 말씀드리면 다들 놀라시면서도, 결혼은 당연하게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저 올해 12월에 결혼해요! 2달밖에 안 남은걸요?” 하고 말씀드리면

다들 너무 놀라시면서 축하한다며 이야기를 건네곤 하시죠.(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물꼬는 막힐 생각을 안 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데요. 제가 늘 물어보는 질문은 정해져 있어요

“결혼하면 어떤가요? “

저는 24년 12월 결혼을 약속하고, 25년 4월부터 남편 될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했어요. 살아가면서 많이 부딪힐 거라 생각했는데 서로 배려하고 신경 쓰는 마음이 커서 그런지

흔히들 이야기하는 집안일이나 성격차이로 싸운 적은 아직 없어요.(아직 초반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요!)

이런 제가 제일 궁금한 게 바로 결혼생활과, 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달라질 셋, 혹은 넷을 그리는 생활이더라고요.


손님들에게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면 반응이 여러 가지로 나뉘어요.

그중 기억나는 멘트가 몇 가지 있는데요.

“아이고- 이제 지옥 시작이구만. 지옥 시작이야~” 하고 놀리듯이 말하며 가시는 아버님들도 계시고

“잘했네, 잘했어! 결혼은 일찍 하면 좋고, 아이도 최대한 일찍 낳으면 좋지~ 당장은 힘들어도 나중에 잘했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 거야” 좋아하는 어머님들도 계시고

“…(한참을 가만히 계시다가)… 경험해 봐요… 그래… 다 해봐야 알지…” 하며 모든 걸 통달하신 웃음을 흘리며 가시는 분들도 계셔요.

각자의 가정은 다르겠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일인데,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이런 말씀을 남기고 가신 단골손님들은 꼭 다음에 배우자분과 함께 오시거나, 자녀분들을 데리고 오세요.

제게 소개시켜드리고 싶었던 건지, 들어오시면서도 “이~ 내 안사람이여~”하며 꼭 인사를 시켜주시거나

나중에 집에 가시면서 제게 와 “내 아들이야, 서울 살아서 자주 못 오는데 처음 보지? “ 은밀하게 속삭이시거나 하세요.(웃음)

다들 ’ 지옥이다 ‘ ‘힘들다 ‘ ’ 이왕이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라 ‘라고 말하고 가셨지만, 결국 가족들과 함께 있는 손님분들은 다 행복해 보이셨어요.

그런 손님들의 반짝거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살아가며 생기는 소중한 것들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분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앞으로의 제 삶을 그려내며 저는 그게 카푸치노 같다고 생각했어요.

쌉싸름한 우리의 인생 같은 에스프레소에

그 쓴맛을 중화시켜 주며 부드럽게 바꿔주는 우유와 같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섞어

결국 부드러워진 마음과 인생에 앞으로 그려내는 삶이라는 거품을 겹겹이 껴얹는 것.

간혹 카푸치노의 거품은 거칠 수도 있고, 엄청 부드럽고 퐁신할 수도 있어요. 모양새야 어떻든 간에 이미 풍성하게 올라간 거품 위에 시나몬가루를 톡-톡- 뿌리면

한 입 들이마셨을 때 입술 위에 남는 거품자국을 보고, 결국 웃게 되는 그런 음료말이죠.

우리의 삶도 흔적을 남겨요. 그 흔적을 보고 이제는 웃을 수 있을 때, 카푸치노를 즐기게 되는 순간이지 않을까요?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