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는 마음을 담아 레몬차를 타드릴게요
“오늘따라 피곤해 보이시네요?”
늘 가게에 오셔서 저를 ‘예쁜이’라고 칭하며 불러주는 어르신이 계셔요. 항상 웃는 얼굴로 문을 열고 오시며 ‘나 또 왔어-‘하시는데 그게 얼마나 반가운지, 이제는 함께 오시는 일행분들의 얼굴, 관계, 하셨던 일까지 모두 알게 된 정도니 내적 외적 친밀감이 모두 가득한 상태죠. 올해 초부터 오기 시작한 어르신은 공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시다가 정년퇴직한지 얼마 안 된 분이셨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받는 자리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행동이며 말투며 모두 조심스러우셨고 늘 어딘가 실수한 건 없는지 물어보고 가곤 하셨어요.
그래서 그럴까요, 늘 안색이 밝고 활기차보이셨고 ‘오늘은 또 어디에 갈까’하며 일행분들과 여행을 고민하고 계획하시던 모습이 웃음 짓게 하던 손님이었죠.
그런 손님께서 지난여름부터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셨어요.
늘 어딘가 피곤하고 지쳐 보이셨고, 항상 희미하게나마 웃음을 띄우고 있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셨죠. 그런 손님이 걱정되기를 하루 이틀.
결국 저는 무슨 일 있으시냐며, 얼굴이 피곤해 보이신다고 여쭤보게 되었어요.
“사는 게 재미없어서”
그 순간 받았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농담 반 섞어가며 하신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렇게 밝으시던 분도 이런 말씀을 하시는구나 싶었어요.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져서 흥미를 잃으신 모양이었어요. 어디를 가도 재미없고, 뭐를 먹어도 맛이 그저 그렇다며 덤덤한 얼굴로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희미하게 웃으며 제게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하셨죠. 그때의 저는 어르신에게 어떤 답변을 드렸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아마, 그 지루하다는 감정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비록 저와 따로 식사를 하거나, 사회에서 알고 지낸 관계가 아닌 손님과 사장으로 만난 관계지만 신경이 쓰였어요. 어떻게 하면 다시 미소를 띠실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누군가에게는 하루가 찬란하게 빛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하도록 힘든 일만 가득한 어두운 하루이기도 하죠.
반복되는 일상에 안정감을 찾아 평온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그 사이에서 재미를 찾아 허둥대기도 하죠.
그런 삶에서 제가 생각하는 단 한 가지 중요한 건 ‘힘‘이라고 생각해요. 찬란한 하루를 만드는 건 나 스스로가 가진 원동력이고, 마음을 데울 수 있는 따뜻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새롭게 해내려고 할 때 하는 말이 “힘내!” 이면서, 실패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도 하는 말이 “힘내”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그런 저희 어르신에게 “힘내세요”하는 마음을 건네며 레몬차를 드려요.
과일가게에서 받아 바로 싱싱하고 꼼꼼하게 닦아낸 레몬을 정성스럽게 썰고, 달달한 설탕에 푹 절여 새콤 달콤한 노르스름한 레몬청.
그 청을 두 스푼 떠서 투명한 유리컵에 넣고, 이 노란빛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삶에 색채가 더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새콤 달달함을 가득 머금은 레몬 슬라이스를 쌓고.
추운 겨울날 속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게 뜨거운 물을 적당히 부었어요. 내어드리기 전 고루 맛이 나도록 잘 저어주고, 어느 방면에서 봐도 예쁘도록 생레몬 조각 하나 올려주면.
한 입 마시면 속이 따뜻해지면서 상큼, 달콤함에 기운이 솟아나는 레몬차 완성이요!
“맛있게 드세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고작 이게 다지만, 그래도 이 충만한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가게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어르신께 인사를 건네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점심 맛있는 거 드셨어요? 제가 한 번 맞춰볼까요? 흠… 날이 추우니까 국밥?”
어제 장난 삼아 던져보신 질문에 어르신의 대답은
“아이고.. 하나도 맞춘 게 없네…”
그래서 어떤 걸 드셨는지…. 끝내 말씀해주지 않으셨답니다…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