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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민 Kyungmin Kang Jan 14. 2022

[AQR] #2. 10가지 의문스러운 관념들

AQR Capital Management 논문 모음집

아래 논문 리스트는 오른쪽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링크).

'20 for Twenty' 논문 리스트


두 번째 토픽인 'My Top 10 Peeves'는 저자 Cliff Asness가 투자업계에 있으면서 관찰한 것들 중 불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10가지를 나열한 것이다. Cliff에 따르면 이 10가지 현상들은 기본적인 검토나 비판 없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언급한다. 개인적인 의견인만큼 다른 의견도 분명 존재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1) 변동성이란? 

보통 변동성이 심하다는 것은 주가의 변동폭이 크다는 의미고 그에 따라 투자금액을 잃고 복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리스크 하다고 인식한다. 심리적인 요인을 떠나 산술적으로도 하락에 대한 공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10,000원일 때 10% 하락하면 9,000원인데 9,000원에서 기존 10,000원으로 돌아가려면 약 11% 상승해야 하는 것처럼 주가 하락과 원금 손실에 대한 공포가 상대적으로 더 큰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리스크와 퀀트가 정의하는 리스크는 다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퀀트가 생각하는 리스크는 원금손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리스크는 퀀트의 예측이 빗나갔을 때, 그리고 그 정도가 클수록 리스크가 크다고 말한다. 예컨대, 수익이 10%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15%가 난다면 그것도 리스크인 것이다. 그렇기에 퀀트는 리스크라는 표현보다는 "예상보다 높은/낮은 수익"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래서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것은 원금손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즉, '내 예상이 틀렸을 경우, 이것을 어떻게 커버(보완)할 수 있을까?'가 핵심이 된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결정을 한다고 해도 완벽할 순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다를 순 있지만 전환사채(CB)에 리픽싱 조항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진짜 버블이 무엇이냐?

여기도 버블, 저기도 버블, 다 버블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Cliff는 못마땅한 것 같다. 특히 1997년 아시안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버블이란 용어를 유행처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버블'을 검색해보면 아래처럼 정의되어 있다. 


버블: 투자, 생산 따위의 실제의 조건이 따르지 않는데도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고 증권 시장이 가열되면서 돈의 흐름이 활발해지는 현상.


    사람들이 자산 가격이 비싸다고 여겨지면 '버블' 혹은 '자산 가격에 거품이 꼈다'라고 흔히 표현한다. 사람들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전에 예상했던 적정 가격이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아래 수식처럼 표현할 수 있다. 


                                        자산 가격이 비싸다 = 적은 수익률이 예상된다. 


    그러나 Cliff에 따르면 위 공식은 잘못된 것이다. 둘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 사실 같은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느낀 둘의 차이점은 전자는 수많은 요인들을 '버블'이라는 단어로 표현했기에 디테일을 놓치기 쉬운 반면 후자는 '왜 예상보다 더 적은 수익률이 생겼지?'와 같은 판단의 근거를 되묻기 때문에 파악하지 못한 디테일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만일 둘을 동일시해버리면 디테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수익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3) 3~5년 주기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냐?

이름을 날리는 투자자라 해도 완벽한 근거와 데이터를 가지고 매 순간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백테스팅에 활용할 수 있는 금융데이터의 기간이 대략 40년 정도 되는데 이를 월별로 보면 480개 기간밖에 되지 않는다. 40년이라는 기간이 상당히 길어 보이지만 사실 데이터 부족으로 의사결정에는 늘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3~5년을 주기로 상품군이나 전략, 투자 결정 등을 판단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Cliff는 되묻고 있다. 왜냐하면 그 기간이라면 급격한 시장 변화 등 웬만한 경우의 수가 다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간을 세밀하게 나누고 분석하지 않으면 가치주가 주도하는 기간에 모멘텀 전략을 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Cliff는 생각한다.


 

4) 진짜 책임자는?

2008 글로벌 금융 위기는 부동산 '버블'로부터 시작되어 금융위기로 이어진 사건이다. 시간의 순서상, 그리고 업종의 연관성 때문에 부동산 버블을 일으킨 장본인과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을 동일시하고 있다고 Cliff는 생각한다. 정부와 월가 은행가 중 누가 과연 진짜 장본인일까? 이것을 파악하지 않으면 또다시 위기를 겪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언급한다. 



5) 관념을 경계하자

stock picker's market이란 대체로 몇 가지 콕 집은 주식의 수익률이 인덱스 수익률을 크게 앞지르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섹터나 주식의 단기간 성장으로 인해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Cliff는 이러한 현상에 의문을 던진다. 사람들이 시장이 생각대로 안 움직이니 특정 주식을 골라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와 하필 이 시기에 액티브 매니저들이 picking 능력이 더 상승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현명한 투자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아비트리지(arbitrage)는 똑같은 혹은 유사한 자산이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을 포착해서 수익을 얻기 때문에 종종 무위험 거래라고 불리곤 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로 위험이 없다고 여겨지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작은 차이이지만 이런 생각의 오랫동안 고정되면 무의식적으로 투자판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울러 사람들이 시장이 안 좋을 때 주식 등을 유동화시켜 현금이나 CMA에 보관해두곤 하는데 이는 하락장에서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론 저가매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money on the sideline이라고 하는데 Cliff는 sideline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매매가 성사되었다는 것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마치 손바닥이 맞닿아야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Cliff는 사람들이 밖에 대기물량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주식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주가가 다시 뛰어오르는 것은 sideline에 있던 돈이 다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과 돈들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즉, 1,000원만큼 현금화시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1,000원을 썼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sideline에 돈이 존재하지도, sideline 자체가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언젠간 다시 오르겠지라는 희망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6) 스마트 베터?

패시브가 추종하는 인덱스를 쫓아가는 것이라면 액티브는 나름의 전략을 통해 인덱스보다 추가 수익률을 추구한다. 이때 사용하는 개념이 스마트 베터인데 베터란 주로 시장에 노출된 정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스마트 베터는 패시브 전략에 추가적으로 최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베터를 조정하는 것이다. 베터를 조정할 때는 변동성, 유동성, 사이즈, 모멘텀 등을 고려하게 되며 액티브 매니저마다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이 좋을수록 매니저 능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게 Cliff의 생각이다. 스마트 베터를 공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스마트 베터 = 패시브 인덱스 + (스마트 베터 - 패시브 인덱스)


    여기서 (스마트 베터 - 패시브 인덱스)는 단순히 롱숏전략과 같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롱숏전략은 이미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비싼 수수료 내면서 굳이 액티브 매니저에게 돈을 맞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 Cliff의 주장이다. 생각해야 할 것은 투자에 있어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이미 많이 보편화되어 있다. 확률적으로 전문가들이 시장에 대한 더 높은 이해도와 통찰력을 가졌을 확률이 높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각자만의 전략을 가지고 계속해서 검증해간다면 자기 자산은 자기가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7) 헤지펀드는 헤지를, 미디어는 균형을

Cliff가 보기에는 헤지펀드가 제대로 헤지를 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혹은 독보적인 전략 등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할 것을 제시하는데 아직 현실화되고 있진 않다고 한다. 또한 Cliff 미디어 역시 편향되지 않고 보도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예컨대, 헤지펀드가 단순히 long-only 전략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 시장에 일부분만 노출하는 것이 아예 노출하지 않거나 전부 노출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해명하고 있다. 


    다만 내 생각에는 두 가지 모두 실익은 없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머니 게임'은 '속이는 게임'인데 맨날 힘들게 속여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은 대체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미디어도 이를 따라간다. 헤지펀드에게 헤지를, 미디어에게 균형을 요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표어 일지 모른다.  



8) HFT는 여전히 비난의 대상인가?

HFT(high-frequency trading)을 통한 초단타매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되는데 그 시작에는 마이클 루이스의 저서 '플래시 보이즈'가 있다. 2014년 발간한 이 책은 알고리즘 트레이더가 주식이 체결되는 로직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고발한다. 미국에는 뉴욕 증권 거래소뿐만 아니라 시카고/신시내티/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 등 다양한 거래소가 존재한다. 그래서 시스템상 A 거래소에서 매매 주문이 들어오면 A 거래소 내에서만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B, C, D 거래소에 올라온 모든 주문들을 고려하여 최적의 매매가로 체결하게 된다. 하지만 거래소마다 물리적 거리가 있기 때문에 주문을 처리하는데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 잠깐의 딜레이 동안 알고리즘을 이용해 선제적으로 주식을 매매해 가격을 조작하는 것이다. 비록 일부의 비도덕적 행위일지라도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으며 이로 인해 퀀트업계 전체가 신랄한 비난을 받았다. 


    시간이 지났지만 HFT은 여전히 불안감을 야기하는 것 같다. Cliff는 HFT에 대한 비난은 있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비난은 언제나 있어 왔다고 얘기한다. HFT의 순기능으로 시장이 추락할 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언급한다. 이는 시장이 떨어질 때 계속 사고파는 역할을 하니 현재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고 떨어진 가격에 파는, 그래서 가격 하락을 일정 부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과 같이 HFT에 대한 비난을 방어하고 있다. 


1) HFT가 버블을 일으킨다 -> 매일 청산하는데 어떻게 버블을 일으키냐?

2) HFT가 변동성을 일으킨다 -> HFT의 변동성은 매우 낮다 

3) HFT가 투자자의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 부분적으로 맞을 순 있지만 HFT을 비난하기 위한 수단일 뿐

4) HFT을 통한 반복적인 매매 주문 -> 비록 트레이더들이 낮은 수익을 얻을지라도 이 행위를 통해 bid-ask 스프레드를 낮게 만들어주며 이는 전체에게 이로움


    각 투자자의 투자 스타일을 떠나서 새로운 기술들은 늘 눈여겨봐야 한다. 게임에서 내가 장착한 아이템들을 강화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9) 주식 환매가 문제인가?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들의 사기와 인센티브를 위해 부여하고 스톡옵션 행사 시에는 발행회사가 주식이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고 주주 이익을 위해 다시 되사는(buyback)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주식 환매에 대해 Cliff는 비판하고 있다. 이는 스톡옵션을 매입하는 건 현재 회사의 주가가 낮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이고 그 결과로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회사와 관계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만일 주식이 고평가 되어 있다면 더 고평가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는 게 Cliff의 생각이다. 물론 스톡옵션이 임직원의 사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말이다. 


    Cliff는 회사 돈을 단순히 주식이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시장에 불공평한 신호를 보내는 것에 대해 불만인 것 같다. 특히 회사 돈으로 행사하는 스톡옵션을 방해해주는 것에 대해 못마땅한 것으로 보인다. 일면 맞는 부분도 있지만 발행회사 측에서는 보다 전략적으로 주식 환매를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회사 돈으로 스톡옵션을 매입하면 재무구조상 현금과 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에 ROA와 ROE가 상승하고 P/E 비율이 내려가는, 즉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수량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곤 한다. 최근 카카오페이의 류영준 전 대표가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약 44만 주를 블록딜로 매각해 시장에 충격을 줬고 그 여파는 대표 사퇴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주식 환매가 회사 돈을 임원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딜레마가 생기는 것 같다. 



10) 조삼모사

채권은 보통 정해진 기간 동안 설정된 배당을 받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금액과 만기상환액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관리하기 용이하고 주식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Cliff는 기회비용은 차치하더라도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요인 때문에 만기 시 받는 금액의 가치는 현재보다 더 떨어진다고 언급한다. 


    채권에 투자하는 ETF 역시 매일 가격이 변동하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개별 채권보다 위험하다고 여기는데 사실 이 둘은 같다고 언급한다. 사실 개별 채권 종목의 가격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모든 자산들은 다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그 가격들이 모여서 눈에 보이는 게 ETF 시가 변화량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이 ETF가 떨어질 때 ETF를 팔고 개별 채권 종목을 사는 행위를 하는 것, ETF는 만기가 없지만 개별 채권은 만기가 있는 것 등 차이를 두는 것은 큰 의미 없는 일인 것이다. 본질은 다 똑같으니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구조화 상품에서 신용보강을 위해 사용하는 하위 트랜치들 등 나름의 논리와 책임소재 분산으로 눈속임용 상품들이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 미국 발행시장에서 뜨거운 붐을 일으켰던 SPAC 상장 역시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속고 속이는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References


- Clifford S. Asness, "Chapter 2. My Top 10 Peeves" in the 20 for Twenty (20 for Twenty: AQR Capital Management, 2018), 17-30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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