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지 않을 목록을 쓰나요?

by writerKS


2018년, 알쓸신잡3을 볼 때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절대로 쓰지 않을 책들의 목록'에 적혀 있던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지금 그 이야기를 쓰기엔 역량이 안 된다거나 전개가 풀리지 않으면, 그곳에 적어놓고 나중에 쓸 수 있을 때 꺼내본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덧붙여 "꼭 써야지!"라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워서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히려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으면 더 자유롭게 아무 이야기나 편하게 풀어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관련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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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이건 어디에 내놓아도 괜찮게 써야지!!" 하면 뚝딱이가 써낸 글이 나올 때가 많다. 개요도 세우고 적당히 임팩트도 섞으면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오히려 힘을 빼고 손 가는 대로 쓸 때에 더 잘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글을 읽은 사람들 수가 적으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내가 들인 품과 다른 결과에 아리송하기도 했었다.


어느 날, 이게 다 내 욕심이구나 깨달았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나중에는 될지도 모르지만) 당장 출간할 곳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완성도 있게, 분량도 길게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나만의 기준을 느슨히 잡으니 글을 쓰는 게 편해졌고, 책을 읽고 느낀 점도 자유롭게 쓰고 있다. 에세이도 그렇다. 글을 써보니 새로운 걸 써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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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매거진의 목표는 '자유롭게 기획안을 써보자!'이다.

자유롭게 쓰기 위해 '절대 쓰지 않을 것들'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절대 안 쓸 기획들이니까, 자유롭게 쓸 것이다. 당장 예산을 책정해야 할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심사를 받아야 할 것들도 아니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서 '왜 쓰고 싶은지', '왜 하려고 했는지' 등의 이유를 자세하게 기술해 보려고 한다. 생각만 하고 써둔 게 많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래서 써보고 싶었다.


기획안이라 부르지만, 굉장히 두서없고 터무니없는 문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적기로 결정한 것은, 그때그때의 생각을 갈무리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10년쯤 뒤에 여기에 적힌 아이디어 중 무언가가 언젠가는 실물화되어 나올지 모를 일 아닌가.


곧 시작될 얼렁뚱땅 기획서들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