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육성사업에서의 SE 적용

ROC가 없는 사업에서의 SE 적용이 필요한가

by 김경태

SE(System Engineering, 시스템 공학)는 시스템을 이루는 핵심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도출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성공적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관리기법이다. 단계별 회의와 각 종 산출물이 존재한다. 이는 현재 수많은 사업군에 적용되고 있는 기법이기도 하며 방산에서도 일부 적용하고 있다. 주로 적용되는 방산분야는 무기체계연구개발과 핵심부품국산화가 있다. 이러한 기법이 성공적 과제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점으로는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면이 있다. 단계별 회의와 산출물에 대해 과제 수행기업이 회의준비 및 각 종 자료의 초안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SE 기법이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사업에도 적용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어느 회의에 참석했을 때였다. 방산의 기업 지원사업(비 R&D사업)의 과제 관리 방안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말들을 했다.


"SE 절차를 완전히 적용하여 관리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SE 절차에 준하는 뭔가를 해서 관리합시다."

"적어도 SE 절차에 준해서 관리해야 과제를 잘 관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제가 성공적으로 수행이 안 된 것은 SE 기법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

난 이런 말들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연구개발 과제 관리의 원칙

우선, 연구개발사업의 과제관리 기본은 "국가연구개발 혁신법"에서 모두 파생되어 나온다. 혁신법에서 제시하는 것이 연구개발 과제 관리의 원칙이고 기본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혁신법이 나온 배경과 혁신법이 추구하는 방향은 전부처의 통일된 과제관리와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행정 간소화)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과제를 관리함에 있어 이러한 혁신법의 추구 방향과 달라서는 안된다. 그리고 혁신법상에 SE 기법 적용 과제관리 개념은 들어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과제 관리의 기본은 SE 기법 없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SE 절차 없이 과제 관리를 했다고 해서 과제 관리를 잘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국방사업에서의 SE 절차

국방사업에도 SE 절차를 적용하여 관리하는 사업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무기체계 연구개발과 핵심부품국산화가 그렇다. 그 외에도 미래도전기술, 핵심기술연구개발 역시 상황에 따라 일부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의 큰 특징은 "국방 R&D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국방사업의 성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ROC"가 있는 사업이냐 아니냐이다. 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란, 군 작전운용성능을 뜻하는데 중요한 개념은 "군이 요구한 성능"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서 ROC가 있는 사업이란, 군이 요구한 성능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뜻이다. ROC가 있는 사업은 군의 요구에 따른 "맞춤 제작" 사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법 상의 내용을 포함하여 추가적으로 SE 기법을 활용하여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국방사업에서 SE 기법을 적용하는 목적은 군이 제시한 ROC에 맞게 제작이 되고 있는지를 단계별로 철저히 확인하는 데 있다. SRR, PDR, CDR, TRR 등 단계별 회의에 ROC를 제시한 군이 참여를 하며, 요구한 데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고, 시험평가가 종료되면 국방규격서가 최종 산출물로 나오게 된다. 이를 통해, 국방사업에서 SE 기법을 활용하는 이유는 해당사업이 군이 요구한 ROC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맞춤제작이기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방산육성 및 지원사업에서의 SE 절차

그렇다면 방산육성 및 지원사업은 어떨까. 이는 비 R&D사업이다. 게다가 ROC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이다. 이 개념이 중요한데, ROC는 군이 요구하는 성능으로 획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원사업에서의 "과제 목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성능"이다. 이는 ROC가 아니다.(일부 사업관리하는 분들은 이러한 비 R&D사업의 과제 목표를 ROC라고 종종 부르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성능은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맞춤제작사업이 아니며, 기업의 자기 계발을 지원하는 사업인 셈이다. 이렇게 볼 때, SE 기법은 해당 기업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성능 달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SE기법을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과제를 관리하는 전담기관에서 굳이 SE 기법으로 관리하는 것은 다소 성격이 맞지 않다고 본다. 기업의 성장이 목적인 사업에 SE를 통해 행정소요를 증대하는 일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방산에서의 사업들은 "ROC 유무"에 따라 그 성격이 다르다. 현재도 맞춤제작과 관련한 사업에서는 SE 절차를 도입하여 관리하고 있다. 반면 기업 육성이 목적인 사업에서까지 SE 절차 도입을 강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맞춤제작 사업의 목적은 오로지 개발품에 한정되어 있다. 반면, 방산육성 및 지원사업의 목적은 개발품에 한정되기보다 연구과정을 통해 얻은 무형 및 유형적 자산에 목적을 둔다.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개발된 기술의 파급력 등을 살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SE 기법을 도입하면 오히려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산출물을 위한 산출물, 회의를 위한 회의로 기업이 지쳐버릴 수도 있다. 결국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게 되는 것이다.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절차의 정합성이 아니라 목적의 명확성이다. 각 사업의 목적과 특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맞춤형 관리방식이 필요하다. SE는 그중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도구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