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을 위한 마음
블로그나 유튜브에 ‘이것, 방치하지 마세요. 무슨 병의 신호!’ 이런 제목을 갖고 있는 콘텐츠들이 많은데, 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 건강을 의심하게 된다.
‘어? 나도 저런데……’로 시작하는 자기 검열은 오늘의 행복 지수를 갉아먹는다.
그래서 가능한 한 병에 대한 정보는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희귀 질환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보고 들었다.
이를테면, 어느 기업에서 희귀 질환 어린이를 위한 특수 분유를 계속해서 제작 중이라는 미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걸 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어쩌면 이건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미담에만 방점을 찍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SNS 숏츠를 통해 희귀 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자주 보인다.
감추지 말고 세상과 소통하려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어쩌면 내 이야기가 아니라서 부모의 용기에만 집중한 건지도 모른다.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냥 쓱 보고 넘길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게 걱정 인형인 나의 걱정을 늘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희귀 질환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라고 생긴 날 아닌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2월 29일.
그 희귀성에서 착안하여 이날을 ‘세계 희귀 질환의 날’로 만들었다고 한다.
(꼭 필요한 날이라면, 희귀성에 착안하지 말고 매년 돌아오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희귀 질환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역시나……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였다.
희귀 질환은 단지 어릴 때만 발병하는 것이 아니다.
베체트 병이나 루게릭 병 역시 희귀 질환으로 분류된다고 하니, 언제고 예고 없이 누군가에게 찾아올 수 있는 이 질환들의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도록, 환자들이 덜 고통받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해 보였다.
우리가 모르는 희귀 질환은 의외로 굉장히 다양하다.
지금 알려진 것만 해도 6000~7000여 가지라고 하니,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0.1퍼센트 0.001퍼센트의 확률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다.
환자가 그 질환과 길고 긴 싸움을 하는 사이, 가족도 함께 지쳐간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의료 보험이 잘 되어 있는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희귀 질환 혹은 생명을 위협하는 큰 병에 대해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수가 많지 않다고 그들의 생명을 경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가족의 결합이 느슨해지는 일을 두고 보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국가가 국민의 모든 생명을 좀 더 중요시했으면 좋겠다.
희귀 질환을 앓는 환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지금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영영 내 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