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될 때
스스로 공감 능력이 뛰어난 편은 못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별해도 꽤나 덤덤한 편이었고, 슬픈 영화를 보아도 나 홀로 영상미에만 푹 빠져 있다거나 하는 엉뚱한 경우도 왕왕 있었으니까. 이때문인지 감정이 무디다는 약간의 열등감에, 나는 오히려 대화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헛짚을까 조심스럽고 그래서 항상 이야기를 공감하려고 의식하고 애를 쓰는 편이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해 그 사람의 마음을 격앙시키기보다는 묵묵히 들어주기도 하고. 또 나라면 어땠을까 속으로 생각해보곤 한다. '그 사람 미친 거 아니야?' 보다는 '나라도 너처럼 그랬을거야' 라는 말을 좀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래서인지 나는 내 그릇에 비해 생각보다 많은 친구와 지인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아주곤 한다.
이렇게 누군가를 딥(?)하게 위로한 날은, 집에 돌아오면 아주 피로하다. 전장에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무사처럼 '어 몸이 왜 이러지?' 할 정도로 눈이 스르릉 감기고 씻을 기운조차 없는 날. 그 하루를 천천히 돌아보면 '내가 왜 그 이야기를 굳이 덧붙였을까' 하고 후회가 되기도 하며, 혹시라도 나의 잘못된 위로가 상대방에게 은근한 상처를 남기지 않았을는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단지 위로가 필요했던 그 사람의 마음 속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는 것이 제일이라는 이론은 나도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자연스레 마음이 가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응어리를 슬슬 풀어내는 시간이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분명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것. 집에 돌아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이 날 만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낫다고 생각될 때.
나도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 자신에게는, 또 위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