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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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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규 Nov 26. 2018

덕밍아웃, 쓸모 있는 덕질

TV 덕후들을 위한 핵꿀 대외활동. Araboza

그냥 TV덕후일 뿐
덕밍아웃, TV 덕후들을 위한 핵꿀 대외활동.araboza


 TV덕후(?)라는 말이 제대로 된 건지는 모르겠다. 요즘에는 ‘TV를 본다.’라는 표현보다는 ‘TV를 틀어놓는다.’ 쪽이 훨씬 어울릴 정도로 열정적으로 TV를 찾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휴식마저 일정이 돼 버린 대한민국의 요즘 것들에게 TV는 그냥 정말 할 게 없을 때 틀어놓는 정도다. 그렇다. 정말 할 게 없었다. 학사과정을 마치고 무심코 리모컨을 드는 일이 많아졌다. 덕분에 “요즘 재밌는 거 없나?”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쉽게 답변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TV덕후’가 되었다. 이거만큼 쓸모없는 덕질이 있나?라는 생각과 자괴감이 들 때쯤 ‘M씽크’ 공고를 보게 된다. MBC를 등에 업고 하는 합법적(?) 덕질. TV를 보면서 한참을 웃다가 누군가에게 ‘그 프로그램 재밌더라’라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면, 더불어 그 명확한 이유까지 말할 수 있다면 ‘M씽크 청년시청자 위원’만큼 쓸모 있는 덕질이 없다.



크리에이터는 아무나 하냐고? 내가 그 ‘M씽크’의 아무나


 ‘단정한 복장=정장’ (2, 3기 준비하시는 분은 정장 입지 마세요혼자만 정장 차림일 테니까.) 이 돼버린 취준생 신분으로 들어선 면접장에서 난 딱히 영상 제작 프리랜서랄게 없었다. 질문의 포커스는 철저히 MBC를 얼마나 또 어떻게 시청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에 맞춰져 있었다. ‘M씽크’ 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이것이다.


 ‘M씽크’에서 원하는 것은 화려한 영상미나 미사여구가 아니다. MBC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과 새로운 시선. 그렇다고 MBC를 찬양하는 홍보물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여담으로, 그간 해왔던 영상 제작 외주 작업은 업체에서 원하는 이야기에 화려한 효과를 입혀 꾸미는 것이었다. 광고의, 광고에 의한, 광고를 위한 CG 작업에 최적화된 나로서는 ‘M씽크’의 첫 영상부터 쉽지 않았다. 영상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영상을 그려내는 것과 영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차인지 알 테고, 후자의 경우가 단연 더 어려운 작업이라 말할 것이다. 자신이 ‘M씽크’의 영상 제작을 담당하게 된다면, 이미 편집된 완성품을 다시 풀어헤쳐 재가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경쟁자는 내부에... 예능 연구소, MBC 유튜브 등...)  창작물을 재창작하는 작업에서 ‘이미 할 얘기가 정해져 있는 프로그램에서 또 어떤 얘기를 끌어내야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은 창작자의 스토리텔링보다는 시청자의 시각이다. 창작자가 되기보다는 시청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프로그램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보다는 “이거 재밌더라. 왜냐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는 편이 속 편하다. 결국 ‘M씽크’가 원하는 것은 ‘솜씨 좋은 편집자’ 보다는 ‘새로운 시각의 시청자. 그 아무나’가 아닌가 싶다.



시청자는 방송국에서 대우를 받는다


 시청자의 사랑을 먹고사는 방송국, 시청자의 호응과 외면이 지표가 되고, 시청률이 실적이 되는 방송국에서 시청자는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 MBC에서 ‘청년 시청자위원회’로서 MBC의 복에 겨운 대우를 받았다. 촬영 현장 견학과 제작 현장 방문 그리고 제작·출연진과의 인터뷰까지 흔히 얻을 수 없는 기회를 달에 한 번씩 갖는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다. 많은 연예인을 보는 것은 물론. ‘청년 시청자위원’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는 아마 MBC의 최승호 사장님 앞에서 시청자로서 “MBC 재미없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충분히 재미있는 MBC지만 주마가편하는 심정으로,,,) 제작 현장 방문과 PD 님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공중파 방송 출연까지 ‘M씽크’ 활동은 PD를 꿈꾸는 나의 2018년을 경험과 기회의 한 해로 만들어 주었다.


마무리는...


 90분 분량의 예능, 혹은 드라마 몇 편을 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얘기하는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분량 제한이 있어 급마무리하는 일이 많았다. (이 글도 어떻게 급마무리를 짓는 느낌은 안 비밀...) 이런 사람들에게 ‘M씽크’를 추천하고 싶다. 연예인을 보고 싶고 방송 현장을 알고 싶은 사람. MBC에서 하는 콘서트,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 창작 욕구를 실현하고 싶은 크리슈머. 그냥 TV 보는 것이 마냥 좋은 시청자. 그리고 어떤 분야든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싶은 미래의 크리에이터. 이력서에 한 줄을 넣기 위한 기회주의적인 생각이어도 좋다. 결국, 본인의 이력으로 만들려면 MBC와 본인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니까. 8개월 동안의 활동을 모아 놓은 브런치는 분명 최고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MBC가 ‘M씽크’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젊은 시청자들이 MBC를 볼 수 있을까요?”였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휴식마저 일정이 되어버린 요즘 것들이 TV 앞에 앉는 것은 잘 없는 일이다. 미디어 소비 환경은 변했고 MBC는 이에 맞춰 끊임없이 노력한다. MBC의 ‘청년 시청자위원회’로서 같은 고민을 한 달에 두 번씩 주기적으로 해왔다. 주변을 둘러봐도 TV를 보는 사람은 많이 없는데, 본방사수가 되는 프로그램들은 모두가 함께 본방사수를 한다. 왜일까? 본방사수를 하는 것 자체가 문화가 되는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카톡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끊임없이 노출된 콘텐츠는 대화의 소재가 되고, 그 자체로 카톡방과 술자리에서 그 프로그램을 본 것 그리고 보는 것이 문화가 된다. ‘M씽크’가 할 것은 끊임없이 대화의 장에 MBC의 이야기를 던지는 것, 계속해서 MBC의 콘텐츠를 노출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MBC 재밌어요.”라고 던지는 것이 아닌 “MBC 봤어? 아직 안 봤어?”라고 꾸준히 대화를 거는 것. ‘M씽크’와 MBC가 해야 할 일이다. 한 달 후면 활동은 끝이 난다. 나는 다시 MBC를 ‘보는’ 시청자가 되겠지만, 계속해서 대화 속에 MBC의 화제를 던지는 것으로 쓸모 있는 덕질을 하게 해 준 MBC에 보답하고자 한다.




본 콘텐츠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MBC와 MBC 홍보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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