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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류? 그류!

by Kyuwan Kim

(연극) 그류? 그류! ...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이라는 야릇한 제목의 연극을 보려고 오래전부터 점 찍어두고 있었는데 마침 올해 창작공동체 아르케에서 같은 작가의 두 작품을 연이어 공연한다고 해서 극장을 찾았다. 이탈리아의 극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거죠'를 '그류? 그류!'라는 우리말 제목으로 바꾸고(한국어 사투리의 이 경제성!!!), 1917년의 이탈리아를, 새마을노래 울려퍼지는 1972년 충남 부여의 한 시골마을로 번안한 작품이다. 번안극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작품은 마치 원래 그런 것처럼 지난 시절 우리네 시골의 나른한 여름 풍경에 찰떡처럼 들어맞는다. 대추리 마을에 의문의 외지인 가족이 들어오고 이들의 관계에 대해 마을에서는 이상한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한다. 소문의 당사자인 장모와 사위가 번갈아 무대에 등장하여 서로를 정신이상이라며 마을사람들을 설득하는데... 과연 마을 사람들이 알고 싶어 안달하는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 (인간은 진리를 알 수 있을까?) 원작이 설득력있는 번안작품으로 탄생한 데는 하나하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마을 사람 캐릭터들에 힘입은 바 큰데, 그들은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긴장과 이완, 웃음으로 시종, 극을 팽팽하게 이끌어 나간다. 초연한지 10년이 넘은 작품이라는데 오랜 시절을 작품을 다듬어온 연출과 극단의 자신감과 내공이 느껴지는 연극이었다. 9월에 있을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공연을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6/2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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