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래

by Kyuwan Kim

극단 고래가 극단명과 같은 '고래'라는 제목의 작품을 공연중이다. 이제는 기억에도 가물가물하지만 1998년 6월 22일, 한국의 꽁치잡이 어선이 쳐놓은 그물에 추진날개가 걸린 북한의 잠수정이 속초 인근에서 예인되었는데, 나흘이 지난 후 해치가 열린 잠수정 안에서는 9명의 북한군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런 언론보도에 근거하여 작가는 그물에 걸리기 전후 잠수정 안에서 일어났을 법한 사건들을 정교한 상상력으로 재현했다. 극장에 들어서면 마치 고래 뱃속같은 잠수정을 코 앞에 두고 관객들은 80분간 북한 잠수정 안에 북한군 병사들과 함께 갇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남한의 마트에서 가져온 물건을 소재로 왁자한 농담을 벌이던 잠수정 분위기는 잠수정이 그물에 걸린 계기로 급변하여 병사들간의 격렬한 논쟁과 갈등에 휩싸이는데... 간단한 조명과 음향효과만으로 위기에 처한 잠수정의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한 것도 좋았고, 군인출신의 탈북민들에게서 감수받았다는 배우들의 북한말두와 어휘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요즘 공연계에서 보기 힘든 주제인 분단문제를 정면에서 다루었다는 점일 것이다. 아버지의 산소에 뿌리려던 흙을, 죽은 병사의 시신위에 뿌리며 '오마니, 별다르지도 않구만 기래요. 기냥, 같은 흙이구만 기래요'하던 무전수의 마지막 대사가 작품의 메시지로 뭉클하게 귓전에 남는다. 작품의 아우라처럼 동해바다 밑에서 울리는 신비로운 고래 울음소리같이, 새로운 어려움에 처한 남북한 관계는 기적같은 돌파구를 과연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6/5일까지 연우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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