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by Kyuwan Kim

얼마 전 작고한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가 영화음악 뿐만 아니라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데이빗 보위와 함께 주연배우로 출연한 영화가 있다기에 찾아보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1983년작인 영화는 1942년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일본인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일본인 장교들과 영국 포로들 사이의 갈등과 긴장을 아주 묘한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패전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하던 시기, 수용소 소장인 요노이 대위(류이치 사카모토)는 새로 들어온 셀리어스 소령(데이빗 보위)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는데, 이런 끌림은 영화 내내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야릇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영화는 희극같은 비극, 비극같은 희극으로 마무리 되는데 서양문명에 대한 일본인들의 매혹, 동서양의 이질적인 문화 갈등 등의 주제와 더불어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수용소에서 할복을 강요당한 한 조선인 징병자 카네모토의 모습이었다. 더불어 감독(오시마 나기사)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당시 수용소에의 분위기와 포로들이 일본 장교로부터 받았던 모욕과 폭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독특한 관점이지만 일본 영화인이 자신의 역사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성찰한 흔적으로 볼만한 영화다. 젊은 류이치 사카모토와 데이빗 보위가 매력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고,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젊은 기타노 다케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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