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키스

by Kyuwan Kim

미국에서 활동하는 칠레 출신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의 작품이 국내 초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놀랍게도 배경은 칠레도 미국도 아닌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 나른하고 평온한 중산층 가정의 거실에서 코냑을 홀짝이며 벌어지던 4명의 남녀간의 좌충우돌 스캔들인 듯 했던 연극의 초반이 끝난 후, 무대에 등장한 연출은 작가인 시리아 여성을 동영상 대화로 무대에 불러내고, 연극을 통해 의도했던 작가의 의도가 잘못 표현되었음을 깨닫는다. 곧이어 전반부와 거의 같은 대본을 가지고 정반대의 새로운 무대가 펼쳐지는데... 같은 대사가 극적 상황에 따라 이렇게 다른 의미와 울림을 갖게 하는구나 하는 놀라움을 안겨준 무대였다. 갑작스런 반전으로 무대에 올려진 시리아의 내전상황도 너무나 사실적고 강렬했다. 지구 반대편의 전쟁이, 늘 급박한 우리 현실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연출은 다음과 같은 현명한 답변을 제출한다. “우리나라가 가진 아픈 역사와 해결되지 못한 억울함에는 세계적인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면서 정작 우리는 다른 나라의 아픔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에 대한 일상적 접근 방법과 예술적 표현 방법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은 없는 것인지 나 스스로를 포함한 우리 사회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다.” 아울러 QR코드로 다운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북에는 시리아의 역사와 내전의 국제적 배경에 관해 복잡한(!) 설명이 실려 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팔레스타인 노래의 가사와 선율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어머니, 사랑의 노래는 나의 노래

압제에 눌려 사느니 차라리 칼에 찔리렵니다....”

작가의 이전글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