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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Mar 16. 2024

강연

나를 매혹시킨 서경식의 문장들

문학평론가 권성우선생님의 강연에 다녀왔다. 제목은 '서경식 추모강연: 나를 매혹시킨 서경식의 문장들'... 책을 만든 출판사 대표님, 책을 번역한 번역가부터 문화를 공부하는 대학원생, 서경식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는 주민, 중학생 딸과 딸의 친구를 데리고 온 엄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참여자들이 넓지 않은 책방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서경식작가의 다양한 책에서 선생님이 골라뽑은 20개 남짓한 문장들을 선생님과 참석자들이 하나 하나 돌려읽으면서 강연이 이어졌는데, 글을 쓰던 분을 추모하는 썩 좋은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경식작가의 '서양미술순례'같은 책을 읽으면서 그림 이야기 중간에 개인적인 삶의 고뇌, 힘든 가족사 얘기들이 툭툭 튀어나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졌었는데, 자신만의 '개성과 주체성을 지니고자 갈망'하고, '서경식이라는 개인의 존재를 독자에게 아로새기고 싶은', 글쓰기에 관한 작가의 남다른 노력의 결과임을 알게 되었다.

낭독의 마지막으로, 신문에 게재되었던 본인의 추모글을 다시 읽으며 여러 번 목이 메었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글 쓰는 사람의 윤리와 진정성이 크게 와 닿아 책방은 순간 숙연해졌다. 많은 인용문들 가운데 이 글이 특히 좋았다.


"지금도 이따금, 위기를 모면하고 용케 책상과 서랍속에 살아남은 낡은 책들을 펼쳐들 때가 있다. 낙서와 손때로 지저분해진 책을 한 장 한 장 들추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기뻐하고 슬퍼하던 감정들이 가슴 깊은 곳에서 어수선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성장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자부심과 열등감, 희망과 실의가 격렬하게 교차하던 그 나날들이." -소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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